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 오픈월드 게임을 하며 힐링할 수 있을까?
게임을 하고 있는 자녀에게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게임을 해서 뭐 할 거냐?'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게임을 하는 행위 자체는 아무런 생산성이 없다. 물론, 게임을 하는 것으로 가치를 창출해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재미'를 위해서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게임은 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을 하는 것도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필요한 노동에 불과할 것이다. '놀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으로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할 뿐이다. 문화적인 소비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 행위 등의 대부분의 문화적 행동은 특정한 시각에서 보면 전혀 필요없는 비효율적인 행동이지만, 이러한 행동들이 바로 인간을 인간답게 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잡설이 길었는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그 자체로 문화적 소비자로서 인정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자녀가 게임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고,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내에게 게임하는 자녀들을 이해해달라는 작은 앙탈일 것이다. 물론, 자녀와 함께 게임을 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내가 꿈꾸던 아버지 상이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0N3o842Ptg
https://www.youtube.com/watch?v=Hv_pAErfTXQ
누구는 나이 먹고 게임을 한다고 한심하게 쳐다볼까 게임하기를 망설이고, 누구는 말 그대로 삶에 지쳐서 게임을 할 여유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신만의 놀이를 한다. 등산을 가는 이유, 낚시를 하는 이유, 운동을 하는 이유, 여행을 가는 이유 등...생산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소비하기만 하는 무의미한 일에 사람들은 관심을 기울이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분명, 사행성 게임도 존재하고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게임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전하게'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뻘글을 남겨본다. 이글은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 게임과 점점 멀어져, 인생의 즐거움과 관련된 한 부분을 잃어버린 40대 젊은 아빠의 슬픈 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이 글을 다 쓰고 나서는 무언가 힐링이 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어린 학생들이 새로운 게임을 접하는 것은 십중팔구 게임 잡지이거나, 입소문이었다. 어디서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심시티라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실제로 게임을 설치하고 실행했을 때 '이게 뭐야' 했었다. 하지만, 호기심이 가득했기에 일단 한 번 해 봤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몇 시간이 지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유도가 그리 높은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당시만 해도 다른 게임과는 스케일 자체가 달랐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인기있던 어드벤쳐 게임처럼 정해진 줄거리도 없었고, 그래픽도 화려하지도 않고, 내가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절로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 있었다. 특별한 보상도 없고, 누군가와 대결하는 경쟁도 없지만 무엇인가 특별하고 재미있는 게임. 그런 게임이 심시티였던 것 같다. 물론, 어린 나에게는 심시티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들이 많았기에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고, 더 이상 게임을 하지 않고 살던 어느 날.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는 게임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게임의 그래픽은 너무나 조악했다. 21세기에 이런 그래픽으로 게임을 만들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게임을 만들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니 아이들이 마인크래프트를 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교육용으로도 많이 사용된다는 이야기에 게임의 매력이 궁금해졌고, 엄청나게 오랜 시간 만에 게임을 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게 되었다. 잠시 게임을 뚝딱뚝딱 해보니...이것이 바로 신세계였다. 디지털 세상의 레고라니. 아이가 더 크기를 기다릴 수 없었다. 중고나라를 뒤져서 XBOX ONE 콘솔을 구입하고 마인크래프트를 구입했다. 그리고 다섯살, 세살 아이에게 마인크래프트를 가르치는 일에 도전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무엇인가 교육적인 느낌이 물씬나는 게임을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하는 모습에 아내가 게임기를 슬쩍 받아들여준 것 같기도 하다. 아직 아들과 위닝일레븐 한 판은 하지 못하지만, 디지털 세상을 함께 만드는 일은 할 수 있어 함께 힐링이 되는 시간에서 인생의 행복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12965
