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마당 갈아엎기
아내가 임용에 합격하고 가장 좋은 점은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거다.
철저한 계획형 인간이라 변수를 아주 싫어한다. 그렇기에 삶을 살아갈 때 1 안부터 최소 3안까지의 방향을 정하는데, 아내의 임용 합격은 인생의 가장 큰 변수인 '안정적인 수입'을 해결했기에 삶의 궤도가 큰 폭으로 변화했다.
22년 5월에 완공된 집에 입주했으니, 25년 10월 기준으로 42개월, 햇수로 4년 차를 맞이한 우리의 집 '소복재'는 큰 문제없이 잘 버티고 있었다.
특별히 큰 하자도 발생하지 않았고, 신축 아파트에서도 있을 법한 소소한 하자들은 입주 1,2년 차에 다 손봤다.
그런데 주택에 살게 되면 가장 큰 문제가 아이러니하게도 집 꾸미기이다.
아파트도 인테리어라는 집 꾸미기가 있지만, 주택은 내부와 더불어 외부도 바꾸고 싶은 게 무궁무진했기에 들어가는 돈의 단위가 차원이 다르다.
여유가 생기니 애써 외면해 왔던 지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마당이었다.
우리 집이 있는 땅은 136평이다. 집의 1층이 27평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주차장 같은 걸 제외하면 약 100평 정도의 마당이 있는 것이다.
이중 태반이 잔디 마당이거나 나무와 식물이 심어져 있는 흙밭이었다.
사실 잔디 깎이 자체는 어렵지 않다. 전동 깎이로 슬슬 밀면 되고, 생각보다 빠르게 자라지도, 높이 자라지도 않는다. 입주 첫해에는 2주에 한번 정도 잘라줬는데 특정 길이 이상 자라지 않는 걸 보고 이후엔 한 달에 한번 정도 잘랐다.
보통 잔디가 4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자라니 반년 정도만 깎으면 되는 일이라 품이 크게 든다고 생각지 않는다.
문제는 잡초와 벌레이다.
일명 '비밀의 정원'이라 명명한 뒷마당에 심어둔 나무에 '미국흰불나방'이라는 벌레가 매우 자주 꼬인다. 얘는 나무를 가리지 않는다. 뒷마당에 심어둔 자작나무, 벚나무, 셀릭스 등 모든 나무를 망가트린다. 마치 거미줄 같은 게 잎과 잎 사이에, 가지와 가지사이에 가득 쳐져 있고 거기엔 아주 작은 검은색 알과 송충이를 닮은 애벌레가 잔뜩 있다.
이게 보이면 이미 그 가지는 늦었다. 과감하게 잘라서 태워버려야 한다. 저 애벌레들은 나무 수액을 빨아먹기에 순식간에 나무가 죽어버린다. 이 짓을 4년간 반복하니 집에 나무란 나무는 죄다 뽑아버리고 싶었다.
잡초는 주변 산과 아직 집을 짓지 않은 땅에서 바람을 타고 날라온다. 이게 진짜 꼴보기 싫고 징그럽고 더럽다. 아이가 맨발로 마당을 거닐때가 있다보니 가급적 농약 살포를 지양하는데, 그러다보니 손으로 하나하나 뽑을 수 밖에 없는데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포기하게 된다.
다음은 주차장이었다.
24년 봄에 꽤 큰 오프로드용 차를 샀다. 기존의 차는 싼타페와 캐스퍼였는데 주차장에 겨우겨우 병렬 주차가 가능했다. 그런데 싼타페보다 훨씬 큰 브롱코를 사게 되고, 싼타페는 부모님이 타던 코나와 바꾸고 캐스퍼는 중고로 팔아버리는 바람에 병렬주차가 불가능해졌다.
횡주차는 굉장히 귀찮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아내와 나 모두 출근을 하는데 서로의 운전 세팅값이 다르다 보니 매일 차를 다르게 타고 가기도 힘들고, 다음날 누가 먼저 출근하냐에 맞춰 길가에 주차했다가 다시 주차장에 차를 대기도 어려웠다. 이걸 1년 넘게 반복하다 보니 주차장도 부수고 다시 만들고 싶었다.
집을 짓고 깨달은 인생의 교훈이 있다면 하고 싶은 건 바로 할 것, 하게 되면 최고로 할 것이었다. 어버버 하다 보면 비용만 증가하는게 집 짓기와 꾸미기이고, 한번 바꾸고 싶단 생각이 들게 되면 이후엔 현재의 단점만 계속 보이더라.
그래서 과감히 대출을 일으키기고 대공사를 하기로 했다.
마당을 갈아엎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