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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Sep 11. 2022

교육청은 무슨 일을 하는가? #5 교육청의 재정(예산)

교육청은 무슨 돈으로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가.

국가가 어떠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이 모두 필요하다. 정부당국이 교육이라는 시스템을 국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그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교육을 직접 담당할 역량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고 관리해야 하며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 위한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교육제도를 제대로 운영한다는 말은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교육은 가장 중요한 사회현안이며 국민 모두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데다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를 자처하며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분야다. 따라서, 자신들이 낸 세금이 어떤 방식으로 교육이라는 시스템에 사용되는지도 관심이 많다. 하지만, 국가 예산에서 대략 20퍼센트 정도가 교육에 사용된다는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교육 재정의 흐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세부적인 사항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도 많지 않겠지만, 어쨌든 교육제도를 믿고 한 발짝 물러서 잘 해주기를 기대하며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대한민국 교육분야 예산 및 부문별 현황(2022. 지방교육재정알리미 홈페이지)


부끄럽지만, 내가 학교 교육 시스템의 운영을 담당하는 이른바 교육 당국자의 입장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이 돈이 어디서 어떻게 온 것이며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 단지 수년 간의 업무적 경험을 통해 피상적인 부분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검색을 해보니, 궁금한 사람들을 위하여 아주 세부적이고 친절하게 교육재정을 설명하고 있는 정부 당국의 '지방교육재정알리미' 홈페이지가 운영 중에 있었다. 생각보다 더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재정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공부하는 샘 치고 여기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과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교육청과 학교가 돈을 사용하는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레퍼런스가 궁금한 분들은 다음의 링크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기를 권한다.


https://eduinfo.go.kr/portal/main.do




교육청과 학교의 예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재정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행하는 일련의 경제활동
**교육재정 - 교육 활동을 위해 필요한 수입·지출 활동과 자산과 부채를 관리·처분하는 모든 재정활동
***지방교육재정 -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시·도교육청의 재정활동을 의미하며, 대상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고 운영하는 공·사립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이다.


우리나라는 교육자치제를 운영하고 있다. 4년에 한 번씩 교육감을 주민들의 직접 투표로 선발하고 있으며, 각 시·도 교육청은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다양한 교육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누군가는 교육정책을 만들 것이고, 누군가는 교육정책을 행정으로 실천하는 일을 할 것이며, 누군가는 또 직접 학생들을 교육할 것이다. 행정적인 관점에서 사람이 일을 한다는 것은 곧 인건비가 지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교육은 그 특성상 최종적인 수혜자, 즉 학생이 교육활동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학생이 공부할 책과 학습자료, 학교에서 먹게될 점심식사, 다양한 체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 등 교육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출되는 돈이 필요하다. 교육에 필요한 돈, 즉 '지방교육재정'은 다음의 그림과 같이 크게 네 가지 형태로 조성된다.


지방교육재정(시·도 교육청으로 예산이 들어오는 과정)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국가에서 시·도 교육청에 주는 돈이다. 가장 큰 비중이며, 교원과 교육청 직원의 인건비와 학생을 위해 책정된 교육비의 대부분이 여기서 조성된다. 이를 통해서 돈이 많은 지역의 교육 환경과 돈이 부족한 지역의 교육 환경의 차이를 줄일 수 있으며, 교육 시스템 운영을 위한 안정적인 인적 자원 운용이 가능해진다. 그 구체적인 재원은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다.


