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영국 런던의 추억
아마도.
두번째로 데이트답지 않은 데이트를 하게 된 외국인일 것이다.
지난 주말이었다.
흐린 날씨 속에서도 알바를 구하기 위해 아침부터 화장을 한 채 지도와 주소를 달랑 들고 부자동네로 유명한 사우스 켄싱턴 역주위를 열라 배회하고 있었다. 초행길에 지도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걷고 있으니 옆을 지나가던 한 머시마가 말을 건다.
"길찾는 거 힘들지?"
난 거의 지도에 파묻다시피 했던 눈을 들어 염장을 지르는 듯한 그 머시마를 쳐다봤다. 176cm 정도의 키에 마른 몸을 가진 백인도 아닌, 흑인도 아닌, 그렇다고 황인도 아닌 좀 뒤섞인 듯한 가이였다.
'그래 길찾는거 힘들다. 짜슥이 누구 염장 지르냐.'
그럼에도 난 입가에 억지미소를 잔뜩 지으며
"잠깐 실례좀 할께. 너 이 길 알아?"
"그래. 음 보자. 알 것 같은데... 날 믿어봐."
'아니 이노므 자슥이 첨 보자마자 몰 믿어보란 말인겨? 어쨌든 영어연습이나 하는셈 치자.'
그넘은 열심히 지도를 들고 혼자 고심하며 이곳 저곳을 보더니 자기가 찿아주겠다며 나를 이끌었다. 심심하던 차에 말동무라도 생겼으니 다행이다 싶어 그냥 내버려두고 걸어가며 그노마와 나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너 참 운 좋다. 오늘 나 일 안하는 날이거던. 나 시간 많다. 너 잘됐지?"
"아... 그..으..래? 어쨌든 고마워."
"영국에 온지 얼마나 됐는데? 런던길은 이해하기 힘들어. 지도가 넘 어렵지?"
"아. 난 여기 온지 어언 두달 돼가는 것 같아. 넌 얼마나 됐는데?"
"이런. 겨우 두달? 난 4년전에 왔지."
"와.. 글케 오래됐어? 영어 잘하겠네."
"글치.. 의사소통에는 문제없지. 첨엔 누구나 다 힘들지.
언어도 안되고 모든게 힘이 들거야. 내가 너에게 도움이 될수 있을것 같구나."
처음 본 애한테 별소릴 다 한다 생각하며 이것이 그 머시마의 과잉 친절인지 아님 내가 맘에 든다는 소리인지 헷갈려하며 여하간 둘은 주절대며 이 길을 왔다 저 길을 갔다하며 한참동안 찾아다녔다.
나보다 지도 보는 것이 어색했던 그넘을 만류할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너무 열성으로 호의를 보이는 바람에 그냥 순진무구한척 그넘의 하는 냥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알제리에서 왔으며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은행에서 3년간 일한 경력이 있다 했다. 영국으로 온 이후에는 바로 잡을 구하면서 4년이란 시간을 굴러먹었던 (^^;;) 것이고.
알바를 찾고 있다는 나의 말에 자기가 일하는 바에서 아는 사람을 통해 연결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나친 호의를 베풀기 시작하였는데...
그리하여 첫날 만난 것 치고는 많은 이야기를 하였고, 이후 근처에 있는 샌드위치샵에 가서 간단한 음료수를 마시며 그네 나라인 알제리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시간 정도 들었다.
경제학 전공이라서인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숫자에 밝은 그 넘은 나에게 지네 나라에 대해 수첩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이 산과 이 바다 사이가 몇 킬로에 이르며, 비행기로는 몇 마일이며, 해변의 길이는 몇 킬로이며, 산의 높이는 해발 몇 미터이며 등등 설명에 여념이 없었다. 누가 경제학도 아니랄까봐 세계 어딜 가도 이노므 은행원과 상경계열 출신들의 못 말리는 숫자 관념이여...
그렇게 첫 만남 이후에 헤어질 무렵이 되었으니 그넘은 서로 가야 할 갈림길의 길목에서 친절하게도(?) 나에게 물어왔다.
"자. 너 이제 이 길로 가면 돼.
난 이쪽으로 가서 버스타면 되고.
다음에 난 널 더 만나고 싶은데 네 생각은 어떠니? 지금 여기서 이야기해봐.
너가 만약에 싫다면 할수 없는거구."
"어? 어.... 글...쎄.."
아~ 짜슥. 누가 서양넘 아니랄까봐 직설적이긴 하네 그랴. 쩝..
어쩐다. 이 정도는 조금 아쉽기도 하고 하니 한번 더 만나볼까나?
