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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Jun 19. 2020

제주에서 라이브커머스하기

제주살이를 꿈꾸는 당신과 나누고싶은 이야기

제주에 살고 있는 #후룩쥔장 입니다.


오늘은 #제주에서유통하기 와 관련하여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라이브커머스 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제주농수산온라인유통 이다보니 플랫폼에 대해 아무래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가장 만만하게_하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은 #스마트스토어 입점만으론 턱없이 부족하기에 #오픈마켓 도 둘러보게 되고, #농수산직거래사이트 도 둘러보게 되지요. #농산물직거래카페 와 #농산물직거래밴드 에도 입점하여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다수의 플랫폼들은 수수료가 있어요. 초기 입점비를 내거나 판매시 수수료를 제하고 입금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저희처럼 영세 유통업체가 하기에는 힘든 일이지만, 도매업자를 상대로 하는 대형유통업체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은 아마도 #홈쇼핑 일 거예요. 


이미지 참조_모비인사이드


#언택트 소비시대에 그렇지 않아도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던 홈쇼핑에게는 지금의 이 시기가 그야말로 황금시대가 아닐까  싶어요. 당장 칠십대인 저의 친정엄마와 오십대인 언니들 모두 홈쇼핑 중독이라 할만큼 홈쇼핑을 애용하고 있지요. 아마 저희 집에도 TV가 있었다면 저 역시 굳이 보려하지 않아도 리모콘을 손에 든채 멍하니 TV에 빠져 보고 있었을 것 같아요. 다행히도 저희집엔 TV가 없습니다. 


저보다 먼저 유통업을 시작했던 남편을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홈쇼핑의 시스템은 알고 있었어요. 

처음 제주 농수산물 유통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격려와 응원을 하며 홈쇼핑에도 진출해보라고 했었죠. 저 역시도 좋은 아이템이 있다면 진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당시에는 물량도 충분했기 때문에 남편에게 홈쇼핑 입점을 추진해보자 했었죠. 그런데 남편은 반대했어요. 이유는 그랬어요.


"홈쇼핑 아무나 들어가는 거 아니야. 일반 사업자가 판매하겠다고 해도 엠디가 잘 만나주지도 않아. 연결해주는 전문 유통대행업체가 꼭 껴있어. 그것도 한개 업체가 아니라 두세 단계씩, 더한 곳은 대여섯개 업체가 껴있는 곳도 있어. 
홈쇼핑에선 가격이 먼저야. 판매되는 양이 크니까 그걸 담보로 엄청나게 가격을 후려치는 거야. 홈쇼핑 나오는 제품들 가격 봐봐. 어떻게 저런 가격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싸. 그 공급가를 홈쇼핑에서 미리 정해버려. 그 가격 아니면 안 받는다고 으름장을 놔. 그러면서 수수료는 엄청 쎄. 이후 반품이나 환불에 대한 부분도 당연히 업체가 모두 떠안는 조건이고. 그걸 감당할 수 있는 곳만이 들이댈 수 있는 곳이야."


"그렇게 남는 게 없다고? 아니 그럼 홈쇼핑에서 판매되고 들어가지 못해 안달인 그 많은 업체들은 어떻게 버티는 거야? 홈쇼핑 판매량이 엄청날텐데 매출로 보면 남는게 있으니 들어가는 거겠지.


"당연히 남는게 있겠지. 그런데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거야. 물량도 워낙 많다보니 그 양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너 홈쇼핑에서 파는 생선들 봤지. 방송때 나오는 그 크기로 판매했다간 다 마이너스야. 실제 받아보면 그보다 작은거니까 그 가격이 가능한거지. 그리고 소량판매는 안하잖아. 일단 대량으로만 판매하니까 마진 적어도 박리다매로 파는거지. 우리같은 소상공인은 들어갔다  피 터지고 나와. 결국 배부른 곳은 홈쇼핑이지. 그쪽은 리스크 전혀 없거든. 수수료만 챙기고 문제 있으면 업체에 다 전가시키면 되니까. "


남편이 아는 제주의 몇몇 업체들도 부푼 기대를 안고 홈쇼핑에 들어갔다 쓰라린 상처만 입고 결국은 자체몰이나 오픈마켓을 통한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였어요. 제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확실히 알순 없었지만, 적어도 농수산물 같은 생물을 홈쇼핑에서 직거래로 판매하는 것은 어렵단 걸 인정해야 했어요. 홈쇼핑에서 원하는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롭고 그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건 중간유통업체인 밴더들이었으니까요. 운 좋게 미리 싼 가격에 대량구입을 할 수 있어야 수확시기에 맞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하겠지요. 


