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발표를 통해 살펴 본 체육 교육
2021. 11. 24.(수)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시안을 발표하였다.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역시 고등학교 학점제의 기본적인 틀이었다. 언론의 보도 역시 이 부분에 집중되었고, 고등학교 수업시수가 감축되었으며 그 중에도 국영수 등의 주요 교과 시수가 감축되었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보도가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각 교과별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나름대로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체육 교육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체육 교육과 관련된 부분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 연구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추진 경과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하는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고 한다. 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는 구체적인 추진방법 및 일정은 다음 그림과 같다.
위의 그림에서 설명하고 있는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개발 체제'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도출된 교육과정 개정 관련 주요 의견과 결정된 개정 방향은 다음 그림과 같다.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과거에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비판을 받았던 부분을 개선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많다. 교육과정의 내용 못지 않게,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교육과정 개정 시안과 교육부의 보도자료 곳곳에 이러한 부분이 많은데, 교육과정의 큰 맥락 속에서 '각 교과별 이기주의'로 인하여 왜곡되는 부분이 없도록 노력했다는 설명도 발견할 수 있다. 나 역시, 체육 교육의 측면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에 완전히 객관적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체육 교육 전문가의 입장이 아닌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큰 흐름과 방향 속에서 체육교육을 읽어내고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효과적으로 내실화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되뇌여본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내용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을 정리한 내용은 다음의 그림과 같다. 추구하는 인간상이 아직 확정되었다는 표현은 없었지만, '포용성'과 '창의성', 그리고 '주도성'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성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워낙 오래 전부터 강조된 부분이었기에 새로울 것이 없지만, '포용성'이라는 부분은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새롭게 강조되고 있는 부분이다.
전체적인 방향은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초소양(Digital Literacy)이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강조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드는 느낌은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과 자원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방법론적인 부분을 구체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제도적인 측면, 학생이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측면 등에 많은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목표는 개인의 역량 함양을 넘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는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다. 포용, 이해 등의 단어로 교육과정의 방향을 설명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구체적으로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설정하기 위하여 '자기 주도성', '창의와 혁신', '포용성과 시민성'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용성을 길러주고,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포용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포용성이란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차이와다양성에 대한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교육적 성장과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함께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태도 및 소양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기초소양(Literacy)의 중요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학습을 위해 필요한 기초소양을 정의하여 총론에 반영하고, 각 교과별로 기초소양을 길러주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정의한 기초소양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생태전환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을 모든 교과로 확대하였다. 모든 교과에서 생태전환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과를 재구조화 하겠다는 것이다. 관련하여 선택과목도 신설하고 프로젝트 중심의 창의적 체험활동도 운영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순하게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생태전환적 가치관을 학교 교육을 통해서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나는 아직도 통찰력이 부족하여 체육 교과에서 어떻게 생태전환적 가치를 실현하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모든 교과에서 정말 많은 연구가 필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초 소양을 어떻게 길러줄 것인가의 방향도 이전보다는 훨씬 더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학습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필요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넘어서, 컴퓨팅 사고력을 길러주기 위한 정보 교과 교육의 목표까지 함께 제시하였다. 정보 교과 수업의 시수를 어떻게 확보해야 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학교교육에서 정보 교과의 중요성이 지금보다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의 자율성은 더욱 확대된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교사와 학교 관리자의 입장이 조금 다를 수도 있는 부분인데,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물론, 과거와 같이 국가가 정해 준 틀 안에서 단순히 내용을 잘 전달하는 것을 선호하는 교사가 일부 존재할 수는 있겠지만, 요즘 교사들은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의 자율성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큰 것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은 시대성에 맞는 판단이 아닌가 생각한다. 교육 당국의 입장에서는 학교간 격차, 교사간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가 생긴 듯 하다.
중학교 자유학년제는 보다 실효성 있는 운영방안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이 부분은 학부모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느껴진다. 중학교 1학년 1년의 시간을 모두 자유학년제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학교의 부담과 학부모의 우려를 모두 반영하여 1학년은 1개 학기만 운영하고, 자유학기를 변형하여 3학년 2학기에 진로 연계학기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 아이디어가 처음 도입될 때는 중3~고1의 시기를 염두에 두었지만, 진로에 따라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하는 시기에 자유학기를 실천하는 학교는 거의 없었다. 결국, 중학교 1학년이라는 진로를 탐색하기에는 어린 나이에 자유학기(자유학년)가 운영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은 사회의 요구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를 택한 것으로 이해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고등학교 학점제 운영에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부분이기도 하다. 수업량의 기준인 '단위'라는 개념은 '학점'의 개념으로 변경되었으며, 1학점의 분량도 50분 수업 17회에서 16회로 1차시 분량을 줄였다. 학교의 학습량 적정화에 대한 요구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이렇게 전격적으로 실시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동안 각 교과별로 서로 양보하지 않는 상황이 심각했었는데,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는 이를 '교과 이기주의'라고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모든 과정에서 노력을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고등학교에서 그동안 주요 교과로 여겨졌던 국어, 영어, 수학 등의 수업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데, 벌써부터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고등학교 교육을 대학입시의 준비과정으로 해석하는 경향은 쉽게 변하기 어려운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내용적인 측면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고등학교의 학습량을 줄였다는 것만으로, 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응원하는 마음이 커졌다.
