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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건 내 정신병에 대한 고백일 수도 있다.
대단한 사람들 사이에서 내 밑천을 드러내야 하는, 프리랜서에게는 치명적인 글이 될 수도 있다.
글을 쓰는 와중에도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그 정도 아닌데 너무 엄살 부리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엔 객관적인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 외에 나 같은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안다.
내가 먼저 손 들고 떠들면, 나 같은 사람들이 ‘저요! 저도 그래요!’ 하고 뛰어와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채널을 열었다.
사회에 내뱉어져 일한 지 10년차, 나는 커리어가 애매한 사람이 됐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고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살다 보니 그렇게 됐다.
앞으로 여기에 쓸 내용들은 내 약점에 대한 고백이자 누군가에 대한 고발이자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될 것이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온갖 업무들을 다 쳐내가며 열심히 일했지만 입퇴사가 잦았고,
내 정신 건강이 허하는 선에선 최대한 참았지만 그럼에도 퇴사 말곤 답이 없었고,
많아진 나이와 연봉을 감안해주겠다는 회사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코로나 시기 이후로 나는 다시 타의적인 프리랜서가 됐다.
요즘 들어 인생은 기세라는 말을 실감한다.
그리고 일을 확장시켜야 하는 프리랜서에게는 기세가 참 중요하다는 것도 안다.
근데 너무 양심적으로 살아온 탓인지, 아니면 내가 진짜 뭣도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기합을 아무리 내질러봐도 밀어붙일 기세가 생기질 않는다.
보통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어떤 글을 쓰는지, 스레드나 브런치를 쭉 둘러보면
글쓰기를 잘하는, 성공하는 작가가 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는 글이 눈에 띈다.
난 저렇게 말할 거리가 없는데, 싶어서 위축이 된다.
그러다 맥없이 결정을 내린다. 척하는 건 금방 밑천이 드러나겠지. 그냥 내 성격대로 쓰자.
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차차 회고해보고,
기세 없는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에 대해 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