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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Jan 24. 2021

두괄식 평가설계, 백워드(Backward) 디자인

체육 교과 수업에 가장 적합한 교수학습 설계 모형

학교교육과 표준화된 평가시스템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평가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평가의 방법적인 부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학교교육에서 평가란 곧 성적을 의미하며, 성적은 곧 진학과 취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많은 것(어떤 경우에는 거의 절대적인)을 결정하는 학교의 평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다. 제한된 것을 얻기 위한 경쟁으로 인하여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타당성'이 아닌 '신뢰성'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은 국가주도의 체계적인 관리를 통하여 성장하였고,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성장하였다. 표준화된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핵심에는 학기제 운영을 통한 학업성취의 기록관리, 학기별 정기고사 운영 등이 자리하고 있다. 보다 타당한 교육과 평가를 하기 위하여 정기고사가 아닌 수업시간 중의 학습활동을 평가에 반영하는 '과정중심평가'가 확대되고 있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학기별 정기고사보다 신뢰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국가주도의 체계적인 교육은 '국정 교과서' 또는 '검인정 교과서'를 통해서 교실에서 구체화된다. 가르칠 것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제약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교사는 교과서의 내용을 교육한 후, 교과서의 지식을 학생이 어느 정도 학습했는지를 정기고사를 통해서 평가하면 된다. 즉, 교사는 교과서의 단원(더욱 구체화한다면 페이지 수) 순서에 따라 교육을 하고, 정기고사 출제기간에 그동안 가르친 것 중 중요한 것을 선정하여 평가문항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수학습 설계방법은 우리나라의 학교에서 가장 일반적인 절차였을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된 학교의 모습이었다.




수행 중심 교과의 수업과 평가 설계: 학교마다 다른 학습환경


  일반적인 학교교육의 이미지는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수업을 하고, 정기고사 기간에 시험지를 받아 문제를 풀고 답안지에 답을 적어 제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교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운동장에서 매트를 깔아놓고 했던 체조 수업, 음악실에서 했던 가창 시험, 학교의 구석구석에서 그렸던 풍경 스케치 등이다. 체육, 음악, 미술 등의 수행(또는 실기) 중심 교과는 수행이 곧 학습이었고 평가였다. 체육 시간에 학생의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오늘은 어떤 수업을 할 것인가였다. 반대로 교사의 입장에서는 날씨, 장소, 인원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수업을 진행해야만 했다. 음악, 미술, 실과 등 다양한 교과의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의 고민들을 하며 수업을 계획하였다. 한 학급 10명에 체육관이 있는 학교의 농구 수업과 평가, 한 학급 40명에 운동장에서만 수업을 하는 학교의 농구 수업과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었고 달라야만 했다.


  오래 전부터 수행 중심 교과의 교사들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과와는 다른 방식으로 수업을 설계하였다. 국가교육과정에서도 학교마다 다른 상황을 고려하여 단원별 내용의 선택권을 학교현장에 부여했다. 따라서, 교사는 각 학교의 학습환경에 맞는 수업내용을 선택하고 '실제로 가능한 범위'에서 학습활동과 평가를 구성하였다. 실제로 가능한 범위라는 것은 학교에서 학생이 실제로 학습활동을 할 수 있는지, 평가를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등의 세부적인 검토사항을 내포하고 있다. 음악교과에서 3분 정도 소요되는 한 곡의 완창 시험을 한 학급 10명의 학교에서는 한 시간의 수업에서 평가할 수 있지만, 한 학급 40명의 학교에서 주당 한 시간 주어지는 음악 시간에서 완창을 하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교 현장의 체육 교과 수업에서는 수업의 목표를 설정한 직후, 곧바로 평가도구를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타당한 평가도구를 가능한 범위에서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이에 따라 가능한 범위에서 학습활동을 구성하는 식으로 수업을 구성한 것이다. 체육 교과에서 세부적인 평가계획이 곧 수업의 설계도로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업 설계 방법은 수업을 교사가 하고 싶은대로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학생이나 다른 교과 교사가 보기에는 눈에 보이는 교과서가 아닌 교사만 알고 있는 계획에 따라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수업의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기별 첫 수업시간에 한 학기동안의 수업계획과 평가계획을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하였다.  




백워드 디자인(Backward Design): 수행 중심 교과에 적합한 수업설계 방법


  일반적으로 수업설계의 당연한 절차로 여겨지는 방법은 '타일러의 합리적 교육 모형'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경험을 선정하고 조직한 후, 평가를 하는 방법이다. 교과서와 교실수업 중심의 교과에서 이러한 방법은 적합성이 높고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교육학을 공부할 때도 가장 앞 쪽에서 나오는 교육모형이 바로 타일러의 합리적 교육모형이다.


교육 설계 방법의 정석으로 받아들여졌던 타일러의 합리적 교육 모형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수행 중심 교과의 경우에는 합리적 교육모형이 타당할 수는 있어도 학교현장에 적합한 방법은 아니었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실제로는 수업설계 시 타일러의 합리적 교육모형에 따르기보다 평가도구 설계를 먼저 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업을 설계하는 것은 이론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기에, 무엇인가 찝찝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기도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교 현장에 적합한 교육 설계 모형이 바로 '백워드 교육모형(Backward Design)'이라고 할 수 있다.