"그으래.. 모.. 담에 한번 보자. "
그 한마디에 둘은 서로의 핸펀번호를 교환하였고 이후 집에 돌아온 저녁에 그 넘은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첫 한두마디에는 분명하게 또박또박 대답했던 나였으나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그넘의 대화에 이해를 못하게 되었던 것이니 그넘 드뎌 나의 언어의 한계를 눈치채고는 지가 무슨 내 선생이나 되는냥 가르칠려고 들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 넘의 다음 주 쉬는 날이라는 수요일이 되어 우리는 다시 만남이란 것을 가지게 되었다.
만나기로 약속한 날 아침.
유난히 눈부신 햇살과 함께 그래도 데이트란 개념을 심어넣으며 아침부터 나름대로의 꽃단장을 시작했다.
뜨거운 여름을 의식한 캐쥬얼한 끈 나시티 두개를 겹쳐입고 찢어진 청바지와 함께 얼마전에 새로 구입한 조금 높은 샌들을 신고 머리를 올로 빗어넘긴 후 꽃단장을 마치니 잠결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눈을 뜬 룸메이트 왈.
"언니, 넘 오늘 신경쓰고 가는거 아녜요? "
뭐 그 정도는 아닌데...
어쨌든 만나기로 한 '켄싱턴' 역앞에 도착하니 이넘.
읔.. 그래도 데이트인데 수염이나 좀 깍고 오지...
그나마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던 좋은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지며 벌써부터 심상치 않을 조짐이 느껴지는 가운데 불안감을 떨칠수 없었던 것이니, 그 불안감의 기운이 예의 틀리지 않은 하루의 시작이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잘 지냈어? 우리 어디 갈까? 참 들를데가 있다."
의아해하는 나를 잡아끌고 데리고 간 곳은 역 옆의 허름한 중국식당.
모야. 밥먹잔 얘기야. 아닌거 같은데 모지?
"너 일자리 찾아야 한다며? 여기 중국식당이니까 너네랑 좀 비슷하자너.
들어가서 일자리 있나 물어보자. 내가 같이 가주께."
미쵸미쵸.
내가 언제 이런 중국집에서 일한다고 했냐. 얘는 갑자기 왠 뚱소리야?
"미안. 모하메드.(그넘의 이름). 성의는 고마운데 난 이런 곳을 원하지 않아. 그리고 중국이나 태국이 물론 같은 아시아권이긴 하지만 우리네랑 또 많이 달라. 걔네들은 충분히 지네나라 얘덜이 많기 때문에 굳이 한국사람을 찾지도 않고 말야."
순간 그넘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성의를 무시당함에 대한 무안함이 스쳐지나간다.
그래도 어쩌랴.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계속해서 식당을 전전할것만 같은걸...
"일자리 찾는건 나 혼자 충분히 할수 있을거 같아.
아직 난 시간도 있고 천천히 구하려고 해. 그러니 넌 신경 안써도 된단다."
그럼에도 이넘은 한국이란 나라가 지네 나라 만큼이나 못살고 가난한 나라로만 알고 있기에 바로 일하지 않으면 안되는 주제에 콧대만 높게 세운다 생각을 했던지 연달아 지금은 그런걸 따질때가 아니며, 설겆이부터 시작한다 해도 조금만 경력이 되면 네가 원하는 웨이추레스 일을 할수 있을거란 식으로 설득을 하기 시작했다.
아뿔사. 얘야. 제발 그 고정관념을 깰순 없겠니?
"그래. 니가 무슨 말 하려는 지 잘 알겠어. 하지만 내가 할수 있을꺼야. 그리고 우리 오늘은 그냥 놀러나 가자."
"그래. 알았어. 그럼 우리 어디 갈까?"
모 이런넘이 있나.
만나자 했으면 적어도 어디갈지 정도는 계획을 세웠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참내.
오늘 아무래도 열라 힘든 하루가 될것 같은데... 미쵸..
"그러는 넌 뭘 원하는데?"
"I want to be with you."
엥? 몬소리여.
지금 같이 있는데 몰 또 같이 있자는 거여.
음.. 가만 있어봐라. 이거 어서 많이 들어봄직한.. 음..
웁스..
이건 분명히 섹스를 의미하는 그... 이놈들의... 틀에 박힌..
미친넘. 만나지 겨우 두번째에 못하는 소리가 없군..
당황스런 마음을 감추며 난 태연한척 순진한 얼굴을 하고.
"아임 쏘리..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는걸?"
"음.. 그래. 아니다. 우리 공원갈까?"
이넘은 내 영어가 상당한 초보단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순진하고 멍청한(?) 내가 이해를 못했다 생각을 한듯 말을 바꿨다.
무슨 놈의 공원을 남자들은 그리도 좋아하는지..
내 생각으론 이곳 런던에서 공원 좋아라 하는 남자는 대부분 돈없고 가난한 애덜이다. 돈 없고 굶주리고 갈곳없는 애덜이 그나마 젤루 편안하게 시간 때울수 있는 곳이니까..
