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욕구 충족의 장,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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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지

인정욕구를 채우려고 인터넷에 온갖 족적을 남긴다. 다음카페와 ivyro를 비롯한 온갖 도메인 사이트를 거쳐 포스타입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팬픽을 썼던가. 그렇게 차고 넘치게 글을 쓰고도 할 말이 많은 나를 보고 7년지기 친구 목수가 팟캐스트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처음 제안을 들었을 땐 일하느라 바빠서 주저하고 있었는데, 일도 관뒀겠다 한번 해보자 싶어 바로 시작했다.


마지막에 다녔던 회사에서 얻은 울화를 해소하러 간 2박 3일의 템플스테이에서 기억에 오래 남는 이름으로 팟캐스트 이름을 지어보자는 얘기를 하다가, 문득 내가 남들 다 좋아하는 대기업 아이돌 마다하고 중소기업 아이돌만 줄기차게 응원하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 절 들어가는 길에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가 주욱 늘어서 있는 걸 보고 “중품아 어때? 중소를 품은 아가씨들.” 했다가 그만한 임팩트를 주는 이름을 짓지 못하는 바람에 방송 이름은 그대로 중품아가 됐다.


오래 할 수 있을까. 얘깃거리가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시작했지만 머쓱할 만큼 여전히 할 말이 넘치고, 하고 싶은 얘기를 끼워 넣을 주제를 새로 기획해야 할 지경이다. 방송 초반에는 쇼미더머니 미션마냥 마이크를 가운데에 놓고 서로 선점하듯 말했는데 이젠 꽤나 합이 잘 맞는다는 피드백을 듣고 있다.

‘내가 재밌으면 듣는 사람도 재밌다’는 믿음을 갖고 마음껏 떠들다 보니 가끔 대중문화 카테고리 순위권 나들이도 하고, 회를 거듭할수록 조회수도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좋아하는 이진송 작가님의 팟캐스트 방송에 소개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팟빵에서 메인 페이지에 우리 방송 배너를 제작해 띄워주기도 했다. 50회도 진행되지 않은 신생 방송이지만 성장세가 보이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든다.


팬픽, 팟캐스트, 에세이. 나의 생산물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나 같은 사람들이 또 있겠지’인 듯싶다. 메이저한 취향이 아니라 엄청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몰라, 난 이게 좋으니까’ 하면서 남들이 좋아하는 얘기 대신 내가 좋아하는 얘기를 한다. 그렇게 나 같은, 또는 나랑 취향이 같은 사람을 모은다. 꼭 취향이 같지 않더라도 혼자 신나게 떠들고 있으면 뭐가 저렇게 재밌나 싶어서 모여들 거라 믿는다.


앞으로 30대 여자들이 할 법한 커리어 고민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볼 생각이다. 누군가에게 정답을 줄 만큼 현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같이 얘기를 나누다 보면 해결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고민이란 가끔은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해결 방법이 떠오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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