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활동 역량,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것일까.
쌤!! 이건 운동 잘 하는 애들한테 유리한 평가잖아요.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애들한테는 너무 불공평해요.
체육 교사라면 이른바 '공부를 잘 하는 모범생'이지만, 운동은 잘 못하는 학생들에게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문장이다. 학부모로부터 들어봤을 수도 있고, 교감 선생님이나 교장 선생님에게 들어봤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체육 교사가 어떻게 대답하고, 어떻게 평가도구를 설계하는 것이 정답일까? 이 문장은 타당성이 있는 문장일까?
체육 교과의 본질은 신체활동이며, 신체활동의 성취를 평가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인지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학교의 정기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시험문제가 시험범위에서 나왔는지는 따져보지만, 시험문제가 머리 나쁜 학생은 풀어낼 수 없도록 나왔다고 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다. 굳이 있다고 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점자로 된 문제지를 제공하고 시험시간을 조금 더 주는 정도는 있는 것 같다. 즉 시험의 방법에 대해서 편의를 요구하는 경우는 있을지 몰라도, 시험문항 자체에 타고난 인지능력에 따른 불공평함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머리가 좋다는 것을 재능의 영역으로 이해하지만, 학교의 학업 성취가 인지적 재능이 뛰어난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유독 '신체능력'에 관해서는 재능의 영역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 더 힘이 세고, 더 빠르고, 더 신체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혹은 천부적인 감각으로 공을 다루는 기술이 좋은 학생이 체육 교과에서 더 좋은 학업성취를 이루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체육 교과 교사들 역시,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체육 교과의 본질적인 성격을 고려하기보다는 교사와 학생들의 요구에 호응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의 첫 문장은 '체육과는 활동적이고 창의적인 삶, 건강하고 주도적인 삶, 신체활동 문화를 향유하며 사회 속에서 바람직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단의 시작 역시 '체육과가 추구하는 삶은 세 가지 신체활동 역량을 갖춤으로써 실현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세 번째 문단의 시작까지 '신체활동 역량은 총론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실현하는 기반이 된다.'고 분명하게 쓰여 있다. 체육 교과의 본질은 신체활동이며, 학생의 신체활동 역량을 함양하는 것이 교과의 목적이다. 평가 역시 학생이 신체활동 역량을 함양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할 것이다.
체육 수업 시간에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가.
체육 교사라면 어떤 학교의 체육 교과 수업이 궁금할 때는 그 학교의 체육 교과서를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그 학교의 체육 교과 평가계획서를 살펴보기 마련이다. 체육 교과는 학습활동의 특성과 해당 학교의 체육 학습환경 특성, 그리고 교사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7차 교육과정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학교 운동장 크기가 비슷하였고, 표준화된 학습환경(시설, 교구)을 갖추기 위한 노력으로 교사의 자율적 교육과정 재구성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때도 체육 교과는 체육교과협의회를 통하여 학교의 학습환경에 맞게 선택적인 수업이 진행되었으며, 평가도구의 설계는 전적으로 체육 교사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었다. 즉, 체육 교과는 오랜 시간동안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을 운영하고 평가도구 역시 직접 설계하여 진행하는 경험적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이러한 수업 설계 방식을 '백워드 교육과정 설계 모형'이라고 부르는데, 교육부에서는 성취기준 달성을 통한 역량 함양을 강조하는 2015개정 교육과정의 도입과 더불어 체육 교과가 아닌 모든 교과에서 이 방식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맥락의 다른 한편에는 많은 체육 교사들이 하고 있는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의 고민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만든 평가계획서는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인근 학교와는 다르게 수업을 운영했을 때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존재한다. 특히, 십여년 전부터 대부분의 학교에서 체육 교과는 학기단위 교과 성취도 산출 시, 정기고사 없이 수행평가 점수만 100%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의 이의제기 등에 당당하게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이다. 현장 체육 교사들의 불안과 궁금증도 해소하고, 수업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싶어 관련된 연구자료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허태윤, 이규일(2021)의 연구와 오중근(2020)의 연구에서 종합한 체육 수업 평가 현황과 국가교육과정 문서, 교과서 등을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교육과정문서와 교과서의 내용 영역별 비중이다. 2015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서 영역별 성취기준의 개수를 단순히 종합해보면 '스포츠'를 주로 다루는 도전과 경쟁 영역의 성취기준이 총 24/54개(44.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교과서의 쪽수에서도 도전과 경쟁 영역의 합이 240/408쪽(58.9%)로 압도적이다.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스포츠 영역의 성취기준이 27/51개(52.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체육 교과에서 어떤 내용 영역이 중요한지 단순한 양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가장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상대적 비중도 그렇고 실제로 체육 교사들이 느끼기에도 학교 체육 교과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부분은 '스포츠'가 맞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동의하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체육교육 전문가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각 역시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2022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서 기존의 5개 영역(건강, 도전, 경쟁, 표현, 안전)이 3개(운동, 스포츠, 표현)로 재구성되면서 기존의 건강 영역 내용을 계승하는 운동 영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시대적 배경이 2020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등으로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운동을 직접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사회가 선진국으로 접어들면서 건강을 위한 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인구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맥락이 이러한 변화의 주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사는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고 영역별로 균형감있게 내용을 선정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면 될 것이다.