게임과 스포츠의 공통점은 바로 정해진 규칙이 있고, 그 안에서 가능한 퍼포먼스를 통하여 상대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거나 특정한 기록을 달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다. 아재들이라면 오락실에서 즐기던 게임들의 마지막에 스코어 순위가 나오고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 위하여 노력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것이 아니라면, 롤 플레잉 게임의 엔딩을 보기 위하여 주어진 퀘스트를 클리어하거나 레벨업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나 친구를 한 번 이겨보고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실력을 향상시키려 했던 기억이 있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과거에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에는 이러한 경쟁이 기본적인 유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해진 줄거리 없이 세계관과 시스템만 제공한 후에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하는 게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게임의 정해진 줄거리가 없으니 말 그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세상 이른바 오픈월드(Open World)가 열린 것이다. 오픈 월드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이해를 하기 어렵다. '질서'에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런 질서도 없는 무법천지의 세상이 불안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실제로, 오픈월드 게임은 GTA(Grand Theft Auto) 시리즈처럼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범죄자가 되어 창의적이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게임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Open World - 게임 장르의 하나. 오픈 월드의 기준은 다소 모호한 점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이동의 자유를 전제로 하여 대부분의 장소로 갈 수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배경의 연결성을 통해 몰입감을 주고 이동의 자유만큼 자유도를 느끼게 해주므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다. (출처: 나무위키)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을 보면서 가장 힐링이 되는 순간은 아이들이 순수하고 즐겁게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아이들은 모래사장에 가면 몇 시간동안 모래를 만지작 대면서 무엇인가를 만들기도 하고 부시기도 하면서 중얼대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나뭇가지와 돌맹이, 자연이 주는 도구들이 추가된다면 더욱 재미있게 놀이를 한다. 무엇인지 모를 형태를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하다가 뜬금없이 부모에게 자랑하기도 하며, 혼자보다는 친구가 있다면 더욱 긴 시간을 몰입하여 재미있게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픈월드 게임은 바로 이러한 맥락을 디지털 게임으로 가져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픈월드 게임의 다른 이름이 바로 샌드박스 게임인 이유이다.
Sand Box - 게임 분류 중 하나. 특정 게임 장르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으나, 대체로 일종의 장르로 여겨진다. 또는 게임 내에서 따로 설정할 수 있는 모드로써의 의미도 가진다(예: 배틀그라운드).
Sand box라는 이름 그대로 '모래 상자', '모래 놀이터' 정도가 되겠다. 어린아이들이 소꿉놀이나 바닷가에서 성을 쌓고 노는 것처럼 자유롭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특성에서 따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샌드박스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창작이 자유롭고 자유도가 무한하다라는 점이다.
다만 단순히 모래만 있는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특별히 놀 수 있는게 많지 않고 모래성을 쌓기 위해서도 양동이가 필요하듯 캐릭터의 육성이나 NPC의 상호작용같은 게임 내적인 요소에서는 게임의 제작진이 마련한 요소들이 첨가되어있기도 하며 게리 모드처럼 추가적으로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도 추가로 첨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스킨과 모드가 이에 속한다. 제작진이 게임내 구성품을 마련할 때에는 보통 NPC의 모션과 맵 행동반경과 상호작용까지 세세하게 구분지어 샌드박스로 만들어놓기도 한다. 따라서 게임내에서 제한할 수 있는 범위까지 손볼 수 있기도 하다.
샌드박스 모드를 따로 지원하지 않는 게임이거나 샌드박스 형태를 띄지 않는 게임도 유저가 입맛대로 게임내 요소를 조절할 수 있는 트레이너 요소와 치트 형식의 유저 인터페이스 환경이 구성되어 있기도 해서 이 또한 샌드박스와 매우 유사하다. 이런 요소는 게임내 콘솔창이나 설정창, 모드 설정 추가 메뉴부터 인게임 구동파일까지 다양한 곳에 위치해 있다.