학습의 과정은 '깊이 있는 학습'을 목표로 한다.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하여 '삶과 연계한 학습', '학습 과정에 대한 성찰', '교과 간 연계와 통합'을 추구한다. 서로 단절된 학습을 제공하는 것으로는 역량을 함양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깊이를 더해가는 학습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교육의 지향점은 비슷한 것으로 느껴지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학생들을 길러내겠다는 방법론 역시 비슷한 것으로 이해된다. 투입과 산출이라는 간단한 논리적 분석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교육의 방향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영역도 축소되었다. 이른바 '자-동-봉-진'에서 '봉', 봉사활동이 빠지게 된 것이다.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었던 봉사활동이었다. 최초 도입 때의 시대적 요구와 지금의 시대적 요구 역시 분명 다를 것이다. 봉사활동의 진정한 가치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자발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의 입장에서나 학교의 입장에서 부담이 감소된다는 측면은 분명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체육 교육과정: 신체활동 강화
초등 체육 전문가들이 요구한 초등 저학년에서의 '체육 교과 독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초등 체육의 현황과 문제점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초등학교 수준에서 학생들의 요구는 크지만 학교의 체육 교육 역량이 부족함으로 인하여 발생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컸다. 초등 체육교육을 지원하기 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이 적용되고 스포츠강사도 지원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체육 교육 내실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아쉬움이 컸다. 잘은 모르겠지만, 초등 저학년 교육과정에서 신체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하니 기대감을 가져보게 된다.
중학교 체육 교육과정: 교육과정 내 학교스포츠클럽활동 기준시수 감축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은 정규 교육과정 외 동아리 활동이다. 학교체육진흥법 제2조에 명시된 것과 마찬가지로 스포츠를 즐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함께 운동하기 위하여 구성한 자발적인 동아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스포츠 활동이며 학교체육, 나아가 우리사회가 꿈꾸는 스포츠권의 실현을 위한 시작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많은 체육 교육 전문가들이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하여 노력하였으며, 그 결과 학교체육 활성화와 내실화가 이루어졌으며,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학교스포츠클럽대회와 교육부 주관의 전국적인 학교스포츠클럽대회가 체계를 갖추어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은 학교체육 활성화의 척도로 활용되기도 하였으며, 학교 현장의 체육 교사들이 체육 교과수업 다음으로 집중하고 있는 학교체육의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체육 교육의 맥락과는 전혀 관계없는 부분에서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이 정규 교육과정 안으로 편입되었다. 2011년부터 학교폭력 예방 대책의 하나로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주당 1시간을 의무적으로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기존에 운영되었던 정규 교육과정 안의 '창의적 체험활동-동아리 활동' 형식을 활용하였기 때문에, 학생의 입장에서는 주당 수업시수가 1시간 늘어나게 된 것이며, 또 하나의 동아리활동을 정규 수업시간 안에 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렇게 진행된 가장 큰 이유는 정책 실천의 과정이 워낙 급박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기존의 시스템을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정규 체육 교과 수업시수를 증대하는 문제는 다른 교과 수업시수를 감소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렇게 되는 경우에는 중등학교 교과별 교원 수급의 문제도 연결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일부 교과의 경우에는 교과의 존폐와도 관련될 수 있어 극렬한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기존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교과와 관계없이 교사라면 누구나 지도할 수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동아리활동'의 형식을 빌리는 것 말고는 없었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스포츠 교육의 특수성과 전문성에 대한 부족에서 기인한 문제라기보다는, 어떻게든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스포츠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중학교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는 학교 체육의 한정된 자원을 고려하여 정규 교과 수업인 체육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시간표를 편성하는 것이었다. 체육 수업과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이 동일한 시간에 편성이 된다면 체육 수업의 질 저하를 막을 방법이 없으며, 제대로 된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누가 지도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게 된다. 교육 당국에서 벤치마킹하고자 했던 일본의 경우, 교사들이 자신의 학창 시절에 동아리활동(일명 '부카츠')을 통해 스포츠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학교의 교원 중 스포츠를 지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일반 교과 교사는 거의 없었다. 결국, 이 문제는 '스포츠강사' 인건비 지원이라는 시스템을 중학교에 도입시켰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학교의 부담으로 자리잡은 스포츠 강사의 채용과 운영이라는 과제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중학교 교육과정 내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 중학교 교사들의 역량에 다시 한 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정말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스포츠가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하여 입증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결과는 스포츠에 참여한 학생들이 경험하는 스포츠 경험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쉽게도, 갑작스럽게 추진된 교육과정 내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은 준비되지 않은 일부 학교가 '질 낮은 스포츠 경험'을 제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체육 교육 전문가들이 원래부터 주장했던 것은 정규 체육 수업의 확대와 체육 수업의 내실화였다. 