그럼에도 홈쇼핑은 참 매혹적으로 다가왔어요. 보기좋고 먹기좋게 포장해주는 쇼핑호스트들의 능력과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구매,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놓치기 아까운 판매 방법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홈쇼핑과 비슷한 매체가 등장했다는 거예요. 홈쇼핑처럼 입점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별도의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며, 중간 벤더들을 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어요. 


바로 #라이브커머스 였어요
AK플라자와 손잡은 GRIP_이미지참조_매일경제





처음 이 플랫폼에 대해 들었을때 저는 바로 무릎을 쳤어요.

 '그래, 바로 이거야.'


딱 저같은 사람들을 위한 거 같았어요. 저희같은 영세 업자들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전문 호스트가 아닌 저같은 아마츄어들도 직접 영상을 통해 판매할 수 있다니 딱 저희에게 필요한 매체였던 거예요. 저희는 따로 전문호스트를 고용할 돈도 없었고, 마케팅할 여력도 안됐으니까요. 그저 신선함, 좋은 상품, 맛있는 먹거리라는 자부심, 그걸 알리고 싶었어요. 글과 사진만으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었고 그걸 영상으로 보여줄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생각했죠. 그렇게 저희의 #라이브커머스 도전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가을쯤이었어요. 노지 귤 수확철이 시작되었고 나무마다 주렁주렁 달린 귤들을 보며 맛있을때 얼른 팔아야 할텐데, 이 많은 걸 다 어디다 파나 싶었지요. 마침 신생으로 이제 막 출발한 한 라이브커머스 업체를 컨택하게 되었고, 너무도 쉽게 입점을 할 수 있었어요. 홍보기간이라 수수료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별도의 장비가 필요없단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라이브커머스 에 대한 개념 자체가 좀 생소했던 때라 크게 기대하긴 어려워 보였지만, 어찌됐든 대세는 실시간 방송 이었기에 남편과 저는 분명 확장 가능성이 높은 플랫폼이라 봤어요. 당장은 큰 매출이 없어도 꾸준히 하면서 노하우를 얻게 되면 이후에는 또 하나의 판매망으로 그 활용가치가 높을 거라 봤지요.


방송날짜가 잡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입점하여 진행중인 업체들의 방송을 몇개 시험삼아 봤어요.

그야말로 아마츄어들이 많았어요. 별도의 콘티도 없이, 무대나 소품의 준비도 거의 없이 황당하게 하는 방송도 많았어요. 방송은 시작됐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5분간을 멍하니 화면만 보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자기들끼리 잡담하며 떠들다 끝난 방송도 있었어요. 한시간 동안 정말 뭔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는 방송도 있었고, 방 한켠에서 혼자 고기를 굽고 제품을 설명하고 먹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먹방들도 많았어요. 


사십대인 저희에게 사실 요즘 유튜브나 아프리카TV같은 동영상은 좀 어색해요. 

아무리 먹방이 대세고 유튜버가 최고의 장래희망인 시대라지만 영상을 보는 내내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은 어쩔수가 없더라구요. 그들의 어색함속에서 드러나는 부끄럼이 왜 일면식도 없는 제 몫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아, 나 이거 못할 거 같은데?'

한숨이 저절로 나왔어요. 이미 방송날짜는 잡혔고 배너제작과 함께 예고편까지 나간 상태였어요. 


