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관련 없는 주제의 글쓰기와 업무의 연장일수도 있는 글쓰기에 관하여
장학사의 공식적인 글쓰기, '공문'
장학사는 공문으로 말함, 장학사의 역량은 공문으로 귀결, 가장 완벽한 공문은 후속 질문이 없는 공문, 오타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음, 모든 것을 한 장에 담을 것 등...
장학사 생활을 하다 보면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다. 장학사가 하는 일이 결국은 공문으로 만들어져 학교 또는 해당 업무에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장학사 생활 2년 반을 하다보니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장학사가 글을 잘 써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심지어, 실제로 일은 잘 못 해도 페이퍼로 잘 정리만 할 수 있다면 대외적으로는 일을 잘 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는 여지도 있다(물론, 사람들은 귀신같이 본질적인 부분을 느끼고 평가하겠지만).
내가 공문의 세계를 처음 배운 것은 공군 장교로 복무하던 2000년대 초중반 시절이었다. 당시 군에서도 외부망이 아닌 내부망(인트라넷)을 통해 전자문서를 처리하고 있었다. 공문의 수문(표지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문서정보였다. 문서와 관련된 정보, 그러니까 문서의 생산부서와 등록된 문서번호, 결재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바로 이 부분이 문서의 최상단에 자리하고 있었다. 반면에 2021년 현재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문은 국제적인 표준 양식처럼, 공문의 제목과 내용이 상단에 위치하고 문서정보는 가장 하단에 자리한다. 과거에는 공문의 생산기관 입장에서 관리하기 편리한 측면이었지만, 이제는 공문을 생산하는 기관이 아닌 소비하는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된 것이다. 한 마디로 공문도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장학사 생활을 2년 반이나 한 지금 이 순간에도 공문을 소비자 입장보다는 생산자 입장에서 작성하는 경향이 있다. 결재 상신을 하면 상급자에게 가장 많이 지적을 받는 부분이니 아직도 마인드가 바뀌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다. 공문서 작성을 처음 배웠던 군대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를 들었던 부분이 기안자와 결재자가 누구인지, 발송일자와 시행일자가 언제인지, 오타가 없는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라 스스로 변명을 해 보지만 설득력은 없는 것 같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군대에서 배운 몇 가지 공문서 작성의 불문율이 있었다. 첫째, 세부 계획안과는 별도로 한 장에 내용을 압축한 요약본을 만들어라. 둘째, 모든 문장은 주어와 서술어가 있어야 하며, 접속사와 쉼표를 사용하더라도 한 문장은 두 줄 안에 끝내라. 셋째, 줄 바꿈 시 한 단어를 구성하는 글자들이 분리되지 않도록 조정해라. 등의 원칙들이 기억이 난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의 첫 단계에 배운 글쓰기 습관들이라 지금도 내가 쓰는 글들에 지배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 세 번째 원칙은 공무원들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하게 되는 한글(HWP) 워드프로세서의 [ Shift + Alt + N/W ]과 관련된 부분이라 일반인들은 해당 기능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이 재미있기도 하다. 내가 작성한 초안을 출력하여 문단 왼 쪽에 자를 대고 정렬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해 주던 선배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군대에서 문서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었을까 싶어 웃음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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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멋들어진 기본계획(이른바 '기획안')을 잘 만드는 장학사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공문의 화려한 도표와 간결한 표현들을 보면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부럽지만은 않다.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싶어서 생각하고 있는 기준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세운 기준에 따르면 가장 좋은 문서는 화려한 도표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정리된 문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의 양이 많아질 때, 이해를 돕기 위해 도표로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은 문서를 작성할 때 소비자의 입장에서 작성하는 중요한 기술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기술도 필요 없을 정도로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구성된 문서를 생산하고 싶다는 일종의 지향점을 세워 둔 것이다. 뭐, 매일 반려와 수정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장학사로서 변명을 적다보니 궤변이 되어 버린 것 같지만.
'공무원인 나'는 오늘도 컴퓨터를 켜고 모니터에 집중한다. 다른 공무원들이 생산한 수 많은 공문을 접수하고 해석하여 후속적인 절차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른 공무원들에게 이런 일이 있으니 이렇게 하라는 공문을 생산하기도 한다. 공무원, 특히 장학사가 하는 일의 스킬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글쓰기라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글을 잘 쓰는 것만으로도 업무의 상당 부분은 목표한 바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일의 성격에 따라 글쓰기의 중요성은 달라져야 하겠지만...).
한 장 글쓰기, 악습인가 아니면 꼭 필요한 역량인가.
