12. 아이에게 해주고픈 인테리어
집을 짓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아이를 위해 해주고픈 세 가지가 있었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랄까?
첫 번째는 아이방의 세계지도 벽지였다. 실제 축도로 그린 지도는 아닐지라도, 세상이 어떠한 모양으로 생겼는지, 우리나라가 얼마나 작은 나라인지 깨닫고 큰 꿈을 꾸게 하고 싶었다. 나중에 다른 나라에 나가서 산다 해도 좋고. 시트지 같은걸 붙이는 방법도 있지만 최근엔 세계지도가 그려진 실크벽지도 많이 나오고 있었다. 그중 아이가 좋아할 만한 대륙별 동물이 그려져 있는 벽지를 택했다.
다음으론 2층 벙커침대였다. 기성품이 아니라 방 사이즈에 맞게 제작을 해서 만들어주고 싶었다. 어렸을 때 2층 침대가 갖고 싶었는데 여건상 쉽지 않았다. 어린 시절은 1층에서 자고, 좀 더 크면 2층을 자는 공간, 1층은 아이만의 아지트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벙커침대를 제작할 수 있는 업체를 찾는게 힘들었다. 처음엔 가족실 윈도우 시트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업체에 벙커침대 제작도 맡겼다. 우리가 직접 도면까지 그려주었고 업체 또한 만들 수 있다고 했는데, 입주 한 달 여를 앞두고 우리가 그려준 디자인으론 만들기 어렵다고 했다. 마치 이제 와서 니들이 취소할 수 있겠어?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그런데 뭐 까짓것 침대 좀 늦게 들어온다고 문제가 되나. 새로운 업체를 찾아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받았다.
마지막으론 모래놀이터였다. 만들면서도 아이가 모래놀이터에서 잘 놀까 싶었다. 안 놀면 까짓 거 수박이나 심지 싶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좋아해서 흐뭇했다. 요즘도 아이가 모래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 이런 거 보려고 내려와서 집 짓고 살기로 했지' 싶다. 다만, 모래놀이터를 만들 땐 기존의 땅 위에 산모래를 부어서 만들었는데 잘 노는 아이를 보니 본격적인 모래놀이를 할 수 있도록 강모래로 바꿔주고 싶다. 최근엔 시간 날 때마다 모래를 퍼서 마당의 파인 부분을 메우고 있는데 파도파도 모래가 줄어들지 않는다..
시공사에서 해주는 내부 인테리어는 창호와 마루, 도배, 조명, 화장실과 욕실 기물 일체, 현관문, 다용도실 방화문, 계단 난간 정도다. 나머지는 건축주가 채워야 한다. 특히 주방은 텅 비어 있다. 시공사와 연계된 국내 대형 인테리어 업체가 있었는데, 우린 내부 인테리어는 지역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블로그의 평보단 포트폴리오를 보고 우리 스타일에 맞는 업체를 택했다.
당연하겠지만 대부분의 인테리어는 아내가 전담했다. 내가 한 것이라곤 거실에 빔을 쏘는 벽면을 일제 수입벽지로 고른 것 뿐. 보통 흰 벽지에 쏴도 되지만 그러면 빛 반사가 심해 빔의 성능을 갉아먹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빔 전용 페인트로 칠하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한쪽 벽만 페인트면 어색할 것 같았다. 국내엔 빔 전용 벽지를 생산하는 곳이 거의 없어서 일본의 회사에 벽지를 주문했다. 보통 실크벽지 한롤 가격의 10배 정도로 비쌌지만, 주택에서 TV 대신 빔을 보는게 내 유일한 소망이었기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아내는 강마루 판의 넓이와 색, 벽지 색, 조명 모양과 위치(추가로 구입한 조명 디자인 포함), 화장실과 욕실의 타일 크기와 색, 주방 서랍과 아일랜드의 색과 디자인, 심지어 수전의 모양까지 전부 취향대로 골랐다. 물론 나는 불만 없다.
주방에 들어가는 제품들도 어찌나 종류가 많은지. 국내 유명 인테리어카페에선 마치 '국룰'처럼 취급되는 품목들이 있었는데 그런 제품을 많이 썼다. 내가 원한건 하나였다. 싱크대 높이를 좀 높게 만들자는 것. 아무래도 나도 아내도 키가 크다 보니 일반적인 높이의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면 허리가 너무 아팠다. 보통 높이보다 10센티 정도 더 높여서 디자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