피할수 없으면 즐기지, 에라 모르겠다, 특유의 도전의식이 발동했죠. 남편의 아이디어로 우리는 좀 다르게 직접 귤밭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기로 했어요. 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밭도 보여주고, 귤 따는 모습도 보여주고, 바로 따서 바로 보내준다는 컨셉에도 부응하고 뭔가 그림이 남다를것 같았죠. 다만, 그야말로 라이브방송이다보니 가장 사람이 몰리는 저녁시간대가 아닌 한낮이어야 한다는 점이 걸리긴 했어요. 그래도 우린 좀 달라보이고 싶었기에 밀어붙였어요.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던 감귤밭


예정된 일요일 낮 2시가 되었어요. 

전날 골라놓은 농부컨셉의 밀짚모자를 쓰고 화면에서 깨끗해 보이도록 흰 브라우스와 청바지를 입었죠. 방송 1시간전, 좀 진하다 싶을 정도의 메이크업을 하고 생전 안 바르던 마스카라까지 신경써 꼼꼼히 발랐어요.  부랴부랴 당일 아침에 썼던 대본을 다시 한번 소리내어 읽어보고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 감귤밭으로 향했어요. 


콘티대로 감귤주스를 만들 블렌더와 컵, 당도를 측정할 당도계, 귤을 딸때 필요한 전지가위와 귤을 소복히 담을 라탄 바구니, 그리고 갬성을 더해줄 체크무늬 매트담요까지 챙겼어요. 모든 소품들을 가지런히 늘어놓고 싱싱한 귤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핸드폰 앞에 섰지요.


 아, 정말 떨렸어요. 지금이라도 안하고 싶단 생각만 들었지요. 준비했던 말들도 모두 사라지고 머릿속이 새하얘지는데 남편은 앞에서 카운트를 시작했어요. 

3초전, 2초전, 1초전, 시작!


영상으로 멋적게 웃고 있는 못생긴 제 얼굴이 보였어요. 

아, 절망이었어요. 내가 이렇게 못생겼던가?

예쁜 연예인까진 아니더라도 아주 못생긴 연예인보단 조금은 나을꺼라 생각하며 그동안 제 입에서 나왔던 연예인들에 대한 외모비하 발언들이 모두 후회되는 순간이었어요. 자동적으로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고 어색하게 웃었지만 정말 쥐구멍이 있다면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난 오늘 귤을 팔러 온거다. 적어도 내가 팔고 있는 이 귤은 소개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란 생각에 두서없이 준비한 얘기들을 해 나갔습니다. 


귤따는 모습을 클로즈업할땐 덜덜 손이 떨려 급하게 가위질을 해댔고, 귤을 블랜더에 갈땐 다 갈리지도 않은 덩어리진 과육을 통채로 컵에 따라 부었어요. 컵에 따른 쥬스가 목구멍을 타 넘기도 전에 '음~ 맛있어요'를 연발했고, 신고 있던 제 신발이 예쁘다는 어느 댓글엔 기가 막혀 박장대소를 했네요. 


무엇보다 방송하랴, 댓글 확인하랴, 주문 확인하랴, 준비한 설명하면서 질문에 대답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게다가 카메라를 찍고 있던 남편이 중간중간 보내는 소리 없는 지적질에도 반응해야 했지요. 

정말 보기 싫었지만 어쩔수 없이 모니터링 삼아 나중에 봤던 제 영상에선 잘 떠들다가도 남편을 바라볼 땐 인상 엄청 쓰며 짜증내는 얼굴이었더라구요. 


30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참 길었어요. 

해야할 멘트가 있었고 생각이 많다보니 말이 점점 빨라졌고, 준비한 내용을 다 말하고 났는데도 시간이 남았어요. 남은 시간을 애드립으로 때우자니 미사여구만 점점 화려해졌어요. 

그냥 맛있다고만 해도 될 맛에 대해서도 '정말 달콤하죠', '진짜 맛있네요.'. '사실은 말이죠'란 말이 입만 열면 나오는 거예요. 말이 정리정돈이 안되는 그야말로 날 것의 방송, 라이브방송이었네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방송시간이 끝났고 그제서야 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판매량은 12박스. 생각보다 저조한 판매량이었지만 첫방송치곤 나쁘지 않았다 생각했어요. 그저 방송을 해냈다는 사실만 기뻤어요. 