중학교 2학년 체육 교과 평가계획을 분석한 두 개의 연구사례에 따르면, 내용 영역별 선정 현황은 교육과정 문서와 교과서에서 단순한 양으로 산출한 수치와 비슷한 맥락의 비중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 체육 교과 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스포츠 영역으로 대체로 50~60% 정도의 비율로 선정되고 있으며, 체력과 관련된 운동 관련 영역이 두 번째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표현 관련 영역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적인 맥락으로 해석해보면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고 평가하는 내용과 교육과정에서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 비슷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 같다. 그런데 평가 계획과 관련된 다른 분석 자료를 보면, 학교 현장에서 균형있게 평가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부족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가와 관련된 다양한 측면의 연구결과 분석 자료는 다음과 같다.
체육 교과의 내용 영역별 평가 반영 현황은 '가르친 것을 평가한다.'는 기본적인 대전제가 생각보다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과거 7차 교육과정 당시만해도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체육 교과와 관련하여 평가의 반영비율(지필평가 30%, 수행평가 70%)과 수행평가 항목(3개)을 명확하게 안내했던 시기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후에 이러한 패턴이 학교에 자리잡게 되었고 교육과정이 개정되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체육 교과는 수행평가 100% 반영'이 자리잡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기 당 3개의 내용을 지도하고 평가한다는 것이 관습적으로 자리하게 되지 않았나 유추해본다. 비중이 아무리 작은 영역이라도 가르치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과정에서 기대하는 기본적인 원칙임을 고려해보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평가 방식은 편중되어 있지 않을까. 한 때는 체육 교과 역시 인지적/심동적/정의적 영역으로 학습목표를 구분하며, 심동적 영역 즉 신체활동 중심의 실기평가 비중을 70%로 명확하게 제시하기도 했었다. 아무래도 이 때의 지침이 지금까지 학교 체육 수업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오히려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연구 대상의 30% 정도되는 학교가 아예 심동적 영역의 평가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과거의 교육과정 기준과 관련 지침에 비추어봐도 바람직한 사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과정중심평가는 잘 운영되고 있을까. 연구결과를 보면 과정중심평가가 본격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했던 2019~2020년 당시의 사례 분석이라고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이 크게 느껴진다. 과정중심평가라는 말이 아무래도 교사의 입장에서 생소한 측면이 있고, 기존의 수업과 평가 방식을 혁파되어야 할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교사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교육에서 전통적으로 강조되어왔고 대부분의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었던 형성평가를 종합하여 평가에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상을 반영하여 미래지향적으로 이해하면 학습의 기록을 종합한 빅데이터 기반 평가라고 표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학습기록을 축적하고 관리하는 것이 점점 더 쉬워지고 있기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과정중심평가는 자연스럽게 기 비중이 커지리라 기대해본다.
평가 유형, 평가 방법의 세부적인 유형은 어떤 상황일까. 예상대로 학생이 신체활동 기반 평가과제를 수행하면 그 결과(기록, 자세, 체크리스트, 경기)를 평가하는 유형의 비중이 가장 컸다. 체육 수업의 주 내용인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기록을 생산하며, 기록은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자세 역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분명하기에, 자세를 가르치고 평가하는 것 역시 너무니도 당연하다. 체크리스트 역시 동일한 맥락으며, 경기 역시 체육 수업에서 스포츠를 교육할 때 궁극의 지향점으로 삼는 목표이기에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다양한 형태의 보고서는 지필평가를 대신하는 측면에서 많은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에듀테크의 보편화로 디지털 형태의 보고서나 영상 등을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는 과정중심평가도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평가의 세부적인 유형 현황은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더해지며 수업의 질이 점점 더 향상되리라는 기대감을 주는 것 같다.