재정 전문가가 아니라서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전입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으며, 학교와 교육청의 자체 수입 등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 교육은 국가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당장, 교원의 신분만 해도 지방직 공무원이 아닌 국가직 공무원으로 보다 안정적으로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청의 입장, 장학사의 입장에서 가장 힘든 지점은 교육재정이 모두 다 연 단위 계획에 의해 수립되어 미리 예상하고 고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회의원들과 정부당국이 시대적 상황에 맞게 정치적인 판단을 하여 교육 당국에 어떤 일을 하라고 갑작스럽게 예산을 보내기도 하고, 시의회에서 정치적인 판단을 통해 어떤 취지의 사업을 하라고 교육청에 돈을 보내기도 하며, 교육청에서 직접 시의회 또는 시청 등을 설득하여 새로운 사업의 예산을 받아오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해당 사업을 맡게 된 부서와 업무 담당자는 갑작스럽게 추가된 업무를 추진하기 위하여, TF 구성 및 기본계획 수립부터 정산서 수합 및 결과 분석까지의 모든 일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장학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갑자기 더해지는 사업들을 어떻게든 다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 분야는 다른 어떤 행정보다도 이런 형태의 예산이 많을 것으로 추측한다(물론 정확한 자료를 확인 한 것도 아니고 주관적인 느낌에 불과하겠지만). 교육의 경우 거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이다보니, 정치인들의 입장에서도 투표권을 가진 시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마음대로 판단해본다. 장학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예산이 배정되었을 때, 예산이 책정된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어떻게든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정해진 기한 내에 사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평소에 담당 업무와 관련하여 관심을 두고 공부하여 미리 준비하고 있다면 더욱 좋은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력이 있는 장학사는 많지 않아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학교회계: 단위학교의 예산 편성 및 집행


학교 운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예산은 '기본운영비'라는 이름으로 매 년 두 차례에 나누어 교육청으로부터 학교로 보내진다. 교육비특별회계로부터의 이전수입, 즉 교육청으로부터 교부받은 예산은 단위학교 재정의 가장 큰 비중(약 61.8%, 2022. 지방교육재정알리미)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모든 학교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학교별로 차이가 나기 시작하는 이유는 그 외의 수입으로 조성되는 예산의 규모에 있다. 수학여행, 학교운동부 등의 교육활동처럼 해당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부모가 부담하는 '수익자부담경비'로 조성되는 예산, 국가자격시험이나 스포츠동호인 등에 학교 시설을 대여해 주면서 받게 되는 사용료 등으로 조성되는 예산, 시청·구청 등의 기초자치단체로부터 학교에 보내지는 금액으로 조성되는 예산, 대한체육회 등의 공공적 성격의 사단법인 등에서 학교로 전입되는 금액으로 조성되는 예산 등 다양한 형태로 조성되는 예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교로 재정(예산)이 흘러가는 과정. 모든 학교는 '학교회계'를 운영하며, 교육청으로부터 교부받은 금액 외에도 다양한 수입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학교장의 적극적인 노력 또는 학교 인근 지역 기초자치단체(구청, 구의회 등)의 필요에 따라 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예산이 편성되어 특정 학교로 보내지는 경우가 있다. 학교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거액의 금액을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더라도, 학교장이나 지역주민의 요청을 구청에서 검토하여 지원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교육비특별회계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가 교육청에 관련 내용을 보고할 의무도 없다(물론 예산이 아닌 다른 이유로 보고해야하는 상황이 더 많겠지만). 기초자치단체 뿐만아니라 사단법인 등에서의 전입금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교육청에서 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하는 학생선수에게 지원하는 금액은 교육청으로부터 학교로 교부되기 때문에 교육청에 정산서를 제출하지만, 사단법인인 체육회에서 학교로 보낸 지원금은 교육청이 아닌 체육회로 정산서를 제출하게 된다.


내가 '학교장의 적극적인 노력'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실제로 많은 교장 선생님들께서 학교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학교에 수 많은 교사들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교장이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고마움을 느끼는 교사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교장이 노력하여 예산을 확보해 온다고 해도, 해당 업무를 배정받은 교사의 입장에서는 계획서 작성부터 결과보고서까지 작성해야 하는 추가적인 업무가 발생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의 헌신만을 전제로는 지속가능한 조직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


교사들은 학생을 직접 교육하는 일을 최우선의 직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실제로 공감하고 있으며, 지향해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또한, 국가직 공무원으로 신분을 보장받으며 그 어떤 조직과도 비교가 불가능한 특유의 수평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학교장이 학교 운영에 헌신하는 특정한 교사에게 특별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여지도 많지 않다. 그래서 학교 경영, 즉 ‘학교장의 비전을 모든 교직원이 공감하고 함께하는 일’이 정말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과거와 같은 권위적인 교장의 모습으로는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추진이 어려운 시대다.


