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모임에서 제출한 소설
결국 작은 형도 돌아오지 않았다. 달달한 냄새가 난다며 금방 목표물만 가져오고 돌아오겠다던 작은 형. 그는 소식 없이 10일 넘게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 군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 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제.. 자네 차례라네.
-…
-행운을 빌겠네. 만반의 준비를 하게나..
진정으로 행운을 빌어주는 표정인지 명복을 빌어주는 표정인지 모를 노인의 눈물이 보였다.
저번 달까지만 해도 군단 밖에서 엄청난 식재료를 가져오던 큰 형은 세 번째 외출 이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소식에 격분하던 작은 형은 다음 날 큰 형이 다녀온 목표 지점을 다녀왔고 더 많은 식량과 함께 금의환향하여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다음 날 작은 형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다시 밖에 나갈 채비를 했다.
-형. 하루만 더 있다가 나가는 건 어때? 연달아 나가는 건 위험해. 큰 형도 그랬잖아…
-아우야, 너는 나가보지 않아서 모른다. 내가 힘이 딸려서 가져오지 못한 식량이 산더미야. 꿈에서도 아른거려. 이번에 꼭 가져와야만 해.
-욕심 내지 말자. 앞으로 일주일은 거뜬히 버틸 수 있는 걸.
-금방 다녀올게. 딱 내가 못 가져온 것들만 들고 올거야. 얌전히 여기 잘 지키고 있어.
내 손을 잡고 싱긋 웃는 작은 형의 그 얼굴이 마지막이었다. 이제 작은 형의 손이 아닌 이미 나의 사망이 확정된 전장으로 보내는 어르신의 손이 포개어져 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기다리겠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건투를 빕니다!
우리 군단들의 응원과 위로를 뒤로 한채 그곳으로 출발했다. 아마도 시체가 된 작은 형의 목표 지점으로.
그곳까지 가는 길은 매우 어두컴컴했다. 하지만 우리 군단만의 생존 습성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달큰한 향이 느껴지는 길을 따라 걸어 나갔다.
점점 향이 진해졌다. 사방이 어두웠지만 알 수 있었다. 그 곳에는 앞서 두 형들이 포기하지 못했던 목표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물론 이것들에 눈이 멀어 나는 두 형을 잃었지만.
두 형과 달리 소심한 성격이었던 나는 식량을 마주하자마자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딱 일주일만큼만. 우리 군단에서 요청했던 양만 가져가기로 했다. 우선 작은 형이 가장 좋아했던 빵 조각 먼저 모으기 시작했다.
한참을 계획된 양만큼 식량을 채웠다.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큰 형이 좋아하던 과일 몇 개가 남아있었다. 아직 큰 형의 장례도 마치지 못한 상태로 굶주린 군단을 위해 이 자리에 왔다. 돌아가면 이 과일을 형 제사상에 올려준다면… 형이 좋아하지 않을까.
쿵, 쿵, 쿵…
세 번의 소음이 들렸다. 하지만 이윽고 다시 고요해졌다. 내가 있는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울려 퍼진 소리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과일을 주섬주섬 쑤셔 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소음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쿵, 쿵, 끼익-
달칵-
갑자기 주변이 환해졌다.
“아악! 또 나왔네!”
어둠이 익숙한 내게 치명적인 눈부심이 느껴져 그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에프킬라 어딨어!”
쿵, 쿵, 쿵, 쿵-
아직 몸에는 군단들과 우리 형들을 위한 식량들이 있다. 이렇게 죽을 수 없다. 빠른 다리로 벽을 타고 올라갔다.
치이이익-
무언의 액체가 몸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평생 느껴보지 못한 고통이 온 신경을 타고 흘렀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먼저 떠난 형들의 얼굴이 저 멀리 보이는 것 같았다.
“…여보세요. 네, 방역업체죠? 지금 또 한 마리 나왔거든요. 네, 빨리 와주세요.”
형아들… 미안해. 나도 실패했어.
“이 미친 것. 죽어라!”
치이익- 치익!
너무 몸이 뜨겁다… 그래도 형들 있는 곳으로 가면 따뜻하게 맞이해줘.
“으 , 사후경직인가? 미쳤나 봐.”
치이이익-!
“죽어, 죽어!”
곧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