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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Nov 01. 2020

체육 교사의 역량

교사, 그 중에서도 체육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역량(Competencies)의 시대


  우리나라 학교의 국가수준 교육과정인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역량중심 교육과정으로 연구개발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학교교육은 학생들의 '자기관리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을 함양하여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부적인 교과 역시 마찬가지다. 체육 교과는 '건강관리 능력, 신체수련 능력, 경기수행 능력, 신체표현 능력'의 네 가지 체육 교과역량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5개정 교육과정의 일반 역량과 체육 교과역량 (출처-2015 개정 교육과정 체육과 교수학습자료, 교육부)


  생각해보면, 교사로서 학생들의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만큼 교사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무슨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체계적인 교육이나 연수를 받은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도대체 무엇일까. 공무원답게 국책연구기관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결과를 검색해 보았다. 비교적 최근에 학술지에 실린 논문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사회에서 필요한 교원의 역량은 지능정보 역량, 융합적・통합적 교육과정 재구성 역량, 협업 및 의사소통 역량, 네트워크 역량, 공동체 역량, 감성 역량 으로 분석되었다. - 한국교육개발원(2017)





교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나로 범위를 한정했을 때, 사범계열 교육과정에서 이러한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경험을 하지는 못하였다. 나뿐만 아니라, 지금 학교현장의 교사들에게도 미래사회의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는 생소한 개념일 가능성이 크다. 지나간 시간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시점의 교사교육은 미래지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교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은 미래사회의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일까. 교육부 고시에 따르면 대학에서 교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이수해야 하는 교과목은 다음과 같다.


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교에서 이수해야 하는 교직 과목 - 유치원 및 초등·중등·특수학교 등의 교사자격 취득을 위한 세부 기준[교육부고시 제2019-182호]


  학교급, 교과목과 관계 없이 우리나라에서 교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교직이론-교직소양-교육실습' 분야를 종합하여 최소한 22시간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교사에게 필요한 소양을 갖추고 현장의 실습을 통하여 지식을 구체화하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교사가 되기 위하여 최소한 이 정도는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교직 과목이다.


  교직이론은 교육학이라는 학문적 기초지식을 쌓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총1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교직소양은 학교 현장을 이해하기 위한 지식을 쌓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총 6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실습은 학교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것으로, 총 4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겠지만, 이 표를 통해서 교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인 교직 과목의 82%가 실제보다는 이론에 가까운 수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의 교사교육에서 이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체육 교사가 되기 위한 경험


  그렇다면, 체육 교과의 교사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전공 교과목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체육 교사가 되기 위해서 최소한 이정도의 교과는 이수해야 한다고 규정한 교과가 궁금해졌다. 중등 2급 정교사 자격 중에서도 「체육(Physical Education)」 교과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이수해야 하는 교과목은 다음과 같다.


체육 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교에서 이수해야 하는 전공 교과목 - 유치원 및 초등·중등·특수학교 등의 교사자격 취득을 위한 세부 기준[교육부고시 제2019-182호]


  교육부 고시에 따라 각 대학은 적절한 교과목을 개설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교에 다닐 때는 잘 몰랐었는데, 현장의 교사생활 십수년 이후의 시각에서 정리된 내용을 보니 체육 교사에게 필요한 내용들로 기본이수과목이 잘 구성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십여년 전에 내가 들었던 수업들의 이름과도 많이 다르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요즘 체육 교사 교육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증이 밀려왔다. 서울의 한 종합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의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다.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육과정(출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홈페이지)


  체육교육과라는 이름 아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공 필수」 교과로 구성된다. 체육교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을 필수 교과로 지정한 것이다. 전공필수 교과목은 다시 이론적 지식과 실천적 지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공 선택」 교과는 체육교육을 넘어 체육인으로서의 전문성을 쌓는데 중요한 부분이다. 실기 교과의 경우 선택의 가능성이 이론 교과보다는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체육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이론적 지식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직과목까지 모든 규정된 모든 학점을 이수한 이후에 졸업을 위해서는 두 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첫째, 졸업실기고사가 있다. 졸업실기고사는 수강한 실기교과에 한하여 응시할 수 있으며, 졸업실기고사의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 졸업을 할 수 없다. 수강한 실기교과에서 A- 이상의 학점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종목의 졸업실기고사 기준을 달성한 것으로 판단하여 해당 종목이 졸업실기고사에서 면제된다. 이 부분은 다른 대학교의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이며, 체육 교사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실기 능력의 검증을 위하여 타당한 제도로 오랜 시간 인정받고 있다. 둘째, 교직인적성검사가 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을지라도, 교사가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을 걸러내는 최소한의 장치로서 가치있는 제도로 생각된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교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학교 현장에서 십 수년의 교사 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교사 자격을 취득하였는지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글을 쓰면서 법률적 근거, 제도적 규정 등을 처음 살펴보게 되었다. 관련 법률과 규정 등을 통하여 우리 나라에서 교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육 교사의 실천적 지식: 실기 능력


