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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Dec 28. 2021

비대면 상황에서의 스포츠 실기 직무연수 운영 사례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스포츠 실기 관련 직무연수 운영 방법

직무연수, 교육과 관련된 축적된 경험적 지식을 압축하여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


'스포츠 세계에서는 우수한 스포츠 스타가 반드시 우수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교사가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 했다고 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역량이 저절로 길러지는 것은 아니며, 체육 교사의 운동능력과 기술수행력이 좋다고 해서 체육 수업 역량이 좋다고 할 수도 없다. 교사가 수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적 지식과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는 수업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교사의 수업 사례를 공유하고 다양한 스킬과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직무연수는 이러한 모든 과정을 압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직무연수는 누가 기획하고 운영하며, 어떤 교사들이 참여하는 것일까.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직무연수의 개념이 완전하게 정착되지는 않았다고 들었다. 자율연수인지 직무연수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으며, 직무연수 기관 역시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결국, 교사들이 잘 기획되고 잘 관리되는 연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1급 정교사 자격연수 등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들어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 교과연구회가 활성화되면서 수업연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연수 프로그램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다.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서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도 형성되기 시작하였고,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좋은 사례들이 더욱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졌다. 


지금의 교사들은 인사기록카드에 등재되는 정식 직무연수가 아니라 하더라도, 황금같은 휴일에 기획된 자율연수라 하더라도, 심지어 연수에 참여하는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역량 함양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다. 교육청 역시 관 주도의 연수를 우선하기 보다, 이미 자발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각 교과별 연구회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교원학습공동체'라는 명칭으로 교육청에서 수업연구 모임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고, 일정 기준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는 연수 프로그램이라면 '특수분야 직무연수 운영기관'으로 지정하여 정식 직무연수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 교사로서 발을 내 딛던 시절, 모든 것을 배우고 싶었기에 교육청 주관으로 개설되는 직무연수에 가능한 많이 참여했던 기억이 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선배들의 경험적 지식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계속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머리 속에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저렇게 하면 되는 거였구나!!' 등의 문장이 끊이지를 않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응용해서 실천하는 나만의 수업을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시간들이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수업 사례를 나누는 강사가 되기도 했고, 직무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도 많아졌다. 스스로 부족함을 잘 알고 있기에 부끄러운 마음도 컸지만,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나누면서 새롭게 배우는 것이 더 많았기에 즐겁게 준비하고 운영했었다. 장학사가 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교사들의 수업에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물론, 교육청에 들어와서 일을 하다보니 현장의 교사로서 직무연수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일이 많아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내가 하는 일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바로 교사들의 수업 역량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참여하는 교사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직무연수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이야기해 보았다. 물론, 직무연수를 인사 상 필요한 도구로 받아들이는 교사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어떤 교사가 단지 수단적 동기로 인해 연수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잘 기획된 연수라면 교사들의 수업 역량 함양에는 분명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장학사가 깊이 있게 고민하여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사의 입장에서도 좋은 연수를 통해 얻게된 지식과 이를 통해 새롭게 얻은 영감 등은 이후의 교직 생활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직무연수는 교사의 교육적 역량 함양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체육 교과의 직무연수


체육 교과의 직무연수는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구성되고 있을까. 체육 교과의 본질이 '신체활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교과와는 직무연수 프로그램이 많이 다를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학교에서 각 교과별 수업 시간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상상해 보면, 수업 역량을 기르기 위한 직무연수의 모습도 당연히 비슷해야 할 것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 보면, 체육 교과 직무연수 프로그램은 어떤 방향으로 기획을 하더라도 절반 정도는 직접 신체활동을 통해 배우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던 것 같다. 내 머리 속의 기억이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후반의 10여년 동안 서울시교육청 및 직속기관에서 운영했던 직무연수 프로그램 중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체육 교원을 대상으로 개설한 직무연수 과정의 사례


돌아보니 저 당시에는 뉴스포츠를 소개하는 내용이 많았다. 직무연수가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각 프로그램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강의로만 구성된 시간은 절반 이하였고, 절반 이상의 내용이 신체활동을 하면서 참여하는 것이었다. 뉴스포츠 중심의 연수에서는 새로운 내용을 지도하기 위하여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전통적인 스포츠 지도법과 관련된 연수에서는 깊이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내용이 구성되었었다. 


체육, 음악, 미술 등의 수행 중심 교과는 수업 시간 중에 교사의 설명보다 학생이 직접 과제를 수행하는 시간의 비중이 더 크다. 교사가 학생의 과제 수행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과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이 과제를 수행하는 시간 동안에는 적절한 순간에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적절한 순간에 수업의 내용을 전환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업을 이끌어야 한다. 특히, 직접 해 보기 전에는 학생이 어떻게 느끼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사전에 경험하고 지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체육 교과 직무연수는 바로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비대면 상황에서의 체육 교과 직무연수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학교에서의 체육 수업이 위축되고, 다양한 스포츠 프로그램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은 체육 교사들이 가장 안타까워하고 있는 부분이다. 학교체육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스포츠 문화가 확산되고 있던 중에 갑작스럽게 모든 것이 멈추었기 때문에 너무나도 아쉬움이 컸다. 


