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외쿡살이

런던 클럽 가다!

그해 여름, 영국 런던의 추억

by 후룩쥔장

'굿 가이'와의 이별


이곳 런던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 있다면 바로 같은 반 친구들과의 돈독한 우정이 아닐까?

무엇보다 한국을 방불케 하는 아니 그 이상의 끈끈한 정을 유지하게 해준 장본인은 다름아닌 같은 반의 일본가이였다. 일본태생으로 서핑을 즐겨한다는 그 넘은 처음 온날부터 적당히 그을은 피부와 깔끔한 매너로 범상치 않은 느낌을 풍기더니 급기야는 온 반 아이들을 포함하여 우리의 san 티쳐까지도 그 넘의 매력에 깜뿍 넘어가게 되었던 것인데..

일본인이지만 대학 졸업 후 독학으로 습득한 컴퓨터를 무기삼아 네덜란드에 있는 한 회사에서 근무하며 암스텔담에 거주하고 있다는 그 넘의 할러데이는 정확히 3개월이었고, 그 기간동안을 영어공부를 위해 회사에서는 기꺼이 학비와 체류비를 투자한 것이라고 했다. 하루하루 살기 버거운 가난한 유학생들의 신분이었던 우리들로서는 가히 환상적인 부러움의 대상, 그리하야 선생조차도 늘상 그넘에게 하는 말은 '럭키 가이'였고.

으레히 갖출 거 다 갖춘데다가 꿀릴 거 없는 넘들이면 잘난척에 왕재수일 확률이 높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넘은 언제나 겸손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자들이나 다른 나라 남자애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학교에서는 어느새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굿가이'로 정평이 났다. 그런 그 넘의 할러데이가 끝나 네덜란드로 돌아갈 날이 다가왔고 우리 모두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속에서 몇 주전부터 그 넘의 갈 날을 카운트하며 기념이 될만한 이벤트를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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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넘이 가기 전날인 마지막 수업의 금요일.

전날부터 한 일본여자애가 사놓은 카드에 번갈아가며 인사말을 쓰고 나의 제안과 선생의 동의하에 우리모두는 그날 아침 수업을 거른채 각자 먹을 것을 사가지고 와서 음악을 틀어놓고 파티를 시작했다.

저마다 하나씩은 들고 있는 디카를 들고와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고 돈 많은 스위스 남자와 결혼한 포르투갈아줌마는 아침부터 집에서 직접 구운 빵을 한 가득 갖고 왔으며 임신한 브라질애는 무거운 몸에도 불구하고 과일과 과자를 사들고 헥헥거리며 달려왔다. 모두 즐겁게 웃고 떠들며 이 표정 저 표정으로 사진찍느라 교실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건 이십대 초반이든 삼십대 중반이든 사십대 아줌마든 하는 짓이 어째 그리도 얼라들 노는 짓보다 더하는지 열려진 창문너머 담타고 넘어가 사진찍는다고 폼잡다 옆반에서 수업중이던 선생눈에 걸려 도망오고 서로 스모자세 잡는다고 엉거주춤 엉덩이 들고 주먹 바닥에 대고 눈싸움 한탕하면서 히히덕거리고, 임신하여 배가 불룩 튀어나온 여자애 배에 두 가이들이 얼굴을 들이밀고 키스하거나 어루만지는 자세를 한채 사진을 찍질 않나. 나중에 찍힌 사진을 보며 브라질 여자애는

"너네 이 사진 내 남친한테 보여주면 다 죽었다. " 하고는 그 큰 입으로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워낙에 모두가 친했기에 아쉬움보다는 즐거움 속에서 그렇게 그 넘을 떠나보낼 준비를 한 것이었으나 사실 본격적인 게임은 그날 밤에 가기로 한 클럽에 있었다.

'영국 와서 드뎌 나도 런던의 클럽을 가보는구나.'

한국에서도 나이트 가본 지가 십년은 넘은 나로서는 여기 애들은 금요일 밤마다 새벽까지 진탕 놀고 온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 흔한 끈달이 나시 하나도 없는 형편이라 일단 의상부터 신경이 쓰였다.

그렇다고 평소 입지도 않을 야시시한 그 옷을 사기엔 좀 그렇고, 흠.. 그냥 있는 옷에 팔을 아예 찢어버려?OOPS..

그리하여 모두가 만나기로 한 저녁시간을 기다리며 모처럼 알바가 없던 날인만큼 그간의 피곤을 보충하려 난 집에 가서 룸메이트와 같은 반 한국언니와 함께 점심을 먹고 한잠 늘어지게 잔 후, 부시시 일어나 클럽에 갈 옷차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얼마전 룸메이트 친구가 귀국 기념으로 옷가지를 정리하며 준 초미니 청스커트를 입고 같은 반 한국언니에게 빌린 야심찬 끈달이 스판나시를 뒤집어쓰고 열라 뛸 생각에 뾰족굽은 포기한 채 그 더운 날 가죽부추를 신고 준비를 마쳤다. 두시간은 될 정도로 옷장을 뒤지고 방안에 난리 부루스를 추고난 후, 룸메이트의 조언까지 받아가며 준비를 마치자 룸메는 기념으로 사진촬영을 해야 한다며 여러 자세를 주문했다. 이에 부응하는 나의 약간 모자란 듯한 백치미의 섹쉬~ 자세를 보고 난 그녀의 한마디는

"언니~ 무슨 필리핀 여자같애.."

oops...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까만 긴 생머리에 그치 않아도 열라 타는 피부로 인해 엄청 시커매진 나의 몸을 보니 반박할 말이 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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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way.