  위에서 살펴본 대학교 체육교육과의 전공교과 중에는 실천적 지식으로 육상, 체조, 수영의 이른바 3 기초종목이 규정되어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체육 교사의 스포츠 종목에 관한 전문성」하면 축구, 농구, 배구, 배드민턴, 탁구 등의 구기 스포츠 종목을 얼마나    있는지를 연상할 것이다. 하지만, 체육 교사에게 내용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실천적 지식은 신체의 움직임을 도구가 아닌 목적으로 다룰  있는 역량이다.


  이것을 구체적인 스포츠 종목으로 구분하자면 육상, 체조, 수영의 이른바 3대 기초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육상, 체조, 수영은 중등 체육 교사를 선발하는 경쟁시험의 실기시험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의 움직임을 그 자체를 다루는 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 종목의 기초가 되기도 하는 내용으로 그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체육 교과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하고 기초가 되는 부분이기에 지금까지도 강조되고 있는 것이며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한 중학교 체육 수업 중 체조 수업 장면 (출처: https://www.city.kitahiroshima.hokkaido.jp/kouyout/)


  개인적으로는 체조를 잘 하지 못하여 고생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키가 큰 사람에게 체조의 각 동작들이 더 큰 부담인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능력을 보여주었던 동기들이 있었기에 핑계를 댈 수만은 없었다. 그나마 철봉은 어느 수준까지 할 수 있었지만, 마루운동과 도마(뜀틀) 수업 때는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아 많이 위축되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마루운동 역량 부족으로 중등교원선발경쟁시험(이른바 임용고사)의 실기고사에서 두 차례 불합격까지 하였으니 큰 대가를 치루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2010년 중학교 1학년 육상 달리기 수업 - 왜 선배들이 육상 수업 잘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는지 경험하며 느낄 수 있었다.


  학교 현장에 나와서도 육상, 체조, 수영의 중요성은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학습환경의 변화와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최근 그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체육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만은 변함이 없다. 체육 교사로서 스스로 느끼기에 3대 기초종목의 역량이 부족함을 많이 느꼈었다. 교사생활을 돌아보니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교수학습방법, 동료학생을 활용한 교수학습방법 등의 수업연구를 열심히 하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체육 교사의 방법적 지식: 교재연구 및 지도법


  위에서 살펴본 대학교의 체육교육과 전공필수 교과목 중에는 교과교육과목이라고 불리우는 3개의 교과목이 있다. 먼저, 스포츠교육학, 체육교육론에서는 여러가지 체육교육 이론과 모형, 수업틀 등의 이해를 통하여 수업을 할 때 필요한 기초를 다지게 해준다. 이름있는 학자들이 수행한 연구결과들을 분석하고 비교하고 종합하는 과정에서 체육 교사로서의 안목을 길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교육교재연구 및 지도법 교과는 문자 그대로 현장의 실무적인 감각을 쌓을 수 있는 교과목이다. 내가 경험했던 대학교 수업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실제로는 현장감이 떨어지는 교육내용에 실망했었던 것 같다. 지금과는 다르게 체육지도법 이라는 이름의 수업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대부분의 수업은 강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유일하게 한 시간 체육관에서 진행한 수업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제식훈련이었다. 체육 교사에게 질서지도 능력이 필요하다는 교수님의 말씀과 함께 시작된 수업이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방향이 잘못된 수업이었다는 느낌은 달라지지 않는것 같다.


  2015년 서울 소재 한 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님의 전화 한 통을 받고 ‘체육교재연구 및 지도법’ 교과목 수업을 맡게 되었다. 교수님께서 이 교과목이 도대체 무엇이며, 나에게 기대하는 수업내용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교수님의 대답은 체육 교사로서 학교 현장에 나왔을 때 꼭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고, 간접적으로나마 학교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말씀이 돌아왔다. 워낙 급하게 맡게 되어 커리큘럼을 바로 직전 학년도 강의를 맡았던 강사의 강의계획서를 따라서 진행하였다. 3~4차시 정도 지나고 나서는 조금이나마 감을 잡고 평소 예비교사 교육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내용들로 구성하기 시작했다. 2년차, 3년차 강의에서는 학생들의 피드백에 경험과 고민을 더해 조금이나마 개선된 커리큘럼을 구성할 수 있었다.