모든 기획자에게는 가능한 모든 내용을 담고 있는 세부 계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계획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작성하는 요약본이 필요할 수도 있다. 공공기관이나 일반적인 회사 조직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상급자로 올라갈수록 책임권한이 집중되는 사람일수록 많은 일을 보고 받고 판단하여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도록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하여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을 상급자를 대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기에 요약본의 중요성이 세부계획보다 클 수도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한 장 글쓰기를 잘 하는 방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안내하는 참고문헌들 역시 많이 존재한다.
학교에서는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적인 이슈가 될 여지가 많다. 공무원에게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담당한다는 것은 일상적이지 않은 추가적인 업무가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를 비롯한 모든 업무 관련자들은 현재 상황이 어떤지가 가장 궁금하기 마련이다. 그 상황 역시 수시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내용을 갱신하기도 해야 한다. 여기서 업무 담당자에게 가장 중요한 스킬이 바로 한 장 글쓰기이다. 생산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기획안 성격의 한 장 보고서는 아니지만, 공무원이 어떤 사안의 핵심적인 내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고하기 위해서 한 장 글쓰기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장학사들은 담당학교나 담당업무와 관련된 이슈들이 수시로 터져나오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현황보고를 할 일이 많은 편이다. 이와 관련된 한 장 글쓰기는 나름의 틀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사실 작성방법과 관련된 고민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다. 다만, 현황보고를 위해 실제로 어떻게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지 신속하게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아주 어려울 뿐이다.
문제는, 세부적인 계획 문서와는 별도로 그 내용을 한 장으로 압축하는 요약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과연 꼭 필요한 일인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공문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요약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는 하지만, 세부 계획을 통해서 충분히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약본을 요구하는 것은 역량을 낭비하는 일이라는 의견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학교에서 받아보았던 교육청의 공문들은 대부분 요약본 파일과 세부적인 내용의 파일 두 가지가 한 세트로 첨부되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장학사가 되고 나서 공문을 접하는 지금은 요약본이 첨부된 공문을 보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생산하는 공문 역시 요약본을 별도로 만들어 첨부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공식적인 경우는 분명 달라진 것 같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원페이퍼를 만들어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문화는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수 많은 결재를 하는 상급자의 입장에서 어떤 내용의 핵심을 정리하여 보고해주는 하급자는 고마운 존재일 것이다. 하급자의 업무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별도의 페이퍼를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상급자들도 많다. 그런데, 하급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추진하기 위하여 상급자의 결재를 받아내야 한다면, 어떻게든 상급자를 설득하기 위해 기꺼이 원페이퍼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상급자의 기대와 하급자의 필요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인지, 공무원 사회에서 원 페이퍼 문화는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업무와 관련 없는 주제의 글쓰기
길게 썼지만, 일을 위한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무원이 쓰는 글은 내용은 달라질지언정 문장의 형태와 사용하는 용어들은 대부분 정형화되어 있다. 누가 그렇게 쓰라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여러 차례 고민하며 간결하고 명확한 표현으로 정리를 하다보면, 대부분 딱딱한 느낌의 문장이 완성되기 마련이다. 말 그대로 공무원이 작성한 공식적인 문서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 일을 계속하다보면 머리 속에서 반복적인 필터링을 하며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습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 이 단어를 다른 의미로 오해할 가능성은 없나? 비슷한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등의 끊임없는 필터링이 머리 속에서 계속된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자유롭게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하는 방식에서도 제한을 주는 느낌이 컸다. 물론, 업무의 특성에 따라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간결하고 완곡한 표현으로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이 나은 방향일 때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계속 반복될수록 생각을 어떤 틀 안에 가두게 되어 창의적인 역량이 필요할 때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래서인가 사춘기 청소년들이 두서없는 일기를 쓰는 것처럼 사십춘기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닌가 싶다. 글을 쓴다는 거창한 표현도 부끄러운 수준의 졸필이고, 아주 가끔 나만의 글쓰기 공간에 글을 쓰는 것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누가 시켜서 쓰는 글이 아닌 내가 쓰고 싶어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업무와 관계가 없는 글쓰기라고 해서 주제가 업무와 관계가 없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하루 종일 하는 일에 가장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일과 관련된 고민일수도 있고, 일하는 중에 느낀 생각일수도 있으며, 원래부터 삶의 관심사와 하고 있는 일이 일치하고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다보면 생각과 느낌이 정리되고,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앞으로 하고 싶은 상상 속 일들까지 연결되는 등의 즐거운 체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의 경험을 기록한 것에 불과한 글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영감을 준다는 사실은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이었다.
지난 2년 동안 '브런치'라는 인터넷 플랫폼에 별다른 목적 없이 주저리주저리 글을 썼다. 상업적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나만의 전문성을 뽐내기 위함도 아니었다. 그냥, 나만 볼 수 있는 비밀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은 중간에 그만 둘 것 같아서, 지속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열린 공간에 글을 쓰고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에 공감하거나 영감을 받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정기적인 글쓰기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41개의 글을 썼으니 2~3주에 한 개 정도의 글은 쓴 것 같다. 생각해보면 답답할 수밖에 없는 장학사 생활에 나름대로의 힐링을 위한 수단이었고, 실제로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 동력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것이 업이 된 삶이었기에, 하고 있는 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순환도 경험하게 되었다.