첫번째 방송 이후로 세번정도 방송을 더 했어요. 귤밭에서 흑돼지를 굽기도 하고, 플리마켓으로 참여한 바닷가에서 별말없이 바다를 보여주기도 했어요. 공사 중인 집 창고에서 고기를 굽기도 했죠. 


방송횟수가 늘수록 방송이 좀더 쉬워질 줄 알았는데 매번 방송시간이 다가올때면 부담감이 너무 컸어요.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오늘은 또 뭘 보여줘야 하나? 남들과 어떻게 차별화를 시켜야 하나? 오늘은 또 뭘 입어야 하나?'등등 고민꺼리가 너무 많았어요. 그나마 귤철에는 귤이 좀 나갔지만, 흑돼지는 판매가 저조했지요. 


라이브커머스의 시청 연령층이 주로 2,30대 젊은 층이다 보니 아이템의 한계가 보였어요.


과일이야 남녀노소 누구나 먹는 품목이니 그나마 판매가 되었지만, 저희가 취급하는 야채나 고기, 생선의 주 소비층은 주부인 4,5,60대였거든요. 판매가 잘 안 됐어요. 라이브 방송에서 주로 다뤄지는 아이템은 젊은층에게 인기있는 옷이나 스낵류, 데워 먹기만 하는 레토르 식품, 또는 다이어트 제품들이었던 거 같아요. 


이후 지속적으로 방송을 할 생각이 없어진건 방송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아이템에 대한 부분이 더 컸어요. 제가 들이는 노력에 비해 저희 아이템들은 효과가 너무 없었거든요. 어쨌든 지난 가을부터 겨울까지 이어진 몇번의 라이브커머스 방송 경험은 제겐 재밌는 일화로 남았어요.




오늘 아침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다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기사를 접했어요.

https://www.news1.kr/articles/?3967529


홈쇼핑을 상대할 대항마로써 확장성을 예견했었지만, 조금 씁쓸하긴 했어요. 

제가 잠시 경험한 라이브커머스는 생각만큼 저와 같은 영세자영업자들이 활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였어요. 

준비안 된 아마추어 냄새 가득한 자영업자들보단 보다 세련된 전문 호스트들을 내세우는 것이 가능했고, 어쨌든 돈을 받고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그들의 진행은 소비자들의 참여를 끌어내기에 훨씬 용이했죠. 


그거야 당연한 얘기이니 필요한 사람이라면 더 많은 연구와 준비를 통해 방송의 자세를 업그레이드하면 될 일이겠으나, 문제는 이미 탄탄한 기반을 갖춘 대규모 업체들이 또 하나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비율이 높다는 거였어요. 


이미 광고나 여러 매체를 통해 충분한 판매를 이뤄내고 있는 오래된 제조유통회사들이 자사의 제품을 전문호스트에게 위탁해서 광고하고 판매하는 통로가 되고 있더라는 거죠. 이번 기사를 보니 라이브커머스 업체들 또한 영세자영업자들로서는 판매에 한계를 느끼고 대형 유통업체와 손잡고 매체를 입점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결국은 또 자본의 논리, 돈이 되는 곳을 찾아 움직였던 거겠죠. 자금이 충분한 곳은 여러 매체를 거느리는 거고, 정작 그 매체가 필요한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또 하나의 높은 문턱이 되는 거죠.


부익부, 빈익빈


항상 사람들은 말하죠.

"부러워? 징징대지 말고 너도 많이 가져봐. 그럼 자동으로 사람들이 서로 자기네꺼 써 달라고 모여들어. 먼저 자격을 갖추라구."


그 자격을 갖추기까지가 참 어렵단 게 현실입니다. 징징대는 게 아니고 매커니즘이 그렇게 되어있단 얘기죠. 

좀더 신선할 수 있었는데 결국은 또 흔한 모습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씁쓸함인거죠. 홈쇼핑을 활용하는 업체가 결국은 라이브커머스까지 활용하는 거죠. 좀더 많은 계층에게 좀더 넓은 혜택이 돌아가기보단, 소수계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집중되는 것이 비단 유통뿐만이 아닌, 이 사회의 문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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