<<학교회계제도의 의의 및 지방교육재정과의 관계>>

  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제3조에 의해 설립 주체를 기준으로 국립·공립·사립학교로 구분되며, 「교육기본법」 제16조에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가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을 위한 시설·설비·재정 및 교원 등을 확보하고 운용·관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2000년 1월 28일에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제 30조의 2(학교회계의 설치)에 의해 학교회계제도가 2001년 3월부터 도입되었습니다. 학교회계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교직원 인건비와 교육부나 교육청이 지원하는 보조금은 일상경비로, 일반운영비는 도급경비로 배부되어 각각 별도로 관리되었고, 자체적으로 징수한 학교운영지원비도 별도로 관리·운영되었으며, 각 경비에 적용되는 법규가 서로 달라 학교현장에서 학교재정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또한 단위학교에 예산편성권이 주어지지 않고 교육청에서 배분하는 예산을 항목별로 집행하는 형식적이고 수동적인 회계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단위학교 재정 운영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이 학교회계 제도입니다.
  학교회계제도는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학교의 제반 활동을 재정적인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설치되었습니다. 이 제도는 일상경비, 도급경비, 학교운영지원비 등 세입 재원을 구분하여 각 자금별로 지정된 목적에 따라 제한적으로 편성·집행해오던 학교예산을 회계연도 개시 전에 총액으로 배분하고, 학교운영지원비, 학교발전기금으로부터의 전입금 등 다른 자금을 하나의 회계로 통합·운영하며, 교사의 참여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하나로 통합된 세입재원을 학교에서 필요한 우선 순위에 따라 자율적으로 세출예산을 편성·집행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학교회계제도가 도입되면서 교직원이 중심이 되어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며 결산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예산 편성 과정에 교직원이 참여하기 때문에 투명성과 효율성이 증대되었습니다. 아울러 학생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학교에게 학내·외 다양한 교육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자율성을 주어 개별 학교의 여건에 따라 교직원이 예산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방교육재정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예산을 편성하여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의결·집행하는 반면, 학교회계는 시·도교육청의 전입금과 학부모 부담수입을 주요 재원으로 하여 세입·세출 예산을 편성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자문을 거쳐 예산을 집행합니다. 현재 학교회계는 각 시·도교육청별 학교회계 교육 규칙에 근거하여 운영되고 있으며, 교육비특별회계와 달리 학교가 시작하는 매년 3월 1일에 시작하여 다음 해 2월 말일에 종료됩니다.

*출처-지방교육재정알리미 홈페이지( https://eduinfo.go.kr/portal/theme/forOrdinaryMain.do?pageUrl=forOrdiDefn#none )




교육청 내 예산의 흐름, 교육청과 학교 간 예산의 흐름


교육비 특별회계 - 지방교육재정은 시·도교육청의 교육감이 관장하며, ‘교육비특별회계’라는 이름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로부터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다. 특별회계라는 말은 회계적인 특성상 일반회계와 구분되어 특별한 설치목적을 가지고 수입과 지출이 일반회계와는 별도로 이루어지는 회계를 의미한다. 즉, 교육비특별회계는 교육이라는 특별한 목적을 갖고 이루어지는 회계라고 볼 수 있다.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교육전문직원이 많이 하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예산을 학교에 보내는 일, 즉 '교부'하는 일이다. 사실, 초기에는 '재배정'과 '교부'의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어디론가 돈을 보내라는 공문을 근거로 행정행위를 했을 뿐이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는 예산을 쓰기만 하지 다른 기관으로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교부를 오래 하다보니 경험적으로 재배정과 교부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교육청과 학교에서 돈을 주고 받고 집행하는 흐름을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보면 다음 그림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교육청과 학교간 예산의 흐름(교육비특별회계와 학교회계의 관계)