인터넷 글쓰기 플랫폼에는 참 많은 종류의 글이 올라와 있다. 때로는 아주 짧은 글을 통해서도 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글도 많이 보게 되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런 느낌을 주는 글을 남기고 있을 것이다. 젊은 친구들에게 SNS가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멋진 글이 아니더라도, 공감을 많이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성장기의 소년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젊게 살고 싶으면 글도 쓰고 운동도 해야 된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 부럽기도 하다. 나중에 더 후회하기 전에 더 열심히 글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바일 시대의 글쓰기, 새로운 만남과 가치의 창출
나는 원고지에 글을 쓰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독후감도 억지로 썼고, 대학입시에서 논술도 억지로 썼다. 원고지라는 양식을 좋아한 적이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PC통신에는 적극적으로 글을 남겼었다.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어 SNS를 통해 학생들이나 교사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아했다. 이렇게 보면 또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원고지에 펜으로 쓰는 것은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 모르겠다.
십수년 전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할 때도,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했을 때도 원대한 꿈이나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누군가와 연결되었고 새로운 만남의 기회들이 생겨났다.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쓰는 것은 두 장만 써도 손가락이 아프고 지루해서 포기했을텐데, 키보드로 글을 쓰면 A4용지 네 다섯장을 순식간에 쓸 수 있었다. 시대적 상황과 개인적 성향이 맞물려 키보드로 글을 쓰는 일이 친숙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교사로 살면서 아주 가끔 블로그와 유튜브에 체육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고 실제로 많이 성장했던 것 같다.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 때도 특별한 제한 사항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마음 껏 풀어냈던 느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장학사가 되어 자의반 타의반 생각과 행동을 정돈하게 되었다. 누군가 이야기했던 '40대만이 가지고 있는 사회생활을 한창 하고 있는 사람의 정갈한 이미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과거와 같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지만, 전문적인 글쓰기 플랫폼이라면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브런치'가 바로 그런 플랫폼인 것 같았고, 여기에 글을 쓸 때는 실제의 나보다는 더 나은 나로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의 주제도 일반적인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 '체육 교육', '스포츠 문화', '장학사', '디지털 문화' 등으로 분류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 전문 플랫폼이 과거의 블로그와 다른 점은 모바일 기기와 PC 모두에서 글을 쓰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무엇인가 생각이 났을 때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마치 메모처럼 글을 써 두면, 나중에 PC에 앉아서 미리 써둔 내용을 개요 삼아 문장으로 정리해 나갈 수 있다. 골방에 앉아서 작정하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삶의 틈틈이 적어둔 내용들이 모여서 하나의 글로 천천히 만들어져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단순히 글을 쓰고 저장하는 것(이른바 '작가의 서랍')을 넘어, 누군가에게 공개하는 게시(이른바 '발행')를 하는 단계를 구분해 둔 것도 부담 없이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유인점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장학사 이야기와 학교체육 이야기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브런치에는 '제안하기'라는 기능이 있는데, 실제로 내 글을 보고 여러가지 형태의 제안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를 통해 ISBN 찍힌 책에 글도 몇 번 실리는 즐거운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모바일 시대의 글쓰기 플랫폼이라는 것이 이런 의미가 있는 줄은 몰랐기에 여러가지 경험들이 모두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7718655
https://blog.naver.com/love3076/222416260115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출판 산업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 플랫폼에 올라온 글들을 통해 책을 만들기 위한 제안을 하고 있으며, 반대로 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책 한 권을 출판하기까지 자신의 원고를 들고 다니면서 수 많은 출판사에 제안을 하고 거절을 당해왔는가를 떠올려보면 세상이 참 좋아진 것 같다. 더 많은 재야의 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린 것이다.
어쩌다보니, 글의 맥락이 글쓰기를 통한 전문적 역량 발휘 또는 상업적 성공에 대한 이야기로 흐른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든 사람에게 글쓰기는 삶을 풍성하게 해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답이 있는 글을 쓰는 것이 업이라서 글쓰기가 지겨워 질 수도 있지만, 그 정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정답이 없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많이 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감히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내 주제에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특히 교육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글쓰기가 하고 있는 일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장학사가 책읽을 시간이 어디있냐는 물음에, '시간을 내서라도 책을 읽어야 일을 할 수 있지!!'라고 말씀하신 선배 장학사님의 말씀처럼...퇴근하고도 글을 쓰고 싶냐는 물음이 있다면, 나는 '글쓰기도 힐링의 방법이 될 수 있어요!!'라고 답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