체육 교과 직무연수 역시 마찬가지의 맥락이었다. 비대면 연수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체육 교과 직무연수 역시 강사가 자신의 수업 사례를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여러가지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어떻게든 수업연구의 노력을 이어갔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신체활동이 빠진 채로는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감염병 확산 상황에 따라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수시로 변화했다. 집합연수로 기획되어 이를 전제로 교사들이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연수 운영 시점의 상황에 따라 급작스럽게 비대면 연수로 전환하거나 연수 자체가 취소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체육 교과 연수가 한 장소에 모여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신체활동을 하는 것을 전제로 준비되었다가, 모이는 것이 불가능해지면 급작스럽게 비대면 연수로 대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법적 안정성, 제도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교육청에서 직무연수를 기획할 때는 강의 중심 연수로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스포츠 실기 중심의 연수는 운영할 수 없는 것일까. 지난 2년 동안 학교 현장에서의 스포츠 결핍은 체육 교사들에게 풀어야 할 과제였다. 단계적 일상회복의 방향성이 설정된 이후, 인생의 결정적 시기에 스포츠 결핍에 놓인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스포츠 문화를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 체육 교육의 우선 과제였다. 이미 검증된 역량을 가지고 있고, 비대면 수업 운영의 노하우도 축적한 교사들이라면 어떻게든 절충적인 방법이 가능하리라는 믿음이 들었다. 그래서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비대면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스포츠 실기 연수를 운영하기 위한 방법을 다음과 같이 시도하기로 했다.



지난 2년 동안, 원격연수를 제외하고 교육청 및 직속기관의 스포츠 실기 연수는 사실 상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었다. 그랬기에, 교사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점점 더 비중이 커져가는 여성 체육 교사들이 남학생을 지도하는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었다. 남성 체육 교사들이 여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필요한 경험적 지식을 축적하기 위한 관심도 생각보다 컸다. 다행히, 역량 있는 선생님들께서 적극적으로 연수 기획에 동참해 주셨고 강사로 참여해 주셨다. 그렇게 럭비, 농구, 배구 직무연수를 운영했다.


먼저, 럭비는 개인적으로 학교 체육 현장에서 미래교육의 가치를 실현하기에 가장 좋은 종목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종목이다. 럭비는 종목의 특성 상 집합연수가 필수적이었기에, 단계적 일상회복 시작일에 맞추어 집합연수를 중심으로 구성하여 운영하였다. 다른 연수에 비해 참여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기는 하였지만, 럭비 협회의 지원과 참여한 교사들의 적극성이 융합되어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잘 운영되었던 것 같다. 2022학년도부터 학교 스포츠 현장에서 럭비가 활성화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농구 역시 단계적 일상회복 기간 중 집합연수를 통해 내실있게 운영되었다. 문제는 배구 지도법 연수였다. 연수 시작 직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집합연수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최초 기획한 것처럼 그룹별 연수 장소에 소규모의 인원이 모여 비대면 실기 연수로 운영하게 되었다. 준비를 하기는 했지만, 이 방법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방법인지는 나 조차도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반신반의하면서 연수가 시작되었지만, 생각보다는 훨씬 나은 방법이었다. 물론, 열정적으로 강의해 준 강사 선생님과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만들어 낸 장면이었을 것이다. 대단하고 새로운 방법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한 선생님들의 만족도도 좋았다.


비대면 상황에서의 스포츠 실기 연수는 비대면 상황에서의 스포츠 종목 중심 체육 수업 만큼이나 한계가 분명하다. 하지만, 학생 대상의 수업과 교사 대상의 연수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기에 상대적으로 내실있는 운영이 가능했던 것 같다. 학생은 신체활동이 극도로 제한된 공간에서 혼자서 체육 수업에 참여하지만, 교사들은 체육 활동에 최적화된 공간에서 신체적 역량이 검증된 동료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내실있는 스포츠 실기 경험을 위해 필요한 공간과 도구를 안내하면, 이를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는 환경적 역량 역시 교사들은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눈 맞춤, 호흡, 단어와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의 소통과 느낌 등을 필요로 한다. 비대면 상황에서 온전한 스포츠 경기가 불가능한 이유다. 학교를 넘어서 모일 수 없다고 스포츠를 계속 멈출 수는 없다.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방역의 최소 범위라고 할 수 있는 하나의 학교 안에서라도 스포츠는 다시 회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위학교의 스포츠 교육 역량을 어떻게든 끌어 올려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교사 대상 연수를 내실있게 운영하는 것이다. 비록, 완벽한 방법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결코, 대단한 기술도 대단한 역량이 필요한 방법도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국면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의 스포츠 실기 연수가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7LCaa7IZhHc

비대면 상황에서 소그룹별 장소를 온라인으로 연결하여 진행한 스포츠 실기 직무연수 운영 사례(2021. 서울특별시강동송파교육지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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