신체활동 역량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체육 교과에서는 신체활동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것일까. 평가에 대한 고민을 돕기 위하여,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서는 평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교육과정 문서의 원문을 그대로 옮긴 내용은 다음 박스 안과 같다.
나. 평가
(1) 평가의 방향
(가) 신체활동 역량 함양을 위한 종합적 평가
신체활동 역량은 지식, 기능, 태도를 포괄하는 총체적 능력이며, 일상생활과 여가활동 등 삶의 다양한 맥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학습의 결과로서 습득한 지식과 기능 그리고 내면화된 가치와 더불어, 학습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식의 이해 양상과 수행 과정, 학습 태도에 관한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수행 중심의 평가를 활용한다. 이를 위해 첫째, 평가 내용 측면에서는 내용 영역(운동, 스포츠, 표현)과 범주(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에 따라 분류된 내용 요소를 균형 있게 평가한다. 둘째, 평가 방법 측면에서는 학습의 결과와 과정을 평가할 수 있도록 실제 맥락에서의 수행 능력을 평가한다. 셋째, 평가 도구 측면에서는 신체활동 역량의 성취 정도를 직⋅간접적으로 파악하고, 특히 인지적, 정의적 영역의 경우 서술형, 논술형, 보고서 등의 평가 도구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나) 학습자의 성장 과정을 반영한 다양한 평가
학습자는 신체활동을 통해 체형, 체력, 운동 기능, 인성, 개념 등 다양한 측면으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교사는 학습자의 성장을 다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첫째, 학습 경험을 수업 전, 중, 후로 평가하여 학습자의 학습 과정을 지원한다. 일회성 평가를 지양하고, 교육의 목표와 내용, 교수⋅학습 및 평가의 일관성을 고려하여 학습 과정을 지속해서 평가함으로써 학습 결과뿐만 아니라 학습 과정에서 나타나는 학습자의 변화를 학습 활동 및 개선 자료로 활용한다. 둘째, 학습자의 성취수준은 교사뿐만 아니라 동료 학습자, 학습자 자신 등 다양한 주체가 평가하도록 한다. 셋째, 체육수업은 인지적, 심동적, 정의적 학습 맥락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각 학습 맥락에서 나타나는 학습자 경험을 다양한 평가 방법 및 도구를 활용하여 평가하도록 한다. 이때,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여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 경험을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한다.
(다)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평가
학습자의 신체활동에 대한 흥미와 동기, 체력, 기능 등의 수준을 고려하여 교사는 단원이나 수업의 출발점 단계에서 학습자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학습의 과정과 결과에 반영함으로써 학습자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평가를 시행한다. 즉 학습자의 출발점 수준에 따라 학습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개인별 수준을 고려하여 학습을 통해 도달해야 하는 성취기준을 융통성 있게 설정할 수 있다. 학습자는 맞춤형 평가를 통해 자기 수준에 적합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 받을 수 있으며, 자신의 성취수준을 파악함으로써 학습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유지할 수 있다.
(2) 평가 방법
(가) 평가 내용 선정
① 평가 범위는 교수⋅ 학습 활동을 통해 지도된 전 영역을 대상으로 하되, 내용 영역에 따라 평가 비중을 달리할 수 있다. 단, 평가 내용의 균형성을 고려하여 특정 영역에 편중되지 않도록 한다.
② 평가 내용에는 수업 목표와 학습 내용에 제시된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 요소를 균형 있게 포함한다.
③ 평가의 주체를 고려하여 평가 내용을 선정한다. 동료 또는 자기 평가와 같이 학습자가 주체가 된 평가를 할 경우, 평가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평가 내용을 선별하고 구체적인 성취수준을 제공한다.
(나) 성취기준 및 성취수준 선정
① 평가를 위한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은 교육과정 성취기준, 단위 학교 수업 내용 등을 고려하여 선정한다.
② 평가를 위한 성취기준 선정 시 교수⋅학습의 내용과 방법 등을 고려하여 영역별 성취기준을 나누거나 통합할 수 있다. 단, 성취기준을 나누거나 통합할 경우, 내용 영역별 성취기준이 누락되지 않도록 한다.
③ 성취수준은 점수화 및 등급화를 위한 기능의 단순 분류나 기록의 명시보다는 영역별 내용 요소에 따른 기능의 도달 정도를 구체적인 행동 수준으로 진술하고, 평가 등급(단계) 또한 양적 요소와 질적 요소를 모두 포함하여 수준에 맞게 진술한다.