2016-2학기 서울 소재 어느 대학교의 「체육과 교재연구 및 지도법」  교과목 강의계획서
2018-2학기 서울 소재 어느 대학교의 「체육과 교재연구 및 지도법」  교과목 강의계획서


  내가 강의를 하던 학교의 경우 체육 교재연구 및 지도법 교과가 졸업 전 마지막 학기인 8학기에 편성이 되어 있었다. 따라서, 첫번째 과제는 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교사가 되고 싶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실력은 없지만 말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즐겁게 이야기를 쏟아내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학생들의 피드백을 검토해보니 열정적이고 즐거워보이는 현장 교사의 모습을 통하여 교사라는 직업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는 내용이 간간히 있어 소소하지만 목표를 달성했다는 자평을 했었다.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학교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실제로 필요한 내용을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었다. 주먹구구식으로 시키는 일을 하거나 선배가 하는 것을 따라하는 체육 교사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체육 교사가 하는 일의 근거를 알고 가능한 범위에서 전문성을 발휘하여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고 싶었다. 가능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 주려고 했었고, 단순한 체험을 넘어 제대로 된 연구방법과 지도법을 학습하게 해주려 노력했다.


  이러한 맥락을 가지고 전반부에는 체육 교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교육과정 및 평가의 설계, 수업연구 방법, 체육대회 및 학교스포츠클럽 운영 방법 등의 강의실 수업으로 구성하였다. 교과협의록 작성하기, 교육과정 및 평가계획 만들기 등의 과제를 전반부에 부여하여 학습 내용의 깊이있는 경험을 유도했다.


  후반부에는 대학의 전공교과 등으로 개설되어 있지는 않지만, 실제로 학교에서는 많이 하고 있는 신체활동을 가능한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였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가 해당 주제에 대한 역량이 부족할 때 어떻게 보완하면서 수업을 준비하고 지도할 수 있는지 가능한 구체적으로 전달하려고 하였다. 뉴스포츠의 수준을 넘어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플로어볼, 킨볼, 플라잉디스크 등의 지도법 학습을 위하여 전문성과 수업의 노하우가 풍부한 선생님들을 초청하여 특강을 진행하였다. 마지막 과제로 평가방법 설명 영상 또는 좋아하는 주제의 짧은 지도 영상을 제출하게 했었다.


  의외로 후반부 수업에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었는데, 학생들의 피드백을 검토해보면 현장 교사와 만나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는 것에 고마움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비교사에게 현장의 교사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AMdtafM4p4

플로어볼 지도법 - 2018년 강의 중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플로어볼 수업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김신일 선생님을 모셨었다.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최고의 경험이었으리라.


  다른 대학의 교재연구 및 지도법 수업도 비슷한 맥락으로 운영되고 있으리라 예상한다. 학문적 연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학의 입장은 다를 수 있겠지만, 현장의 교사로서 예비교사 교육에 참여해보니 교재연구 및 지도법과 같은 형식으로 운영되는 교과목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예비교사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로 직접 가서 경험하는 것과 더불어 현장의 교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가져도 됩니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교사가 되기 위하여 필요한 이론적 지식과 실천적 지식이 정말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교사가 되기 위한 자격을 취득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어렵게 교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 왜 학생들 앞에 서면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일까. 그 어렵다는 임용고사에 합격하여 현장에 배치되는 초임교사들은 왜 위축되는 걸까. 학교에서 배운 것, 교사가 되기 위한 선발과정 등과 현장의 괴리가 크기 때문일까.


우리나라 공립학교 중등 교사가 되기 위한 경쟁 시험의 방법(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교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도 어렵지만, 공립학교 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통과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경쟁의 기본적인 원리에 의해, 현장에 나와 있는 교사들은 역량있는 교사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느끼기에도 그렇다. 최근에 발령받은 선생님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엄청난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지금의 학교 체제가 그들이 가진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원격수업 국면을 맞이하여 저경력 교사와 고경력 교사가 함께 수업을 고민하는 일이 많아진 것 같다. 후배 교사들도 과거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교과협의회를 통하여 후배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수업설계 사례도 많은 것으로 느껴진다. 유튜브에서 체육과 원격수업 관련하여 검색만 해봐도, 다양한 수업사례와 교사들이 만들어낸 콘텐츠를 통하여 우리나라 체육 교사들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할 수 있다.


