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한 취미, 등산
‘코로나’라는 세 글자가 온 세상을 멈추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카페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고, 식당도 인원 제한이 생기고.. ‘거리두기'라는 말이 일상이 되어버린 답답하고 무료한 날들. 그때 나에겐 새로운 취미가 하나 생겼다.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함께 등산이란 걸 하게 됐다. 등산이 난생처음인 나는 별다른 준비 없이 마스크를 단단히 하고 청계산에 올랐다. 마스크 안은 산의 상쾌한 공기보단 나의 콧김으로 가득 찼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에 정상까지 쉬지 않고 올라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해방’과 ‘자유’라는 단어와는 반대되는 시기였기에 그 감정이 더 진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한여름 땡볕 아래, 모자도 없이 올라 얼굴은 익고, 티셔츠는 땀에 젖고, 몰골은 말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난생처음 해보는 도전이 마냥 재미있고 정상까지 온 나 자신이 대견했다.
물론 내려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등산’의 ‘등’ 자도 몰랐던 우리는 정해진 등산로를 두고 엉뚱한 길로 들어섰고, 미끄러지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겨우겨우 산에서 도망치듯 내려왔다. 그렇게 온몸이 땀과 흙투성이가 된 채 도착한 산 아래. 근처 식당에서 먹은 닭한마리 한 냄비를, 정신없이 뚝딱 비워냈다.
얼굴은 땀범벅에 옷도 흙투성이가 되었는데, 그땐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그날 이후로 나의 주말은 ‘등산’으로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