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양도성길
혼자보단 둘, 둘보단 셋.
나에게 등산은 늘 그렇다.
혼자라면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일도, 함께하는 이들이 있으면 가능해진다. 완연한 봄날이었던 6월, 생각보다 큰 인내가 필요했던 한양도성길 20km를 완주했다.
혼자였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정말, 함께한 이들 덕분이었다.
한양도성길 20 km
위치: 서울 한양도성길
코스: 숭례문 - 인왕산 - 백악산 - 낙산 - 남산 - 숭례문
날짜: 2025. 6. 4
교회 등산 모임 팀원 10명과 함께, 마치 외국인 관광객처럼 숭례문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한양도성길을 걸어 나섰다. 숭례문을 지나 인왕산으로 향하는 길, 모자와 선글라스를 챙겨 썼지만 그늘이 없어 내내 햇볕이 따가웠다.
정상에서 인증사진을 남기고는 원점회귀 대신 부암동 방면으로 하산했다. 내려가는 길은 조망이 아름다워,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기를 반복했다. 해는 뜨거웠지만 눈이 즐거우니 힘든 줄도 몰랐다.
평소 같으면 여기서 산행을 마치고 맛있는 식사로 이어졌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첫 번째 목표 달성일 뿐, 본격적인 시작은 이제부터였다..
다음 코스는 백운산. 성곽길을 따라 올라가니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고즈넉하고 참 멋졌다. 하지만 계단이 이어지다 보니 다리도 바쁘고, 아름다운 조망을 담느라 눈도 바빴다.
백운산은 계단이 많아서 그런지, 등산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팀원 세 명이 유독 힘들어했다. 결국 무릎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세 명은 남산에 도착하기 전 귀가하기로 했다.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
낙성공원에서 인증을 마치고 드디어 점심시간! 남은 일정이 있기에 거하게는 먹지 못하고 간단히 냉면으로 한 끼를 해결했다.
그 순간, '냉면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나?' 싶을 정도로 온몸에 힘이 돌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면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불편함이 찾아왔다.
낙산공원에서 인증을 하고 흥인지문성곽공원을 지나는 길에 노란색 금잔화가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파도가 또 있을까?’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마음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사진 삼매경에 빠졌다..
평소에는 가볍게 걸을 수 있었던 남산. 하지만 이미 체력을 다 소진한 상태에서 마주한 남산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저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는 닿을 듯 닿지 않고, 걸을수록 멀어지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지막 인증 장소인 봉수대까지 도착했다.
문제는 시간.. 배지를 받으려면 오후 5시까지 안내소에 도착해야 했는데, 시계는 이미 6시를 넘어 있었다.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며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처음 시작했던 숭례문에서 다 같이 인증숏을 남기고 한양도성길 완주를 자축했다.
완주의 기쁨은 며칠 뒤, 다시 찾아왔다
이번엔 차를 타고 편하게 안내소를 찾아 배지와 완주 인증서를 발급받았다. 그리고 기념으로 남산돈가스까지! 그날의 고단함은 시간이 흐르며 추억으로 남았고, 결국 남은 건 함께여서 가능했던 성취감이었다.
혼자보단 둘, 둘보단 셋.
함께 걷는 길이기에, 이 날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