하지만..
내가 왠만하면 다이어트 셈치고 걸어줄수도 있었으련만 그날만큼은 도저히 그럴 기분이 나지 않았다.
왜냐?
난 새 샌들을 신고 있었기에...
"글쎄. 난 공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음.. 그래. 모 너의 선택이니까.
그럼 여기서 좀 먼곳이긴 하지만 잠시 런던 근교로 나가볼까? 괜찮겠니?"
모.. 먼일이야 있겠는가. 이 벌건 대낮에..
"그래 좋아."
이리하야 그 뜨거운 한여름의 햇살 아래 그넘과의 작은 소풍이 시작되었던 것이니 우리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리치몬드'의 템즈강가로 산책을 가기로 하고 버스를 탔다.
같은 옆자리에 앉아 가는 내내 이런 야그 저런 야그속에서 농담도 해가며 모 그런대로 시간을 즐겼으나 리치몬드에 도착하여 번화가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한 대형쇼핑몰로 나를 이끌며
"여긴 참 유명한 쇼핑센터야. 사람들 많은데 대부분 여자들이지. 지하에는 먹을 곳도 있는데 우리 들어가서 샌드위치나 요기를 좀 할까? "
그래. 이쯤에선 우리 멋 좀 먹어줘야 하는거 아니니?
강변은 보이지 않았지만 건물을 보니 나름대로는 모던하고 럭셔리하여 선뜻 안으로 들어가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칼레이터를 타서 내리는 순간 음.. 먼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
이곳은 런던지하철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마트의 식품코너가 아닌가?
이넘은 샌드위치가 즐비한 냉장 진열대 앞으로 나를 데리고 가더니
"자. 난 이 치즈앤에그 샌드위치를 먹을래. 넌 뭐 먹을래?"
아이고... 여기 샌드위치를 고르라는 거였어?
최소한 그래도 잠시 쉴수 있는 의자가 있는 샌드위치샵에서 점심을 먹을거라 기대했었던 나로서는 그래도 먹어야겠기에 그넘에게 추천해달라하니 베이컨앤에그 샌드위치를 골라준다.
이번에는 음료수 코너로 데리고가더니 음료를 고르라기에 심드렁해진 내가 네가 그냥 골라라 하니, 지 나름대로 6개들이 싼 패킷을 하나 골라 계산을 한다.
이걸 더치로 내야하나 고민한 끝에 요깟거에 이 정도는 네가 사도 되겠지 하는 맘에 그냥 보고 있자니 이넘 쭈빗거리며 신용카드를 꺼내어 결제를 한다. 참내.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에 왠 카드여..
이후 음식이 담겨져 있는 비닐봉지를 떨레떨레 들고 나와 공원을 찾아 강변을 한참 걷는 동안, 서서히 치미는 짜증과 함께 흘러내리는 땀으로 이미 난 지쳐가고 있었으니...
그럼에도 템즈강변이 바로 가까이에 있는 공원은 나름대로 조용하고 한적하며 즐기기에 나쁘지 않았던 터라 일단은 앉아서 목마른 입가를 적셔가며 방금 산 샌드위치를 입안에 넣고 우걱우걱 씹기 시작했다.
"너 축구 좋아해?"
"그럼. 난 운동은 다 좋아해. 얼마 전에 열린 유로파 2004 축구 봤니? 영국과 프랑스 전이었지.
우리 바에서 유일하게 프랑스를 응원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경기 종료 2분을 남겨두고 매니저가 와서 손수건을 내밀며 '쉐프. 안됐네. 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게' 하더라고.
하지만 난 말했지. '아직 2분이 남아있어요.'라고.
그리고 그 2분을 남겨두고 한 골을 넣었고, 그리고 또 이어서 한골..
와.. 정말 감동이었지.
결국 매니저는 나에게 주었던 손수건을 다시 가져가 눈물을 닦더군."
"하하. 정말 재밌네. 나도 그 경기 봤지만 정말 익사이팅한 게임이었어."
사실 대화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나름대로 유머감각도 있고 배려심도 있고 매너는 괜찮았다.
하지만 단 한가지, 결정적으로 내 마음을 돌아서게 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 끈적거림...
"넌 왜 손잡는 것도 싫어하니?"
"음.. 그..그건 말이야.. 모라고 말을 해야 하나..
그러니까 문화적인 차이같은건데 말야. 울 나라에서는 길가에서 키스하고 포옹하고 그런거 하면 이상하게 쳐다보거든.. 여기랑 많이 달라."
"음. 우리나라도 그런 면이 없진 않아.
하지만 여기는 니네 나라도 아니고 우리나라도 아닌 다른 나라야.