스포츠에 전문성이 부족한 교사들이 억지로 맡아서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동아리 형식의 수업이 확대되는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교육적으로 가치가 있는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이었지만, 정규 교육과정 내로 편성되면서 그 가치가 퇴색할 수밖에 없어 많은 체육 교육 전문가들이 아쉬움을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교육과정 내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은 학교의 분위기에 따라 체육 수업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체육 수업이라고 할 수 없는 수업시간이 분명하다.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성취목표가 없는 '동아리활동' 시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육 교사들이 책무성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학교도 있지만,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을 담당하는 교사가 기계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도 많았다. 체육 교사들 중 일부는 부실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 이 시간을 아쉽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이 시간이 차라리 없어지는 것이 체육 교육의 내실화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결국,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중학교 교육과정 내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축소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서두에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학교에서 수업시간을 '순증'하는 방법으로 편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필요한 이수 기준학점 축소가 반가운 것처럼, 중학교 졸업을 위한 수업시수 축소가 조금이나마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체육 교육 전문가를 자처하는 한 명으로서 체육 교사들에게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의견이겠지만, 중학교 수업시수 감축에 기여하는 일이라면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모든 논리와 교육적 논쟁을 넘어, 중학생이 일주일에 하루라도 한 시간 일찍 귀가할 수 있다면 적극 찬성하고 싶다.
그동안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하여 참 많은 프로그램들이 실천되었고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에서 학교체육 활성화의 성과들은 역사책의 기록처럼 느껴졌다. 2020~2021년 2년의 시간 동안 체육 교육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되어 있는 체육 교과 수업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고, 화려한 성과도 없어 학교체육이 위축된 아쉬움의 시간으로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육 교과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던 체육 교과 수업의 소중함을 많이 느끼게 된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깊이를 더하고 범위를 넓히게 된 체육 교과 수업을 통하여 향상된 체육 교육의 질에 교사들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체육 교육과정
고등학교에서 체육 교과 수업과 관련된 변화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정 개정 시안에서 고등학교 체육 교과에 대한 언급은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는 내용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체적인 학습량이 감축되는 상황에서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는 이야기도 있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체육 교과 이수학점 기준 시수보다는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더 관심이 간다. 고교 학점제가 도입 취지에 따라 학생이 원하는 과목이 개설되고 그 교과를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다면, 체육 관련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과 학교운동부 소속 학생선수로 학교에서 훈련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지기 때문이다. 체육 계열 진학을 위한 별도의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체육 교과 수업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진로를 준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학생선수의 경우라면 방과 후에 이루어지는 별도의 훈련이 아닌 정규 체육 선택 교과 수업시간을 활용한 전문적인 훈련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선수의 학습권과 인권을 보호하는데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다.
물론, 입시 위주의 교육을 선호하는 고등학교 현장의 분위기 속에서 체육 교과 개설이 확대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체육 교사들이 더욱 노력하여 고교 학점제의 정규 체육 교과 수업이 더욱 확대되고 다양하게 활용되어 학교 체육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이 든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역량 있는 교원들의 노력으로 고등학교 현장에서의 체육 교육 내실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교육부의 보도자료, 교육과정 평가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몇 개의 자료만을 수박 겉핧기 식으로 읽어봤을 뿐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 작업에 참여한 적도 없고, 교육과정 전문가도 아니기에 깊이 있는 해석도 어렵다. 하지만, 교육과정 개정 시기마다 체육 교육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 것인가 관심이 가는 것은 숨기기 어렵다. 편협한 시각에 불과하겠지만, 변화를 이해하고 준비해야 보다 내실있는 체육 교육이 가능해지리라 생각한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더욱 구체적이고 통찰력있는 시각의 이야기들이 쌓여나갈 것이다. 학교 체육 수업의 발전을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