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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May 19. 2023

사업의 위기는 운전사고처럼 온다.

제주에서 자영업하기 


제주는 어제 내린 비로 축축하고 흐릿합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제주이니 만큼 이렇게 회색빛 날씨엔 마음도 차분해지는 것 같네요. 모처럼 출근길 해안도로에 위치한 단골 카페에 들러 커피한잔 하며 바다를 감상하는 여유를 부려봅니다.



해안도로를 운전하며 오다 문득 재작년 났던 사고가 생각났습니다.

운전을 시작한지 20년이 넘었고 그동안 무사고를 유지했었는데 제주와서 처음으로 크게 사고가 났습니다. 그것도 4중추돌. 해가 쨍했던 한낮에 신호대기로 멈춰있던 차들을 연달아 들이받은 네번째 차는 바로 제 차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 어이없었던 그때의 사고는 핸드폰 화면을 잠시 바라보느라 미처 신호를 보지못한 100% 제 탓이었습니다.


애월의 버거집이 우연히 방송을 타고 사람들이 몰려오고 하루가 어찌 흘러가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바쁘던 그때, 저는 참 몸도 맘도 급했던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주문량에 대처하기 위해 머리는 늘 분주했고 정신이 없었으며 그 와중에 하교하는 아이를 픽업하러 가는 길은 시간에 쫓겨 레이싱하듯 운전을 했습니다. 신호많은 대로변보다 꼬불꼬불한 중산간 도로를 내달렸고, 어쩌다 거북이 운전하는 차가 얼쩡거리면 바짝 쫓으며 추월을 일삼았습니다.

그때의 마음은 아마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비켜! 지금 내가 얼마나 바쁜 줄 알아? 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줄 아냐고?'

그랬습니다. 뒤돌아보니 그때의 사고는 자만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10여년의 자영업을 통해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성공의 요인이 '타이밍' 때문이었다면, 실패의 경험은 '자만'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업이 성공가도를 달릴땐 그 모든 것이 '내가 잘해서' 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 '나이기에' 뭘 하더라도 '내가 하면' 다 잘될줄 알았습니다. 저나 남편 모두 그러했고 주변에 많은 이들이 그러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들은 충분한 사전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심사숙고되지 않았으며, 진심인지 모를 주변의 환호에 의해 타올랐습니다. 어느 순간은 문득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거 뭔가 위험한데?'


그때 멈췄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땐 건널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처럼 질주하고 있었고 멈추는 순간 지난온 다리마저 다 폭파해버려야하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기에 결국은 그냥 가보자 하며 무리하게 진행시켰고 결말은 예상한 대로 실패였습니다. 그것도 회복하기 쉽지 않은 막대한 손실을 안은 채로.


초보운전자 시절엔 오히려 사고가 적습니다. 워낙 조심 또 조심하기 때문입니다.

후진할 때도, 차선을 변경할 때도 보고 또 보고, 확인하고 또 확인한 후 실행합니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주변의 원성을 사더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은 낮습니다.


하지만 운전경력이 쌓이고 나름 자신이 붙기 시작하면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조금이라도 천천히 가는 앞 차에는 쌍욕을 하고 경적을 울리고 추월하고 보란 듯이 앞서갑니다. 특히 매일 지나다니는 익숙한 길에선 초행길에 서행하는 차들을 비웃이며 지름길로 추월해가기도 합니다. 신호대기가 없는 길을 택해 꼬불꼬불한 길을 곡예하듯 아슬아슬 달리기도 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사고는 그럴때 일어나더군요. 어설픈 자신감으로 신호체계를 거부하고 주변을 무시하고 앞만 보고 달릴 때입니다. 아마도 뒤따라오던 차는 앞차를 보며 '저러다 사고나지!' 걱정했을 수도 있고, 길을 건너던 행인은 욕을 하며 삿대질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질주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그런걸 볼 여유도, 신경쓸 생각도 없었을 겁니다.



주변에 성공했다 실패하거나, 실패했다 성공한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 분야가 어찌됐든 월급쟁이가 아닌, 자영업을 하는 분들에겐 누구나 위기와 기회가 항상 공존하니까요.

이제 막 성공의 가도에 올라탔을 때 앞으로 승승장구할것인지, 바로 내리막을 탈 것인지는 사장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잠시의 성공이 온전한 자신만의 능력 때문으로 착각하고 자만한 분들의 모습은 이렇더군요. 바로 고급차를 뽑고 수천만원의 고급시계를 차고 고급 골프채를 들고 라운딩에 나서며 넓은 사무실을 얻어 사장실을 가장 크게 만들고 고급 음식점의 단골이 됩니다. 실속보단 겉치레에 신경쓰고 운영의 내실을 위한 고민보단 투자를 잘 받기 위한 고민이 우선시되는 걸 보면 그 사업의 어두운 미래가 보여집니다.


우리 몸이 큰 병을 얻기 전엔 전조 증상이 있다고 합니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했을 뿐 몸은 이상신호를 먼저 보낸다고 하죠. 사업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분명 몇번이나 신호를 보냈었는데 본인만 자각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내실을 다지지 않고 본인의 능력을 과신하며 자만심에 빠질때 자영업자는 바로 늪에 빠집니다.




잘 된다고 잘난척 말고, 안 된다고 우는 소리 말아라!


처음으로 식당을 오픈했을 때 격려차 찾아주셨던 지인의 그 말씀은 지난 10년동안 몇번이나 곱씹어봐도 맞는 말씀이셨습니다. 사실 겸손과는 거리가 먼 저와 남편이었지만 지난 10년의 시간을 통해 '늘 겸손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절실히 느꼈습니다. 물론, 운전에 있어서도 말이죠. 모두 안전운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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