(다) 평가 방법 및 도구의 선정
① 학습 목표 및 평가 목적에 적합하게 평가 방법을 선정한다. 다양한 평가 방법의 특징과 장⋅단점을 파악한 후 학습자의 특성과 수준을 고려하고, 평가 목적(학습의 과정 또는 결과에 대한 평가, 학습자의 학습 성취도 파악, 교수⋅ 학습 과정의 개선 등)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평가 방법을 선정한다.
② 체육과 평가에서 활용되는 기존 평가 도구를 사용하거나 평가 내용에 적합한 도구를 개발하여 사용할 수 있다. 평가 도구의 선정 또는 개발 시 평가의 목적이나 내용에 대한 타당도 및 신뢰도를 면밀하게 검토하며, 디지털 도구를 활용할 경우, 학습자의 도구 접근성이나 활용도 등을 고려한다. 또한 평가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대상, 평가 시기, 평가 장소, 채점 방식, 시설 및 장비, 평가 인원 등을 고려한다.
③ 모둠별 학습 활동의 경우, 개별 학습자의 역할이나 노력, 기여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과제 수행의 계획 단계부터 구성원이 맡은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하도록 역할 분담과 참여 방법, 시기와 절차를 명확히 제시하며, 개인별 과제 기여도를 타당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교사의 관찰 평가와 더불어 자기 평가와 동료 평가를 병행하여 실시한다.
(라) 평가 결과의 활용
① 평가 결과는 교수⋅ 학습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데 활용한다. 개별 평가 자료는 학습 과제의 수준과 활동 방법을 수정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며 전체 평가 결과의 특징을 분석하여 교수⋅학습 방법 전반을 개선하는 데 활용한다.
② 평가 결과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학습자와 학부모가 쉽게 이해하도록 평가 결과를 재구성하여 안내한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생활 속에서 학습 주제와 관련된 신체활동 수행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지속해서 실천할 수 있다.
③ 디지털 기술은 평가 결과의 누가 기록 및 체계적인 관리, 결과 분석에 활용될 수 있다. 학습자 스스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여 개인별 학습 과정과 평가 결과를 누가 기록하고 이를 활용함으로써 자신의 건강 관리, 진로 진학, 여가 활용 등과 연계하여 체계적인 신체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교육과정문서에서 안내하고 있는 평가의 방향과 방법이, 지금까지 내 나름대로 느꼈던 아쉬움 그리고 개선방향과 대체로 비슷한 것 아닌가 싶다. 즉, 체육교육전문가들이 연구하여 만든 교육과정문서에 나타난 바람직한 평가의 모습이 일선 현장의 교사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이라는 뜻이다. 현장의 교사들이 평가 설계에 너무 큰 부담을 느끼지 말고, 교사라면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좋은 평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교육과정문서의 문장 하나하나를 외우지 말고, 다음의 그림처럼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면 평가도구를 설계할 때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평가란 거창한 것이 아닐 것이다. 해당 주제의 핵심을 담고 있으면 된다. 학생의 입장에서 어떤 평가도구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위해 노력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해당 주제의 역량이 함양될 수 있는 평가도구라면 완벽한 평가도구인 것이다. ‘가르친 것을 평가한다.’는 기본적인 사항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평가도구의 핵심 요소인 타당성은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농구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실제로 농구 경기에서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학생과 동일하다면 이보다 더 좋은 평가도구는 없을 것이다. 평가도구를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학습활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육 교과, 특히 체육 교과 내용의 삼분의 이를 차지하고 있는 스포츠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실제성’이 높은 평가도구인 것이다. 2005학년도 중등 체육 교사 임용고사 문항 속의 김교사처럼 기존의 평가도구를 조금만 변형해도 더 실제성 있고 더 타당성있는 평가도구를 만들 수 있다. 체육 교사에게 필요한 전문적인 역량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학생이 어떤 과제를 수행하고 그 기록을 근거로 평가하는 방법을 바꾸어야 할 구시대의 유물로 전제하고, 무엇인가 새로운 방법으로 평가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문항이 객관식이라고 해서 그 문항의 질을 살펴보지도 않고 무조건 비난하기는 어렵다. 수학능력시험 문항 하나하나를 곱씹어보면 정말 좋은 문항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체육 교과 수행평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비슷한 평가과제를 부여하는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존의 평가방식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보다는, 교육과정문서에서 안내하고 있는 평가의 방향을 고려하여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오래 전부터 현장의 체육 교사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기 위하여 현장의 평가도구를 종합하여 사례집을 발간한 바 있다. 그 중 몇 개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많은 체육 교사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체육 수업,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나는 교육과정문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평가 관련 내용보다는, 오히려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특별히 언급하지 않고있는 내용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평가설계라는 이름으로 거창하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체육 수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는 것이 평가를 계획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체육 수업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 것인가?'였다. 