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체육 활성화의 핵심 과제. 여성들의 팀 스포츠 경기 경험 확대.
세상의 반은 여성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세대마다 통계적으로 수학적으로 완벽한 1:1의 비율은 아니겠지만, 인간이라는 생물의 반은 남성이고 반은 여성인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그런데, 학교라는 공간을 들여다보면 교사 집단에서는 이런 자연스러운 성비를 찾아보기 어렵다. 통계적으로 초등학교 교사 중 여성의 비율이 얼마인지 중고등학교 교사 중 여성의 비율이 얼마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아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교사집단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아주 일부 교과에 한하여 남성의 비율이 높기는 한데, 바로 체육 교과가 이런 교과이다.
체육 교과 교사의 대부분이 남성인 이유는, 교사라는 직업군에 여성의 비율이 높은 이유와는 조금은 다른 맥락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이유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교사라는 직업이 여성들에게 좋은 직업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여학생들이 교사가 되기 위하여 교육대학교, 사범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교사 중 대부분이 여성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반면에, 체육 교사는 직업적 매력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선호한다기 보다는, 체육 또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이를 전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중 남성이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타나게 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상황이 다른 것 같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이루어지는 현상이라는 점은 비슷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체육 교과의 특성 상 학교 현장의 교사 성비와 학생의 성비가 일치한다면, 체육 교과 수업에서 수업 내용에 따라 필요할 경우에는 남녀 분반 수업을 통해 수업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그렇지 않았다. 여성 체육 교사로서 남학생까지 함께 지도해야 하는 어려움은 남성 체육 교사들이 추측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크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여성 체육 교사들이 겪어 온 어려움의 역사와 사회문화적인 배경, 학문적인 이야기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아니고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역량과 내공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학교 체육 교육 업무 담당자로서 학교 체육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경험에 기반하여 풀어보려고 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스포츠를 좋아하다보니 체육 교사가 된 사람들
이전에 썼던 글에 언급했듯이, 체육 교사들은 어려서부터 스포츠 문화에 빠져서 자라 온 사람일 확률이 높다. 학교에서 매일 같이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방과 후나 휴일에도 또 운동을 하며 좋아하는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포츠 팀에 들어가거나 직접 팀을 만들기도 하고, '가능한 제대로 된 스포츠 경기 경험'을 하고 싶어 대회에 참가하는 삶을 반복하며 성장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삶 자체가 그러했기 때문에 학생들을 대하는데 있어서 자신감이 있으며, 자신이 느꼈던 스포츠의 재미를 학생들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체육 교사들은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도 스포츠를 통해 금방 친밀해지며, 함께 스포츠를 즐기는 삶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역량을 함양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성 체육 교사들의 삶을 돌아보면 조금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즐기는 삶 속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그들이 체육 교사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가능한 제대로 된 스포츠 경기 경험'을 자연스럽게 쌓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학창 시절의 어느 시점에서는 축구의 재미를 느끼고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싶었어도, 함께 축구를 즐길만한 친구들을 모으는 것이 어려워 남학생들처럼 초보적인 수준부터 깊이있는 정식 경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성장기에 내가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도하는 것과, 나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을 학생들에게 지도하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다. 교사가 스포츠를 지도할 때 필요한 자신감은 해당 스포츠의 실기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차원적인 자신감이 아니라,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경험으로부터의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학창 시절의 경험은 지금 내 앞의 학생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려는가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교수학습방법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된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체육 교사들은 은연 중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있다. 