  원격수업이 시작된 이후에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가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나의 말이 아무런 권위도 없고 가치도 없겠지만 나는 체육 교사들을 만날 때마다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훌륭한 역량을 보여주어 고맙다고 이야기를 한다. 통찰력이 있고 안목이 있는 선배들에게 체육교육의 방향을 들어보고,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여 후배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 그래서 현장의 후배 교사들을 더 만나보고 싶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체육 교사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믿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들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는 일이 하고 싶기도 하다.




체육 교사의 역량: 학습의 주제에 따라 적절한 학습공간을 설계하는 능력


  체육 교과수업은 학생이 직접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본질이다. 교사가 아무리 실기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학생이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학생이 경험할 수 있는 적절한 크기의 공간과 필요한 교구 그리고 함께 학습할 수 있는 단위를 조직해주는 능력이 교사 본인 실기 능력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체육 교과 수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수업의 성패가 수업 외적인 요소에 의해서 수업 시작 전에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 수업을 해야 하는데 비가 내린다던지, 아니면 단거리 달리기 수업을 해야 하는데 운동장에 7개 학급 200명의 학생이 나와 있다던지 하면 그 수업은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학습내용과 적절한 공간을 준비해야 한다. 만약, 대안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교실 또는 체육관으로 이동하여 수업이 아닌 자유시간, 즉 학습이 없는 시간으로 소중한 수업시간을 소진할 수밖에 없다.


  우수한 체육 교사는 위와 같은 사태를 예방하는 계획을 수립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업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중학교 1학년 1학기 체육 수업을 설계할 때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 기상상황이나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수업내용을 준비한다. 하나의 공간을 동시에 많은 학생이 함께 사용할 수 없다는 점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우수한 교사는 체육 교과협의회를 통하여 한 학년이 체육관을 사용하는 기간에 다른 학년은 무용실을 활용하는 수업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학교 전체의 교육과정을 함께 설계한다. 학교에서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교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모든 학년 모든 학급의 교육과정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협의하며 수업을 운영한다.


  나는 체육 수업에서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 「학습의 공간을 설계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교사의 역량은 결국, 학생의 학습경험을 재구성함에 있어 학습의 공간을 적절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공간의 설계는 학생의 조직 단위와 이동 경로를 포함하는 개념이며, 이에 따라 학생의 대기시간 또는 실제학습시간(ALT-PE)가 결정된다.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동시다발적인 개인별 학습보다는 교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의 공간 구성이 필요할 것이다. 다양한 수준과 과제를 자신의 수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면 공간의 범위를 넓히고 학습공간의 수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체육 교사는 주제와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학습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체육관 바닥이 상할까 걱정되어 바닥에 라인테이프를 붙이지 않는 학교보다는,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체육관 바닥에 여러가지 색깔의 다양한 라인이 그려져 있는 학교의 체육 수업이 더 기대되기 마련이다. 우수한 교사는 학습을 위한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까지 고려하며, 공간과 교구를 정리하고 활용하는 방법까지도 연구한다. 학생이 경험하는 수업의 질은 교사가 학습의 공간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다양한 목적의 신체활동을 위해 체육관 바닥에 그려진 다양한 모양과 색상의 선들 (출처: https://pxhere.com/ko/photo/1412161)




위드 코로나 시대: 체육 수업의 방향은


  갑작스러운 온라인개학으로 원격수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체육 교사에게는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역량이 필요했다.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이 혼합되는 블렌디드 수업 국면에 접어들면서는 종합적으로 맥락을 유지할 수 있는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수업을 설계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신체활동을 내용으로 하는 수업이라면 등교수업이 되었든 원격수업이 되었든 학습공간에 맞는 과제의 설정이 가장 큰 과제인 것이다. 결국, 원래부터 체육 교사에게 가장 중요했던 「학습의 공간을 설계하는 능력」이 다시 강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의 수준을 믿기에 기대가 된다. 2020학년도가 끝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누는 교사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다양하고 내실있는 체육 수업 사례들을 더 많이 찾아내어 공유해보고 싶다. 장학사로서 무슨 일을 하던지 체육 수업을 놓고싶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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