  백워드 교육모형은 목적을 설정한 후, 곧바로 평가를 계획하고, 이에 따라 학습활동을 계획한다.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많이 하고 있는 절차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평가도구를 먼저 설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예방하고, 평가와 직접 관련이 되는 내용으로 수업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015개정 교육과정, 과정중심평가의 확대,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이 융합된 블렌디드 수업 등의 다양한 맥락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교수학습 설계 방식이기도 하다.


백워드 교육모형 템플릿 (Mctighe & Wiggins, 2004/2008)


  백워드 교육모형은 체계적은 수업설계를 위하여 위와 같은 템플릿을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평가도구 설계에 활용되는 'GRASP'와 학습활동 계획에 활용되는 'WHERETO'를 제시하였다.


백워드 디자인: 평가도구 설계 시 GRASP(출처: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wooon&logNo=221177526406)


백워드 디자인: 학습활동 계획 시 WHERETO(출처: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wooon&logNo=221177526406)


  백워드 교육모형 템플릿, GRASP, WHERETO를 활용하면 보다 체계적인 수업 설계가 가능하며, 이를 체육 교과 수업에 적용한 체육 사례는 다음과 같다.


백워드 교육모형 템플릿을 활용한 수업설계 사례: 양궁 (이태구, 2015)


체육 교과 백워드 수업설계 사례 : 축구


  내가 이론적 연구를 직접 하는 사람도 아니고 관련된 논문 몇 편 읽어본 입장에서 백워드 디자인을 논할 자격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백워드 디자인이 학교체육 수업설계에 있어 이론적 근거이자 체계적인 수업설계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많은 체육 교사들이 자신있게 자신의 수업을 설계하고 더욱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가도구 그 자체로 효과적인 수업이 될 수 있다.


  체육 교과에서는 평가도구를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 수업의 질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체육 교과에서 평가도구란 작게는 구체적인 학습과제를 의미하며, 크게는 수업의 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축구 수업을 할 때, 평가도구를 반복하여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축구 경기력이 향상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평가도구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평가도구는 특정한 스포츠 종목의 일부 기술을 평가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술을 평가할 것이라면 실제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실제적인 과제수행 체계가 되어야 한다. 이것을 구체화하는 것은 해당 스포츠 종목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을 단순하게 나열하는 작업부터, 위계성을 가진 과제를 연결하여 수행하게 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설계할 수 있다.


  스포츠 종목의 기술수행능력을 종합적이고 실제적으로 평가하는 도구 중 하나가 바로 NBA 농구의 스킬 챌린지(Skills Challenge)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농구 기술을 연결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을 경쟁하는 이벤트 중의 하나로, 매년 올스타전에 이벤트로 열리는 경기다. 스캘 챌린지 이벤트의 역대 우승자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은 곧 당시 최고의 농구선수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만큼 기술력과 경기력을 잘 평가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스킬챌린지 형태의 평가도구는 실제 체육 수업에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농구 스킬챌린지를 수행평가 도구로 설계할 때 총 5개의 기술과제를 연결하여 구성했다고 하면, 실제 수업은 총 5개의 모둠이 5개의 과제수행 공간을 로테이션 하는 ‘스테이션 수업’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수업은 체육 교과에서 학습자의 성취와 직결되어있는 실제체육학습시간(ALT-PE)을 극대화하고 대기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만약, 수업의 목표가 ‘학생이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수행능력’이라면, 특정한 기술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기술을 최소한의 수준 이상으로 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성공-실패(Pass & Fail)로 판단할 수 있는 기술과제를 여러 개 부여하고, 성공한 기술과제의 수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렇게 설계된 평가도구를 스테이션 수업으로 풀어내면, 개별학습의 맥락에서 학생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과제를 자율적으로 찾아다니며 학습하는 것이 가능하다. 수준별 학습과 협동학습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수업이 될 수 있다.




이제는 공문으로 안내되는 학생평가 내실화 계획에도 백워드 디자인이 표준이 되었다. (출처: 2021 학생평가 내실화 지원계획 4쪽, 2021.2.2. 서울시교육청)


  아래의 영상은 백워드 디자인의 맥락에서 보다 효과적인 체육 교과 평가도구를 설계하는 방법에 대하여 요약한 내용이다. 2021학년도 체육 수업을 구상하고 있는 교사들과 수업설계 경험이 많지 않은 저경력 교사들에게 조금이나마 영감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ijIYx6WUVE

백워드 교육모형 기반의 체육 교과 평가도구 설계하기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NijIYx6WUVE)



*참고문헌

이태구 이한주, 2015. 평가방법 먼저: 백워드 교육모형 체육수업 설계와 실행. 한국체육측정평가학회지. 제17권 2호, 2015, 73-86

이태구, 이한주, 2015. 백워드 교육모형을 활용한 협력적 문제해결력 함양 양궁단원 체육수업. 체육과학연구, 2015, 제26권, 제4호, 917-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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