여성 체육 교사가 어떤 팀 스포츠의 선수 출신이 아니라면, 해당 스포츠의 경기 경험이 남성 체육 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위에서 서술한대로 여성 체육 교사의 경우에 체육 전공 분야에 입문한 후에도, 여성들로만 구성된 동성의 팀 스포츠를 경험하기 위해 필요한 인적 구성을 만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체육 전공 분야가 우리 사회의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더 남초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아주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물론, 체육 전공 분야로 입문하는 여성들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여성 체육 교사의 비율도 늘어나고는 있다. 하지만, 초중고 학창시절에도 대학에서 교사교육을 받던 예비교사 시절에도 농구, 축구, 배구 등과 같은 팀 스포츠를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여성 교사들이 아직도 학교 현장에 많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안타까운 지점은 여성 체육 교사가 남학생을 지도할 때의 어려움 보다도, 동성의 여학생들에게도 경험적 지식에서 오는 자신감을 발휘하기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현재의 체육 교육 맥락이 지속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지금 이 시점에 맞는 과도기적인 성격의 교사교육 프로그램, '여성 체육 교사를 대상으로하는 팀 스포츠 관련 교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 체육 교사들도 학생들 앞에서, 소시적 이야기 이른바 '썰'을 자신있게 풀어낼 수 있는 경험의 장을 마련해 주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여성 체육 교사 대상 스포츠 실기 연수의 필요성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직무연수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직무연수 이수시간 누적 계산에서 다른 사설 직무연수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연간 직무연수 이수학점을 채우는 것을 넘어, 학교를 옮겨 갈 때, 성과상여금 등급을 결정할 때, 각종 인사 관련 업무 등에서 교육청 주관 연수 이수시간을 특별히 구분하여 인정할 때가 있다. 교육청에서 직무연수를 개설할 때는, 교사들이 다양한 분야에 직무연수 이수내역을 활용할 수 있도록 특별히 구성요건을 갖추어 개설하는 방식으로 교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체육 교사들에게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스포츠 실기 직무연수는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좋아하는 스포츠를 동료교사들과 함께 배우고 즐기면서 직무연수로 인정받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것이다.
하지만, 막상 스포츠 실기 직무연수의 풍경을 들여다보면 상상한 것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그림만 펼쳐지지는 않는다. 직무연수 이수라는 도구적 목적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이 많은 경우에는 실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사의 비율이 적어 당황하는 강사들의 모습이 펼쳐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승진이나 전보 등의 인사상 필요에 의하여 직무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은 고경력 교사일 경우가 많고, 이들은 나이와 부상 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참관자로 직무연수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면 이렇다. 축구 선수 출신 50대 중반의 교사가 축구 실기 직무연수에 참여하여, 열심히 지도하는 30대의 후배 교사 앞에서 몸이 좋지 않아서 참관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연수시간에는 모두 출석하였지만 부상 등의 이유로 실기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교사에게 모진 말을 할 수 있는 강사는 거의 없으며, 교사들을 다그쳐 실기에 억지로 참여하게 하는 것도 바람직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직무연수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장학사의 입장에서 직무연수가 기대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면, 해당 직무연수는 대상자 선정 과정부터 되돌아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연수 대상자를 특정하고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법은 없을까. 직무연수의 목적을 명확하게 설정할 근거가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면, 중급 이상의 농구 실력을 가지고 있는 남자 체육 교사들의 수준 높은 농구 경기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 직무연수,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정식 야구 경기를 해 본적이 없는 체육 교사를 위한 야구 직무연수 등과 같이 명확하게 목적이 설정된 직무연수라면 연수 참가신청 단계부터 단서조항을 둘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교육청이 주관하는 연수에서 이렇게 연수 대상을 좁히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의 고민은 분명히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주제가 '여학생 체육 활성화'라면 어떨까. 학교체육진흥법 제13조의2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제13조의2(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 지원)
① 교육부장관은 여학생의 체육활동 활성화에 필요한 기본지침을 수립하여 교육감 및 학교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하고, 학교의 장은 기본지침에 따라 매년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 계획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
② 교육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계획의 수립ㆍ시행에 대하여 평가하고 그 평가결과를 반영하여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교부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지원할 수 있다.
③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여학생의 체육활동 활성화 지원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④ 교육부장관은 여학생의 체육활동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체육 교재, 기자재, 용품 등의 확보기준을 따로 정하여야 한다.