손잡고 키스한다고 문제될 게 있을까? 손 정도는 잡을수 있지 않겠니?"
이러면서 덥석 손을 잡는데 그 동안 수차례 은근히 스치는 손길을 간신히 피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모면해왔던 나로선 기겁할 일이고 은근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감지한채 대놓고 손을 빼내니 이넘 생각하기를 내가 굉장히 부끄럼 많은 '샤이걸'로 의식한 것이었다.
"넘 부끄러워하지마. 너 정말 부끄럼쟁이구나."
귀엽다는 듯이 말하는 그넘의 말투에 난 솔직히 속이 울렁거릴만큼 느끼해졌다.
'이 넘아. 사실 울나라에서 이 나이에 손잡는 일이 무슨 대수겠냐. 그 이상도 가능하지. 니가 맘에 들면 내가 이러겠냐. 니놈이 맘에 안드니까 이러지. 참내. 말도 못하겠고, 아~ 빨리 집에나 가야겠다.'
그러나 예의 그 생글거리는 웃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다 보니 안되는 영어로 우물쭈물에 날은 더워 얼굴은 벌개지고 이넘은 내가 순수 그 자체로 부끄러워하는 줄로만 알더라는.. 착각도 유분수지..참내..
게다가 이넘은 내가 적어도 1980년대생인 줄로만 알고 있었으니 아무리 내가 아니라고 해도 장난하는줄 알더라는... 우리 한국인들의 나이는 진짜 얼굴만으로는 맞추는 사람이 없을만큼 동안인 관계로 나의 행동에 대해 '의도하지 않은 앙탈' 내지는 '자각하지 않은 귀염둥이' 정도로 생각했다고나 할까?
결국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넘 맨 뒷자리로 가자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망설임도 없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르는 것이 아닌가..
얘야. 이 누나한테 증말... 이걸 확..
"오우~ 노우. I don't want to do it."
"Why do you shy? This seat is safe. Anybody doesn't look to you."
증말 얘 다시는 만나면 안되겠네.
"난.. 난. 말야. 이런게 싫단 말야. 제발 이러지좀 마라."
"너 정말 너무하는구나. 이래갖고 너 남자친구랑 잘 수 있겠어? 그러고보니 너 여태 남자랑 자본적 한번도 없구나. 그치?"
엥? 이것이 분명 그 소리겄다. 영어를 아무리 내가 잘못 해석한다 해도 분명 그 소리임에 틀림없는..
이런. 미친넘.
여기 넘들은 정말 어쩔수 없구나. 하나같이 생각하는 것들이라곤 섹스밖에 없냐.. 참내.
아무리 내가 섹시해도 (^^'') 그렇지 두번째 만남에 너무하는거 아냐. 아휴 징그러..
결국은 정색을 하며 내가 화를 내서야 그넘은 알았다며 놀림을 멈추었고 오는 내내 난 창밖만 보며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발꼬락 사이는 새 샌들로 인해 물집이 잔뜩 잡혀 찢어질 듯 아파왔고, 종일 돌아다닌 덕분에 피곤함으로 하품은 나고 이넘의 느끼함으로 옆에 있는 것 자체도 짜증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서로의 갈림길에서 굳이 또 집까지 에스코트를 해주겠다 하는 그넘에게 난 생글거리는 웃음과 함께 단호하게 거절의 뜻을 밝히며 마주오는 버스를 향해 몸을 날리고 빠빠이~를 외쳤다.
'미친넘.. 정말 호기심도 이젠 다 끝이다. 여기 넘들은 왜 다 이 모양이냐. 아이고.. 빨랑 집에 가서 라면 먹고 싶다. 다 느끼해..'
릴랙스를 위해 이어폰을 귓구멍에 꽂아넣고 음악을 들은 채 서서히 안정을 찾아갈 즈음,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어째...
아뿔사~
급한 마음에 타야할 버스의 반대편 버스를 탄 것이 아닌가. 헐...
결국은 버스를 내려 건너편으로 가서 다시 되짚어 오른 후에야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것이니.
정말 피곤한 하루였어. 이대론 못 자겠다.
종일 더위에 지쳐있던 몸과 짜증과 실망감으로 허기진 나의 마음을 위해 결국은 화이트 와인 한병을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발고락에 잡힌 물집에도 불구하고 샌들을 질질 끌면서...
처음 영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를때는 그곳에서 정말 근사한 영국남자를 만나 뜨거운 사랑을 할 줄 알았다.
영국애인은 커녕 정통 영국인과 대화한 거라곤 일식당에서 알바할때 손님으로 온 영국남자가 다였던 듯..
그나마 길가는 댄디한 영국남자의 패션에 감탄하며 므훗한 시선을 즐길수 있었던 건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