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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May 02. 2021

럭비의 매력 #1 Rugby - No Side!!

달리고, 던지고, 잡고, 차고, 뛰어오르는 본능적인 즐거움의 스포츠 럭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럭비공


사람들은 일반적인 패턴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을 마주했을 때 '럭비공 같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표현을 쓰고는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럭비공이 이상적인 구형의 공이 아니라 길죽하게 생긴 모양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씩 스포츠뉴스에 나오는 슈퍼볼 경기 소식이 미식축구인지 럭비인지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쉬운 현실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에서 럭비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럭비의 재미를 아주 조금이나마(정말 조금밖에 모른다…) 알고 있는 체육 교사로서 럭비라는 너무나도 좋은 스포츠를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래서 허접한 수준이었지만 터치 럭비 수업도 시도했었고, 태그(플래그) 럭비도 기회가 될 때마다 수업을 했었다.


어린 아이에게 공을 주면 일단 들고 뛰고, 옆에 있는 아이들은 그냥 쫒아서 뛰며 즐거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단 어린아이 뿐만은 아니다. 농구 수업 첫 시간에 중학교 여학생에게 농구공을 주자마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공을 뺏으려 하고 도망다니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무엇인가를 들고 뛰어가고 쫒아가는 행동은 인간의 신체활동 욕구와 유희적 욕구가 결합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본능적인 행동이 아닐까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 본다. 사실, 이것이 바로 럭비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공 하나를 향하여 수십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땀을 흘리는 바로 그 행동을 위한 규칙을 정하고 경기로 만든 것이 바로 럭비 경기다. 체육사를 깊이있게 연구해본 적이 없어서 럭비의 역사를 줄줄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럭비 경기를 만들어낸 영국 럭비학교(Rugby School)의  '윌리업 웹 엘리스(William Webb Ellis)'라는 소년이 처음 시도했던 행동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으리라 감히 추측해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Z3Mbd9W9u50

럭비의 기원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상. 2015 영국 럭비 월드컵 개막식 공식 인트로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Z3Mbd9W9u50




럭비(Rugby)와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의 다른 점


럭비를 하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하나의 지점이 있다. 바로, 내가 럭비를 한다고 했을 때 상대방이 미식축구 이야기를 하는 순간이다. 아무래도 미국의 대중문화에 상대적으로 더 익숙하고 주변에서 쉽게 럭비를 접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비슷한 모양의 공을 사용하는 두 종목을 구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럭비의 외형적인 요소와 본질적인 요소를 구분하여 럭비와 미식축구의 차이에 대하여 나름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먼저, 외형적인 그러니까 직관적으로 구별되는 다름은 공과 장비에서 발견할 수 있다. 럭비공이 미식축구공보다 조금 더 크고 둥근 형태인데, 미식축구공은 한 손으로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럭비공은 두 손으로 공을 잡는 경우가 많아서 이러한 형태로 정착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사람들에게 럭비공과 미식축구공의 다름에 대하여 막연하게 설명해주기는 어려우니, 그림을 통해서 비교하여 설명하자면 다음 그림과 같다.


럭비공과 미식축구공의 차이 : 크기와 모양 비교


럭비공과 미식축구공의 다른 점은 크기와 색, 소재만큼이나 특이한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미식축구공에 있는 '레이스(laces)'다. 내가 대학교에서 럭비를 접하고 하던 시절에는 분명 럭비공에도 이 부분이 있었다. 럭비공에서는 레이스를 활용한 기술이 특화되거나 대중화되지 않았었고, 공의 소재 자체를 천연가죽에서 미끄럽지 않은 돌기형 합성피혁으로 변화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레이스 부분이 없어졌다고 한다(솔직히 공식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미식축구 경기에서는 쿼터백이 전진패스를 시도할 때 손가락을 활용한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인지, 공의 공식 규격에서 레이스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럭비와 미식축구의 다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선수들이 착용하는 보호장비에 있다. 미식축구는 헬멧과 각종 보호장구를 완벽하게 갖추지 않으면 경기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선수의 안전을 위한 장비의 규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야구, 아이스하키와 비슷한 점이 많은 종목이다.


미식축구 경기를 위한 선수용 보호장비 (*출처-중앙일보 2006.2.16., 조선일보 2008.4.20.)