⑤ 제2항에 따른 평가 방법 및 항목,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교육부령으로 정한다.
여학생 체육 활성화의 핵심적인 열쇠 중 하나가 바로 동성의 역할 모델이다(맹이섭, 조성식, 김효진. 2014.). 여성 체육 교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간간히 '라떼는 말이야~'로 학생들에게 썰도 풀어줄 수 있고, 아이들과 직접 경기를 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체육 교사의 모습은 학생들에게 아주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나도 언젠가는 될 수 있는, 되고 싶은 미래의 내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동성 교사의 역할모델은 여학생들의 스포츠 참여에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학생선수들에게 물어보면 동성의 지도자에게 지도를 받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기도 하며, 여러가지 사회 분위기상 동성의 교사가 이성의 교사보다는 교육활동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도 하다.
장학사의 생각이 여기까지 도달했으면, 이것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의 고민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운용할 수 있는 우리 부서 자체예산 중 체육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 편성된 예산이 있었다. 상황의 디테일로 들어가보면, 동일한 기관에서 동일한 업무를 2년 동안 맡고 있기에 다음 연도의 사업을 미리 예상하고 기획하여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맥락을 설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6개월 단위로 담당 업무가 바뀌고 1~2년 마다 근무처가 바뀌는 교육전문직 세계에서 이것이 가능한 것만으로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으리라. 어쨌든, 예산이 확보되었고 나름의 연수 경험을 통한 믿을 수 있는 강사진이 있으니 믿고 기대감을 가지고 직무연수를 추진할 수 있었다.
2021년 가을, 그리고 2022년 봄 두 차례의 여교사 대상(또는 우대) 직무연수를 기획하고 운영해보니, 참여했던 선생님들의 만족도가 생각보다 더 높았다. 남성 체육 교사들이 학창시절에 자연스럽게 그랬듯이, 단지 팀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배울 수 있었으며, 해당 스포츠 경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미있었던 것은 학교로 돌아가 여학생 스포츠클럽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학생들 앞에서 자신감이 생겼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러한 모든 것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교사들이 기본적으로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교사들의 반응(물론, 그것이 교사들이 장학사에게 의례적으로 하는 립서비스였을지라도...)을 통해 내가 왜 장학사가 되고 싶었는지 다시 한 번 떠올려보았다. 교사 시절, 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수업을 나누고 참견하고 다녔는지, 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애들을 모아서 방과후에 휴일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스포츠 경기를 했었는지 돌아보았다. 뭐, 그렇게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단지 내가 그만큼 스포츠를 좋아하고 학생들에게 그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마도 대부분이 체육 교사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모습으로 학생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여성 체육 교사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바로 이런 선생님들을 위해서 무엇인가 해보고 싶었기에 전문직에 지원했었다. 아니, 그랬노라고 지금도 믿고 싶다.
