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회사에서 내뱉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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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지


나는 왜 입퇴사가 잦았을까? 왜 길어야 2년일까?

그동안 원인을 확실하게 모르겠으니 자책만 했다.

그 회사가 이상했던 거라고 결론 짓고 말아버리자니 왠지 내 문제 같았고,

결국 내 성격과 능력에 하자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근데 진짜 내가 그렇게까지 문제라면 어느 회사든 짤렸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은 거다.

그래서 차분히 생각해봤다. 나는 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결국 홀로 서게 되었는지.


1. 참을성이 없었나?

경상도민 아니랄까봐 성격이 불같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꼭 한 마디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아니다 싶으면 단칼에 그만둬버리기도 한다. 어쩌면 그래서 회사를 쉽게 그만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근데 좀 더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었다는 걸 금방 깨닫는다. 힘든 일이 있어도 최대한 혼자 해보려고 애써보고, 그래도 안 되면 상급자에게 면담을 요청한다. 하지만 직장 좀 다녔다 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거다. 요청한 것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개인인 나에게 ‘네가 좀 참아라’ 하는 식으로 무마되는 엔딩이 대부분이다. 어찌어찌 견뎌보려고 하지만 왜 내가 이걸 다 견디고 있어야 하는지 여전히 의문스럽고, 버티다 결국 정신이 아파진다. '이런 데'서 '이렇게까지' 버티는 내가 너무 불쌍해진다.

2. 멘탈이 약한가?

참으라고 하면 참았어야지. 왜 못 참았는가?

그래. 내 멘탈이 약했을지도 모른다. 납득이 안 되면 행동하지 못하는 고질병이 있어서, 왜 나만 이걸 다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싶으면 그만두고 싶어진다.


회사에서 참으라고 했던 문제들이 과연 참을 만했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로 돌아간대도 퇴사를 선택했을 것이라는 결론에 가닿는다.



3. 그냥 회사운이 안 좋았나?

정규직으로 논의되었던 자리가 갑자기 계약직으로 바뀌는 바람에 내뱉어진 전적이 있었으니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합리화를 해보자면, 말로만 나가라고 하지 않았지 등 떠미는 것과 다를 바 없었던 언어폭력 사태도 종종 있었다. 그렇다고 매순간 운이 없었던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은 내 선택이었다.


정신승리 같은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일어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한 배에서 태어난 친오빠는 한 회사 들어가서 오래 엉덩이 붙이고 8-9년 잘만 버티는데 나만 이렇게 정착하지 못하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다.



이런 경험들이 도움 되는 순간도 언젠가는 오겠지. 어떻게든 프리랜서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거나. 뭐든 지나고 나면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 아, 나 그동안 뭐했지? 왜 이렇게 돈을 못 모았지?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왜 남는 게 없지? 왜? 왜? 마음이 조급해져서 길길이 날뛰어도 봤지만 일단 진정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할 때인 듯싶다. 할 일을 하다 보면 지금 내가 했던 생각, 겪었던 일들에서 무언가 깨달음을 얻게 될 날이 올 거다. 막연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뭐 어떡해. 그렇게 생각해야 정신건강에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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