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영국 런던의 추억
엄마란 이름은 세계 어디서든 똑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부다.
나이가 들수록 엄마란 이름을 들을때면 눈물부터 아리는 것도 똑같은 일인것 같다.
까만 피부를 가진 그애는 까만 머리와 펑퍼짐한 몸으로 인해 전형적인 아줌마란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었는데..
그녀는 현재 런던에서 10개월 정도 머물며 한 가정집에 들어가 '오페어'라는 아이를 돌봐주며 숙식을 제공받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출중한(?) 영어실력으로 보아 잡을 가진다는 것이 쉽지 않아보였고, 브라질에 현재 몸져 누워계시는 엄마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보내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딱한 처지에 있는 듯했다.
그녀는 항상 피곤해 보였고 이야기인즉슨 돌봐야 할 아이들이 모두 3명인 미국 가정집이었으며, 아이뿐만 아니라 집안일과 부엌일도 해야 하는, 속칭 가정부에 다름아니었으니..
그녀를 볼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것은, 예전 산업발전기 그 과도기에 모두 서울로 올라왔던 시골의 순박한 처녀들이 서울 중산층 가정집에 들어가 홀대받고 혹사당하며 일했던 식모를 떠올리게 하였고 현재는 국내인력이 딸려 필리핀에서 자란 고학력자들이 돈을 위해 한국이나 근처 나라로 가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역시 생각나게 했다.
그런 그녀의 발음은 브라질 말과 뒤섞여 과히 환상적이었고, 공부할 틈이 없는 그녀는 학교에 그저 출석만 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했다. 언제나 구석에 박혀 소리없이 자리만 채우는 그저 그런 학생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구세주와도 같은 이가 나타났으니...
그녀는 다름아닌 우리의 san teacher였다.
그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자면, 사우스 아프리카 출신으로 현지 브리티시보다 더욱 세련되고 부드러운 영어를 발음하였고, 무엇보다 탁월한 티칭 능력보다도 그 이상의 인정과 배려심이 탁월한 사람으로 난 그녀를 감히 존경한다 말하고 싶다.
오~ 나의 우상. 쌘~ 티쳐~
그런 그녀의 출현과 함께 그 브라질 처녀에게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니, 한 사람 한사람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 우리의 쌘~ 티쳐는 그녀 역시도 가벼이 넘기지 않아, 일일이 발음교정뿐만 아니라 그녀가 처한 딱한 사정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배려를 해주었다.
바야흐로 그녀에게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그것도 급격한 변화로 그녀는 언젠가부터 수업준비에 철저하기 시작했으며, 결코 수업을 빠지는 일이 없었고 조용하던 수업태도에서 벗어나 안 되는 영어로 곧잘 질문도 했으며, 쉬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단어를 찾고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아~ 사랑과 관심의 위대한 힘이여...
그러던 어느 수업시간 중에 각자의 가족사진을 갖고 와서 간략한 소개의 영작문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모두 제 가족의 사진을 들고 왔고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화기애애한 시간, 드뎌 그녀의 사진이 등장했다. 멀리 보이는 브라질의 산을 배경으로 그녀의 엄마와 함께 다정하게 찍은 6년전 사진이었다.
그녀는 엄마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인듯한 영작문을 발표하기도 전에 눈물부터 흘리기 시작했다. 연이어 눈물을 훔치며 떨리는 목소리를 제어했지만, 역시나 흐르는 눈물을 감출길 없어 주먹으로 닦아내며 자신과 엄마의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사진은 지난 1998년에 브라질에서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속의 엄마는 웃고 계시며 이때 저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지금도 저에게 이 사진은 특별한 사진이며 언제나 엄마를 생각나게 해줍니다."
모두가 가슴찡한 가운데 할말을 잊었고 우리의 쌘~ 티쳐는 감동으로 가슴을 손으로 누르며 'lovely, lovely~'를 연발했다.
아~
그 순간 어느누가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지 않았겠는가?
힘들고 가난한 유학생활에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이..
우리의 어머니란 이름을....
같은 반에 임신한 브라질 여자애가 한명 있었다.
긴 까만 머리에, 커다란 입, 날씬한 몸을 한 그녀는 이제 임신 6개월째를 접어들고 있어, 어느새 불러오는 배에 임산부임을 감출수 없음에도 이곳 다른 산모들과 같이 우리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옷차림을 드러냈다. 스판 나시티에 청바지를 입고 자랑스럽게 드러낸 배를 하고 다니는 그녀는 그러나 추하다기보다는 배만 불룩한 그 모습이 내가 보기에도 참으로 이뻐 보인다.
그런 그녀의 임신 초기.
그녀는 한 장의 사진을 들고 와 아침부터 온 반을 휘젓고 다녔으니, 그 사진은 다름아닌 그녀의 뱃속의 아가의 초음파 사진. 흑백의 그 사진으로는 아가의 존재를 알리기에도 미비했음에도 그녀는 감동하여 너무도 자랑스럽게 티쳐에게도 보여주며 'I can't believe it'을 연발해댔다.
각자의 사진을 갖고오는 수업시간.
그녀의 최고의 사진은 당연히 앞으로 태어날 자신의 아가 사진인 그 초음파 사진이었다.
그녀, 그 초음파 사진을 들고 3문장의 첫 줄을 읽어나가던 순간.
"이 한장의 사진이 나의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순간 그녀를 보고 있던 우리의 쌘~ 티쳐도 붉게 상기된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고, 그녀는 이후 웃음과 눈물 범벅인 채로 끝까지 감동의 글을 읽어갔다.
"이제 나는 한 생명의 어머니가 되려합니다. 이전의 나는 너무나 이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저는 태어날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을 어머니가 될 것입니다. "
아~
어머니가 될 그녀..
먼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 한 생명을 잉태하고 기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는 보지 않아도 겪지 않아도 알수 있는 일일터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너무도 자랑스럽게 입덧으로 고생하여 까칠해진 머릿결과 파리한 입술에도 언제나 학교수업을 빼먹지 않으려 먼 곳에서 아침부터 튜브를 타고 학교에 도착하고, 항상 반 입구에서부터 그 큰 입으로 소리내어 외치곤 한다.
"하이~ 에브리 원! 굿 모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