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야채이야기
요즘 제주 야채에 푹 빠져있어요.
제주로 이주한 후, 제주에서 나는 식재료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우리 아이까지 너무나 좋아하는 흑돼지.
제주에서 흑돼지만 먹던 우리 가족은 다시 육지생활하면서 정말 돼지고기가 너무 맛없어 힘들었어요.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수 없을 듯해요. 저희도 육지에만 살다가 그냥 돼지고기 맛이 이런건가부다 하고 받아들였으니까요.
하지만 제주에서 흑돼지를 만나 또 당연한 듯 흑돼지만 먹다 다시 육지로 올라갔는데 헉! 했어요. 이건 고기라고 할수 없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물에 빨았나? 어떻게 돼지고기가 이럴수 있지? 이건 고기맛이 아니야!
제대로 된 돼지고기 한점이 그리도 그리웠다구요.
우리 가족은 다시 제주에 왔어요. 작년 여름에 한 차에 살림살이 싣고 와서 눌러살기 시작했으니 이제 6개월 좀 지났네요. 유통업을 하게 되면서 우리는 다시 맛있는 제주 흑돼지를 먹게 되었어요. 한동안 잊었던 그 맛이 다시 살아나지 않으면 어쩌나 살짝 고민도 됐었는데, 역시 흑돼지는 우릴 배신하지 않았어요. 고기의 육즙, 그 고소함. 달큰하면서도 고소고소하며 쫀득한 그 맛이 우리의 제주 재입도를 반겨주는 것 같았죠.
그 다음은 제주의 생선들이었어요.
역시나 제주에서 고등어, 갈치, 한치 먹다 육지로 갔는데 또 헉!했어요. 시장과 마트의 수산물 코너의 생선들이 다 썩어 보이는 거예요. 그나마 마트는 쇼케이스를 비춰주는 형광등이 있어 나아보이는 정도가 그랬는데도 말예요. 어쨌든 저희는 다시 제주로 왔고 다시 제주 수산물을 먹기 시작했어요.
장이 열리는 오일장에서 제가 가장 신나하며 오랫동안 머무는 곳은 수산물 쪽이예요.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 끄트머리에 있는 수산시장은 볼수록 황홀해지는 곳이거든요. 갈치의 그 반짝이는 비늘에 눈이 부시고 여름 한치들의 매끄러움에 입이 벌어지지요. 겨울 고등어는 어찌나 푸른지, 미안하게도 영롱한 눈들은 한없이 깊어 슬퍼보이지만요. 육지에선 볼수 없는 빨간 뽈락, 검은 자리돔, 둥그런 검은 점이 박힌 달고기까지. 와우~ 전 마냥 신이 나지요.
그렇게 흑돼지와 수산물에 빠져 있다 늦가을과 함께 그분들이 오신거죠.
귤님들을 영접하게 되었어요.
제일 먼저 수확되는 하우스 귤부터 극조생, 이어지는 조생귤에 타이백 감귤까지 한바탕 즐기고 나면 뒤이어 시작되는 만감류들의 등장. 너무나 달콤한 레드향부터 천혜향, 한라봉까지. 끝이 없네요.
그런 황홀경 속에서 진짜 황홀한 분들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바로, 야채님들이예요.
사실 제주에서 야채가 많이 난다는 걸 모르진 않잖아요. 제주무부터 당근, 감자, 양배추까지 워낙 들녁에 자라고 있는 야채들을 많이 봤고 또 마트에서도 많이 접했으니까요. 하지만 야채란 게 그리 많이 먹게 되질 않고 또 특별히 챙겨먹게 되는 건 아니라서 저에게 우선순위는 아니었거든요.
지난 가을부터 노지귤 농사에 이어 야채농사를 크게 하시는 분의 제안으로 이번에 제주에서 수확하는 여러 야채들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콜라비부터 브로콜리, 비트, 콜리플라워, 방울양배추까지.
바로 수확한 싱싱한 아이들을 직접 먹어보고 자료를 찾다보니 와우~
정말 얘네들은 하늘이 내려주신 만병통치약인거예요. 다른 비타민이나 영양제가 왜 필요한가 싶더라구요.
그래서 시작합니다.
제주야채에 대해 소개하는 제주야채매거진.
이제 시작해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