전문가가 되고 싶은 교사들의 자발적인 열정에 기름 붓기
2022년 현재, 우리 나라 체육 교사 연구회 중 가장 활성화된 공동체는 경기도 교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운영되는 '좋은체육수업나눔연구회'이다. 내가 이 연구회에 가장 처음 놀랐던 점은 '토요일에 자율연수를 한다.'는 것이었다. 휴일인 토요일에, 그것도 직무연수로 인정받을 수도 없는 자율연수에, 때에 따라서는 참가비까지 받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었고, 다음에는 아무도 참가하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수업나눔 강의를 요청받은 입장에서 가장 큰 관심은 어떤 대상들이 모여있을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좋게 생각하면 열정적인 교사들이 모일테니 내 이야기에 집중해 주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쁘게 생각하면 많아봐야 10여명의 교사들만 앉아있겠구나 싶었다. 강의를 하러 간 당일, 나는 깜짝 놀랐다. 딱 봐도 일백여 명은 훨씬 넘는 교사들이 토요일 아침부터 모여있었다. 나는 이들이 기대한 만큼의 의미있는 시간을 위한 준비를 제대로 했는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시야를 넓혀보니, 소중한 시간을 보다 의미있게 쓰고 싶어하는 체육 교사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사 상 인센티브 같은 것들이 아니었다. 이들이 보다 쉽게 보다 질 높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역별, 성별로 좁혀간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제대로 된 스포츠 경험에 목마른 '저경력의 여성 체육 교사'들도 여기저기서 여러가지 형태로 자발적인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장학사의 입장에서 교육청이 지향하는 방향에 부합하는 어떤 자생적인 움직임을 포착했을 때, 두 가지 선택을 놓고 고민하기 마련이다. 하나는 자생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움직임들을 유기적으로 엮어내어 교육청의 공식적인 기획을 통해 녹여내보고 싶다는 욕심이다. 다른 하나는 잘 되고 있는데, 괜히 손을 댔다가 망가지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에 그냥 지켜보자는 마음이다. 요즘의 교직사회 분위기는 이러한 움직임을 교육청이 품어 안고 공식화하여 관리하는 것을 원하기 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지점에서 요청이 있을 때만 최소한의 도움을 바라는 쪽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일단 숟가락을 얹고 싶은 욕심은 접어두었다.
위에서 예를 든 서울 스포츠 매거진의 기획 기사는 '뉴스포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해당 모임이 뉴스포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일전에 쓴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최근 체육 교육의 분위기는 뉴스포츠를 통해 학생들의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것도 좋지만, '그 자체로도 이미 인류의 문화유산이 되어버린' 전통적이고 대중화된 스포츠를 제대로 가르쳐 성인이 된 이후에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도 이러한 부분들이 반영되고 있다.
뉴스포츠가 보급되기 시작했던 2000년대 중후반, 교사들은 새로운 것을 배워 새롭게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였다. 이를 통해 기존에 학교 체육 프로그램에 소극적으로 참여했던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어낼 수 있었다. 제도적으로도 과거와는 다르게 교사에게 교육과정 재구성의 권한을 보다 많이 주는 교육과정 개정이 이루어졌고, 스포츠 종목 중심의 수업에서 움직임과 신체활동이 강조되는 수업으로 체육 수업의 모습이 변화했던 것도 사실이다. 뉴스포츠의 경우 학생과 이성인 체육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데 있어서도 전통 스포츠보다는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여러가지로 학교체육 현장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이 십여년 이상 지속되다 보니 성인들의 생활체육 이른바 사회인 스포츠 문화와는 괴리된 학교체육의 모습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나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100% 공감하고 있다. 교사 시절 전통 스포츠를 제대로 가르쳐서 학생들이 해당 스포츠로 입문할 수 있도록 이끌어나가는 선배 교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반성하기도 했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049356.html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은 아주 아름답지만, 모든 교사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교사는 훌륭한 선배 교사를 동료로 두고 배우면서 성장하고 있지만, 어떤 교사는 부끄러운 선배 교사를 만나 혼자 고민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청의 역할이 필요하고 장학사의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학생 체육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여성 체육 교사 대상의 교사교육에만 관심을 가질 수도 없다. 각자 열정을 표현하는 방식과 위치가 다를 뿐, 보다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에는 다름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체육 역량의 총합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청 업무담당자의 더 폭 넓고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학교체육 업무를 담당하는 장학사라면 누구나 다 공감하는 소년체전과 학교스포츠클럽대회 등으로 연중 가장 바쁘다는 성수기에, 직무연수를 줄줄이 어떻게 운영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모두, 열정적으로 참여해준 선생님들과 열과 성을 다해 강의해 준 강사진 덕분에 가능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손 안대고 코푸는 일을 한 것 같아 부끄럽지만, 의미있는 경험을 즐겁게 하는 교사들의 모습 속에서 장학사가 왜 되고 싶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어 많은 힐링이 되었다. '행정 행위' 속에 파묻혀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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