우리는 어눌해지는 밤공기에 몸을 사리듯 두터운 가디건으로 몸을 감싼채 시내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 클럽을 향했고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복작거리는 시내 한가운데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같은 반 아이들과 합류했다. 학교에서 봤던 모습과는 달리 저마다 한껏 멋을 부리고 나온 아이들도 볼만했지만 그 곳에 모인 금요일밤의 런던너들은 모두가 이때만을 기다려 온듯 벗어제끼고 모여들었다.

우리도 어여 이 땀나는 가디건을 과감히 벗고 끈달이 나시팀에 동참해야 할 것인디 어째 용기가 안나는 것이. ;;

모두 모여 인원을 점검하고 그 와중에 학교의 일본인이란 일본인들은 죄다 모인 듯한 떼거지의 일본애들과 함께 런던 시내 한복판 차이나 타운, 불야성을 이루는 밤거리의 클럽을 향해 전진 전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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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장소에 도착한 그곳은 런던 시내가 대부분 그렇듯 참으로 작은 규모였으나, 지하 스테이지와 1층의 바를 꽉 채우고도 모자라 문앞까지 줄을 서서 한 손에는 맥주병을 들고 열라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우리도 가디건을 벗어제끼고 일단은 맛없는 맥주로 목을 축인 후 지하로 내려가 흘러나오는 음악에 조금씩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이곳 얼라들은 춤을 어찌 추나.. 무쟈게 궁금했던 나의 호기심이 어디가나.

열라 눈 부릅뜨고 그들의 하는 양을 지켜보았으나.. 이런..

참으로 실망스러운 것이 그들의 몸짓이란 것이 참으로 그저그런 것이었으니 물론 한국의 나이트 죽순이 죽돌이들의 현란한 몸짓이란 것이 유행이란 단어에 온몸을 맡기는 참으로 천편일률적인 대량생산의 맛없는 것들이긴 하나 그들의 몸놀림 역시 태생적으로 그리 썩 높은 점수를 주기에는 뭔가 미비한 그 느낌이 있었으니 그것은 한마디로 '촌스러움'이랄까?

어쨌든 우리는 동양애덜의 파워를 과시하듯 스테이지를 점령하고 현란한 몸놀림의 춤사위를 즐기기 시작했고 한껏 열받은 클럽 안은 땀냄새와 빠지지 않는 담배연기로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더구나 그날의 섹시컨셉을 유지하고자 묶지도 못한 나의 머리는 땀에 젖어 목에 들러붙기 시작했고 그렇게 자정이 지나 마감이 임박해오는 새벽 3시까지 그럼에도 우리는 지치지 않고 몸을 흔들어대었다.

서서히 눈까풀은 풀려오고 게다가 같은 반의 조금 나이어린 조선족 중국걸이 평소에도 칠칠치 못한 물가에 내논 어린애마냥 조마조마 하게 만들던 모습과 함께 이곳에서도 사고를 친 것이었으니..


평소 술은 입 가까이 대지도 못하던 그녀가 왠 바람이 불었는지 맥주 병나발을 불더니만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달아 마셔대는 거다. 마시는 거까지야 그럴수 있겠다 하지만 서서히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 눈은 풀려가고 거기까지야 구경삼아 보겠지만서두 옆에서 집적거리는 왠 가이랑 속닥속닥이더니 이 넘이 자꾸만 옆으로 붙는게 아닌가.

평소 워낙 언니같이 챙겨주던 나의 버릇이 발동하여,이내 그녀를 보호하자는 정의심이 발동하였고 은근슬쩍 접근해오는 그넘 사이에서 둘의 사이를 갈라놓으며 나름대로는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는 뿌듯함에 젖는 것도 잠시 그녀, 서서히 주체할수 없을만큼 취해가는 것이 보이는 이상 더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우리는 그녀를 부축하고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그날의 주인공인 그 넘은 한명 한명을 붙들고 진한 포옹과 함께 아쉬움의 작별인사를 하며 시크러운 와중에도 귓속말로 다정한 이별인사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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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을 나온 이후 우리는 불야성의 런던 밤거리를 걸었고 24시간 운행하는 나이트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버스안에서 함께 있던 한국언니는 오랜만에 신어 본 굽 높은 샌들로 인해 발고락에 물집이 잡히고 (그치.. 그 신발로 다섯시간은 너끈히 서서 흔들어 대었으니.. 쩝..) 피골이 상접한 꾀죄죄한 모습으로 집으로 기어들어갔던 것이었던 것이다.

이후 나머지 남아있던 가이들과 걸들은 그 넘을 보내기 위한 마지막 작별인사를 버스 정류장 앞에서 했었다 했고 서로 포옹과 인사와 함께 그 날의 주인공 굿가이넘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온 런던시내 바닥이 흥건해질만큼 많은 눈물을 쏟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가운데 그렇게 우리의 런던클럽 견문은 마감을 했다.


헤어짐은 언제나 아쉽지만...

그 넘은 곧 다시 만날것을 약속하며 네덜란드에 도착한지 이틀만인 오늘 드디어 모두에게 잘 도착했다는 인삿말과 함께 조만간 다시 볼 것을 약속하는 이멜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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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런던클럽이 선명하다. 자욱한 먼지, 빠지지 않던 담배연기, 서로의 땀냄새..

새벽녘, 클럽문앞에서 나눴던 포옹과 다시 만남의 약속..

모두의 아쉬움과 서로간의 느껴지던 서로간의 끈끈한 동지애..

타쿠야.. 지금은 어디서 서핑을 즐기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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