먼저, '재배정'은 시·도 교육청 안에서 예산을 움직이는 것이다. 시·도 교육청의 회계를 '교육비 특별회계'라고 하는데, 재배정은 교육비 특별회계 안에서 예산이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이쪽 기관에서 저쪽 기관으로 실제로 돈을 보내는 개념보다는, 본청의 업무 담당자가 교육지원청 또는 직속기관의 업무 담당자에게 돈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가까운 것 같다.


다음으로, '교부'는 교육청에서 학교로 돈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본청에서 학교로 직접 보내든, 교육지원청을 거쳐서 학교로 돈을 보내든, 교육비특별회계에서 각 학교 단위로 운영되는 학교회계로 돈이 움직이면 모두 교부라고 할 수 있다. 교부가 되었든 재배정이 되었든 돈을 보낸 쪽에서는, 필요한 경우에 '정산서'의 형태로 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보고받아 확인할 수 있다.


교육지원청 장학사의 입장에서 본청에서 보내온 재배정 공문은 '일을 하라는 명령'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예산이 있다는 것은 예산을 내실있게 사용하여 관련 업무를 추진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담당 업무의 흐름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면, 언제 어떤 예산이 재배정 될 것이며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계획이 머리 속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지원청 장학사의 업무분장 특성 상 반 년 단위로 바뀌는 일이 많기 때문에 재배정 공문은 급작스러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교부 역시 마찬가지다. 담당하고 있는 사업 중 많은 학교에 예산을 직접 보내야 하는 사업이 있다면, 한 번 교부할 때 수 십개의 학교에 학교마다 수천만원을 모두 합쳐 수억원을 교부해야 하기도 한다. 이것이 혹시나 인건비라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많고 많은 사람의 삶과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빠르게 교부가 완료되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수 십개의 학교에 원단위로 정확하게 금액을 입력하고 확인하여 교부 계획부터 지출품의와 교부 알림까지 몇 번의 공문을 결재 받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업무담당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본청에서 교육지원청으로 보낸 재배정 공문(위), 교육지원청에서 학교로 보낸 교부 공문(아래)


물론, 학교의 입장에서도 돈이 생겼다고 무조건 좋아하지는 않는다. 돈을 마음대로 여유있게 천천히 따져가며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별로 예산을 사용하는 기준이 있고, 학교회계 전체적으로도 준수해야 할 지침이 있다. 학교에서 꼭 필요했던 기다리던 사업이었다고 하더라도, 막상 대상학교로 선정되어 예산이 교부되면 학교 구성원들이 큰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정해진 기한 내에 사업을 내실있게 운영하여 기대했던 교육적인 성과를 달성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정치인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노력해서 좋은 취지로 예산을 편성해 줬는데 왜 성과가 없느냐는 지적을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교육청과 학교의 입장에서는 하고 싶지만 차마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많다. 교육이라는 분야는 무조건 예산을 많이 투입한다고 성과가 높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이 참 조심스럽고 어려운 주제인 것이다.