반대로 럭비의 경우에는 축구와 복장에서 차이가 거의 없는데, 심지어 축구 경기의 필수 조건인 정강이보호대도 착용하지 않는다. 물론, 럭비 경기에서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헤드기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수준급 선수들의 대부분은 헤드기어를 착용하지 않는다. 사실상 머리의 충격 보호보다는 귀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의 실효성이 더 크기에, 많은 선수들이 귀를 보호하기 위한 테이핑 정도로 경기를 준비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감히 추측해 본다. 말 그대로 럭비는 맨 몸으로 부딪히는 스포츠라는 점이 미식축구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에 나선 뉴질랜드 럭비 선수들의 모습.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있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출처-뉴질랜드 럭비 홈페이지 https://www.allblacks.com)


경기 내적인 부분에서 럭비와 미식축구의 가장 큰 차이는 전진 패스의 허용 여부와 볼이 데드되는 순간의 빈도와 인플레이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럭비는 앞 쪽으로 패스를 할 수 없다.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공을 가진 선수가 앞으로 한 발이라도 나아가야 한다. 공을 가진 선수가 상대팀에게 저지를 당한다고 해서 무조건 경기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며, 가능한 연속적인 장면으로 경기가 인플레이되는 경우가 많다.


럭비(Rugby)-축구(Football, Soccer)-미식축구(American Football)의 특성 비교 (*출처-위원석의 삼위일체 네이버 포스트, 2019)


사실, 체육 교사 입장에서 럭비나 미식축구를 구분하여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를 생각해보면 터치럭비, 얼티미트 프리스비(플라잉디스크), 플래그풋볼을 넘나들며 지도를 했다. 기본 구조가 같은 경기의 맥락이었기에 시너지 효과도 컸다. 나아가 농구, 축구, 핸드볼까지 영역형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통하는 점이 있어 한 종목의 경기 경험이 또 다른 경기에 적용되면, 안목과 역량을 높여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럭비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럭비에 마음이 더 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수업 때문에 연구하고 지도해본 플래그풋볼도 너무 재미있었기에 두 종목이 서로 대립하는 상황은 없었으면 한다. 선의의 경쟁으로 함께 대중화에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럭비의 매력은 바로 경기를 관통하는 철학에 있다.


럭비를 한 사람은 럭비가 얼마나 멋진 철학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인지 잘 알고 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딱 한 경기만 해보면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All for one, One for all)'의 정신을 저절로 알 수 있게 된다(논리적이지 않은 말이지만 표현하기 어려워 생각나는대로 썼다.). 경기가 끝날 때 '노 사이드(No-side)'를 외치는 심판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멋진 표현이었다. 대학교 1학년 봄, 오류동 럭비 경기장에서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정신없는 상황에서 첫 경기를 마치고 경기장 앞 목욕탕에 갔었다. 그 곳에서 만난 상대팀 선수들과의 대화에서 '노 사이드'가 무엇인지 저절로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런 럭비 경기의 멋진 철학은 럭비경기의 공식적인 경기규칙 문서의 첫 장에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다. 럭비경기 규칙 문서를 처음 본 순간 '아, 이래서 럭비가 멋진 스포츠구나'를 다시 한 번 느꼈던 순간이었다. 수십 개 종목의 경기규칙 문서를 봤지만, 럭비 경기규칙처럼 서두부터 종목의 철학을 이렇게 멋지게 써 놓은 종목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젊은 날, 딱 4년 그것도 날라리로 럭비를 했던 사람으로서 내가 럭비 경기의 매력을 글로 표현할 자격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럭비의 매력을 보여주는 럭비경기규칙의 원문과 번역본을 공유하면서 럭비의 매력에 관한 첫번째 글을 마친다.


Laws of the game Rugby Union ‘Foreword(머리말)’ & ‘Playing Charter(경기 헌장)’ (World Rugby, 2021)




럭비 경기규칙 문서의 서두, '머리말, '경기 헌장(Playing Charter)'-럭비 경기의 철학이 담겨있다. (대한럭비협회, 2020)


#참좋은스포츠 #VeryGoodSports #AreteSport #스포츠가치



*럭비경기를 직접 설명하기 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글이 있어 아래와 같이 추천합니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955822&memberNo=35231836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957884&memberNo=35231836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988819&memberNo=35231836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993838&memberNo=35231836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965121&memberNo=35231836


https://blog.naver.com/kusf_sport/220612455707


https://blog.naver.com/kusf_sport/220612464223




다음 글은 럭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럭비의 로망. 럭비의 브라질. 뉴질랜드 'All Blacks' 럭비와 전설적인 선수 '요나 로무(Jonah Lomu)'에 대해서 감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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