영어권에선 '샌드박스'와 '오픈 월드'를 특별히 구분지어 부르지 않기도 한다. 영어판 위키피디아에선 Open World란 문서에 샌드박스에 대한 내용도 서술되어 있다. (출처: 나무위키)
위에서 이야기했던, 궁극의 오픈월드 게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그래픽, 더 훌륭한 시스템, 더 훌륭한 스토리의 게임을 이야기할 때...레고 블럭을 디지털로 옮겨 놓는 것만으로 궁극의 게임이 탄생하였다. 커다란 정육면체로 이루어진 조악한 그래픽의 세상이지만 그 어떤 훌륭한 그래픽을 가지고 있는 게임보다 매력적이다. 말을 제대로 할 줄도 모를 정도의 어린 아이도 직관적으로 무엇인가를 창조해내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단순한 네모의 세상은 게임 개발자가 처음에는 상상도 못했던 방식으로 발전해 나갔으며, 마인크래프트에서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가 되었다. 수많은 문화콘텐츠와 융합되어 2차, 3차 저작물들이 생산되고 있으며,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국적과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서 함께 즐기고 있는 게임이다.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 서바이벌 모드다. 말 그대로 생존을 하는 것인데, 대자연에 던져진 캐릭터를 가지고 필요한 것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수집하고, 살아남기 위한 식량을 확보하고 소비하며,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이겨내는 것이다. 마인크래프트 게임의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이며, 단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깊이있게 몰입하여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둘째, 크리에이티브 모드다. 크리에이티브 모드를 선택하는 순간, 내 캐릭터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된다.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으며, 필요한 모든 재료를 무한히 사용하여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마인크래프트의 가장 큰 매력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디지털 레고'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상상하는 것들을 만들어내면서, 하고 싶었던 일이 있으면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고 시도할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모드는 사춘기 청소년보다는 어린 아이들, 또는 성인들이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느껴진다. 자녀와 함께 게임으로 레고를 한다고 생각하면 재미있게 소통하며 즐길 수 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많은데, 바로 크리에이티브 모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아예 '마인크래프트: 에듀케이션' 버전의 게임이 별도로 출시되기도 했다.
셋째, 일명 '모드'로 불리우는 미니 게임이다. 수많은 마인크래프트 유튜버들이 주로 즐기는 것이 바로 이러한 '모드' 미니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 콘텐츠 하나로 기업을 일으킨 유튜버 '도티'의 주 콘텐츠가 마인크래프트의 다양한 미니게임들을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즐기는 영상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kjogafmQrI
https://www.youtube.com/watch?v=ZTBjbEOtS5g
https://www.youtube.com/watch?v=RBQIGWGrgSg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키즈 유튜버의 콘텐츠에서 게임 유튜버의 콘텐츠로 관심사가 바뀌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중에 '겜브링'이라는 게임 유튜버가 레고 장난감처럼 생긴 캐릭터를 컨트롤하는 게임이 있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콘텐츠였다. 이건 또 무엇인데, 이런 조악한 그래픽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훔쳐갔는지 궁금해졌다. 아이들과 함께 로블록스 콘텐츠 몇 편을 보니, 대강 느낌이 왔다. 로블록스는 마인크래프트 모드의 특화 버전으로 이해가 되었다. 마인크래프트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지만, 수 많은 유저들이 만들어 놓은 재미있는 미션의 바다를 항해하며 마음껏 게임을 골라서 하는 플랫폼이었다. 맞다. 하나의 단일 게임이기도 하지만, 게임을 위한 플랫폼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수 많은 게임 중에 유튜버들은 재미있는 게임을 찾아서 알려주고 대신 즐겨주고 있었다. 심지어, 로블록스는 유료인 마인크래프트와 다르게 스마트폰의 모바일 앱 시장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서 즐길 수도 있었다. 남자 아이나 여자 아이나 모두 좋아하는 또 하나의 게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검색해보니 전세계적인 엄청난 인기였다.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의 선후관계나 서로간의 영향은 잘 모르겠지만 두 게임으로 오픈월드 게임의 대중화는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103082159015&code=930507&www=
이 밖에도 수 많은 오픈월드 게임들이 사랑받고 있다. 아재들의 로망 '리니지'와 같은 MMORPG 게임도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는 일본식 RPG 게임과는 다른 오픈월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이 유튜브 게임 콘텐츠를 시청할 때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유도가 높은 게임일수록 인기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런 재미도 느낄 수 없는 게임이 될 수도 있지만, 그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게임 유튜버들이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교육계에 있다보니, 재미라는 게임의 본질을 잊어버린 채 어떻게든 교육적 접목을 시도하려는 하이에나같은 교사들의 도전도 재미있는 것 같다. 실제로 교육적 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은 게임이다. 닌텐도 스위치가 접근하는 방식이 바로 게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거창한 세계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의 본질이 중요한 것 같다. 그 와중에 오픈월드 게임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야기하며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가족만의 시간을 제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아직 마인크래프트를 모르는 부모가 있다면, 지금 스마트폰에 마인크래프트를 설치하고 자녀와 함께 즐겨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물론, 여유가 된다면 게임 콘솔을 구입하고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더 권하고 싶다. 이 글을 적다 보니 게임이 더 하고 싶어진다. 슬프기까지 하다.
https://brunch.co.kr/@sobong3/4
https://brunch.co.kr/@sobong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