스포츠와 운동을 좋아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체육 교사가 되기까지의 경험, 체육 교사로서의 경험, 교육청 꼰대생활을 하면서 지켜 본 코로나 감염병 상황의 체육 수업 등을 통해서 내가 도달한 결론은 어린 아이도 알고 있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체육 교과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몸을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말주변이 없어 장황하게 횡설수설 쓴 글이라 잘 읽히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후배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체육 교과의 본질과 관련된 아주 명확한 것이다. 체육 교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학생들이 더 체력이 좋아지도록, 더 운동을 잘 하도록, 더 스포츠 경기를 잘 하도록 하는 것이다. '신체활동을 위한 학습, 신체활동에 관한 학습, 신체활동을 통한 학습' 모두 중요하지만 굳이 그 비중을 따져야 한다면 신체활동을 위한 학습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과거에 신체활동을 위한 학습만을 하지 않도록 강조하고 체육 수업 문화를 바꾸어가는 과정의 시대적 흐름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양질의 수업들이 만들어져왔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짧은 체육 수업 시간의 아쉬움을 보완할 수 있는 자율 체육도 학교체육진흥법의 제정과 학교스포츠클럽의 확산으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발전해 왔다. 그런데, 막상 코로나 확산 상황에서 정규 교과 수업 외 모든 것이 멈추어보니 체육 수업 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스포츠를 더 잘 이해하고, 스포츠 문화를 더 잘 느끼고, 더 바람직한 태도를 배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일회성 평가로 학생의 성취를 판단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고 더 많은 학습기록을 바탕으로 더 타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과정중심평가를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기본적인 신체적 재능의 차이를 극복하고 학생의 적극적인 수업참여를 독려하기 위하여, 절대적인 기준 만으로 평가하는 것을 넘어 학생의 노력과 성장까지 평가하는 것도 중요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육 교과 수업 시간에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하고,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능력을 조금이라도 더 길러주는 일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다양한 것들을 동시에 고려하다가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될 것이다. 내가 바로 주객이 전도된 수업을 서슴없이 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처럼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뉴스포츠가 처음 도입되던 시기에는 학생들의 결정적인 시기에 꼭 필요한 전통적인 스포츠의 경험을 등한시했었고, 에듀테크가 도입되던 시기에는 다양한 사례를 만들어보겠다며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분명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근거없는 확신을 하기도 했었다. 선배들의 수업보다 내 수업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선배님들에게 '기본에 충실한 전통적인 체육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실력이, '겉보기에는 정말 참신해 보이는' 내 수업을 받은 학생보다 더 좋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학생들이 '스포츠의 참 맛'을 느끼려면 최소한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재미없고 힘들어도 기본적인 기술을 반복적으로 학습해며 역량을 기르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원리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체력을 측정하는 수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체력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체력 향상을 위한 수업을 하지 않고 단지 체력을 측정하는 방식의 '가르치지 않고 평가하는 수업'이 나쁜 것이었다. 과정중심평가라는 용어보다는 형성평가라는 용어가 익숙했던 시대에도, 매 차시마다 수업목표를 확인하고 형성평가를 하면서 체력을 측정하는 형태의 완벽한 수업을 해오셨던 선배 교사들이 있었다. 오히려 지금의 교사들이 너무 쉽게 학생건강체력평가와 수업내용을 분리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교사들도 연차에 따라서 다양한 시행착오라는 경험이 쌓이면 수업을 학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한다고 하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내 자신의 수업을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부족한 점이 많았고, 결론은 체육 수업의 본질에 충실한 수업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체육 교과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의 '실제 체육 학습시간(ALT-PE)'을 가능한 극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청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꼰대질을 하다보니, 글이 되었건 말이 되었건 이런 이야기를 창피함없이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평가 도구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참 많고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체육 교과에서 좋은 평가가 무엇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교육과정문서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관련 연구 자료도 살펴보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체육 교과 수업에서 단 하나만 가르치고 평가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직접적인 신체활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장의 체육 교사들이 거창해보이는 수업을 고민하지 말고,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하며 더 자신있게 수업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참고문헌
허태윤, 이규일(2021).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체육과 평가 실태 분석: 연간 평가계획서 중심으로. 교과교육학연구 제25권 제5호.
오중근(2020).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체육과 평가 실태 분석. 교과교육학연구 제24권 제3호.
https://brunch.co.kr/brunchbook/peteacher
https://brunch.co.kr/brunchbook/sportsval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