각종 사업 예산과 회계 지침, 부담을 넘어 기회가 되기를


교육청과 학교에서 예산을 집행하다보면 답답한 지점들이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시점에서 학생의 식사비를 지출할 때는 교육비특별회계나 학교회계 모두 학생 한 명당 8천원이라는 상한선을 지침으로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식당에 가 보면 알겠지만, 8천원으로는 식사를 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더욱이 그 학생들이 먹성이 좋은 학교운동부 소속 학생선수들이라면, 심각한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관련된 내용으로 나도 교사와 학부모의 항의도 많이 받아 봤지만, 매년 지침 개선 의견을 제출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답답하기도 하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8천원이라는 상한선 기준도 불과 얼마 전에 오른 기준이라는 것이다. 너무나도 조금씩 인상되는 기준이 문제인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가 문제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강사비 역시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답답한 지점이다. 기업 등에서 강사를 초청할 때 지급하는 비용에 비하면 회계지침의 강사비 지급 기준은 상대적으로 비교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정 분야의 저명한 인사들을 회계지침의 범위 내 강사비로 초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초청하는 곳이 교육청이고 교육 대상자가 교장, 교감, 교사 또는 학생이나 학부모라고 설명하면 낮은 강사비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수락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강사 섭외 시 강사의 호의만을 기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해당 사업 담당자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이러한 지침이 없다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봐도  역시  문제가 많을  같다는 생각이 든. 회계 관련 지침들이 점점  세부적인 사항들까지 규정하게  이유가 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학교에 교부한 금액이 있을 , 강사비로 지출할  있는 비율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여기에 일정한 기준이 없다면, 어떤 학교는 똑같은 예산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적절하게 구입하여 내실있게 사용하는 반면에, 어떤 학교는 모두 강사비로 지출하는 방식으로 부실한 교육을   가능성도 존재한. 장학사의 입장에서 담당 사업의 학교 교부예산 집행 방법을 안내할 때는, 꼰대적 시각을 버리고 학교를 믿으면서 많은 부분을 자율로 맡겨두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교육청에 있다 보면 의외로 같은 학교에서 내부의 사람들로부터 방만한 예산 운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도착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회계지침과 사업별 예산 운영 기준이 없어지기는 힘든  같다.


장학사의 시각에서 서울교육 전반을 바라보면 참 좋은 사업들이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일부 교사들이 교육당국의 여러가지 정책과 사업들을 실적쌓기용 사업이나 생색내기용 사업이라고 폄하하며, 마치 교육청이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접하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내가 이미 완벽한 꼰대가 되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저경력 교사들을 만날 때마다 좋은 사업들이 많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라고 권하는 중이다.


교사 시절 나는 하고 싶은 수업이 있으면 어떻게든 했었던 기억이 있다. 수업에 필요한 물품이 없어 그 수업을 할 수 없다면, 그 주제로 연구수업이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사업들에 참여하여 그 수업을 했었다. 여기저기 수업사례 발표를 많이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수업보다는 하고 싶었던 수업을 주제로 정해서 강의료를 받아 수업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도 했다. 학교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싶은데, 예산이 없다면 그 종목 대회에 일부러 참가하여 운영물품을 지원받기도 했었다.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가 자신의 전문성을 기르고자 할 때, 그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체육 교사가 꼭 체육 관련 사업에 선정되어 참여해야지만 하고 싶었던 수업이나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양성평등 교육의 일환으로 체육 수업을 연구하거나 학교스포츠클럽을 운영할 수도 있고, 인성교육 관련 사업으로도 얼마든지 하고자 하는 교육활동을 기획하여 운영할 수 있다. 평소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던 교사라면, 모든 것이 연결되어 보일 것이며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통찰력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더욱 많은 교사들이 교육 역량을 끌어올리고, 학생에게 양질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청에 있다 보면 돈은 곧 일이지만, 힘이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사실 교육청에서 엄청난 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의 수혜자들도 교육청에 고마움을 느끼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육청으로부터 거의 모든 시스템을 제공받고 있음에도, 교육청을 비난하고 공격하며 하고 싶은대로 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학교에 있을 때 어땠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학교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이 글도 교육 당국자의 입장에서 내가 직접적으로 하고 있는 일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일들에 억지로 본질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자기최면에 불과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생산한 공문과 내가 보낸 예산이 누군가의 짐이 아닌 그 목적을 실현하게 만드는 누군가의 꿈을 향해 가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정말 쉬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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