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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숙 Jul 23. 2016

엄마들의 꿈

엄마의 행복? 아이의 행복?


* 제가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사면 좋을까요?

* 우리 아이가 일곱 살 때까지는 집에 있고 싶지만
아이가 학교에 갈 때는 일을 하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정말로 제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능할까요? 


젊은 엄마들과 모임을 할 때, 또 상담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들이다.  

엄마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인생의 큰 변화를 맞는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한 번은 불안감과 막막함으로 자존감이 무너지기도 하고

산전 우울증이나 산후 우울증을 겪는다. 


특히 엄마들은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엄마 연습이나 공부를 미리 해보지도 않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 아이가 나 때문에 뒤처지면 어떻게 하지?”


젊은 엄마들은 때때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 걱정, 상실감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다. 

나 또한 첫아기를 잉태했을 때 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많은 걱정들로 산전 우울증을 조금 겪었다. 

남편이 옆에서 “편하게 생각해라. 천천히 멀리 바라보라”고 아무리 충고를 해주어도 그때는 왜 그렇게 가슴에 와 닿지 않았는지....스물네 살의 젊은 새내기 엄마로 나의 자아실현 욕구와 육아를 어떻게 병행해 나가나? 이런저런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그때는 정말 뜻밖의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출산의 진통을 겪고 들은 첫 울음소리가 나를 활짝 깨웠다. 

신기하게도 그 한 순간에 모든 걱정, 불안감들이 거짓말처럼 씻겨 내려갔다. 

갑자기 주변 사람들과 만물에 감사하는 마음, 사랑의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새 생명의 경이로움이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 준 것이다. 


그 환희의 순간을 맛보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릴 때 내 체력의 한계선까지 치닫고, 귀에는 이명현상이 나타났어도 그 힘든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새내기 엄마로 아이를 키우면서 순간순간 당황하고, 땀 뻘뻘 흘리며 애태우고, 쩔쩔매는 나날들이었다. 


"오죽하면 애 보느니 콩밭 맨다"는 말이 나왔을까? 엣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희생을 감수했을 때 뜻밖의 새로운 문이 열린다. (회색토끼의 여행 인형극 공연 가운데.. )


이어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나는 두 아이와 집에서 함께 재미나게 사는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2003년 여름, 결혼한 지 12 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나 혼자만의 3 주 휴가를 떠났다. 드디어 아이들과 남편을 떠나 "온전히 나만을 위한 하루 24 시간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교육 훈련 과정에 참여하였다. 


그때 집에서 온 초등 5 학년인 딸아이의 편지의 일부분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엄마가 없어 많이 슬프고 힘들지만 

엄마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고 참을 수 있다.” 


또 엄마가 보고 싶지만 “엄마가 기쁘니, 자기도 기쁘다”고 쓰여 있었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융이 “부모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살 때 자녀들은 심리학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 것처럼 부모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할 때 부모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행복하다. 세상에서 불행한 사람은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희망과 꿈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자기 희망과 꿈이 없이 살아가는 어른들과 함께 생활하며 보고 자라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하다. 


1997년 겨울, 미국 유학 첫 해에 생각지도 못한 IMF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갑자기 2 배 이상 껑충 뛰어 오른 환율로 미리 계획한 재정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날마다 고민했다. 남편은 ‘공부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가? 일자리를 찾아 일과 공부를 함께 할 것인가?’로 고민하고, 나는 밤마다 잠이 오지 않아 일 년 후, 이 년 후, 십 년 후의 나와 우리 식구의 모습을 상상하였다. 


18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상상하고 일기 썼던 일들이 놀랍게도 많이 이루어져 있다. 

가끔씩 내 얼굴이 밝아 보여 고생 안 하고 살아온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그때마다 나는 더 친해지면 내가 ‘사연 덩어리’라는 것을 알게 될 거라고 말해주며 웃는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나와 우리 가족은 누구나 그렇듯이 때로는 거센 폭풍우를 만나고 때로는 행복감을 맛보면서 성장해왔다. 삶이 때로는 고통스러워도 어두운 터널에는 반드시 끝이 있고, 그 끝이 당장 보이지 않아도 쉬지 않고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환한 문이 활짝 열렸다. 


나는 엄마들과의 모임에서 ‘미래의 나의 모습, 미래의 우리 가족의 모습을 상상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최근 일주일 안에 내 아이 모습 가운데 가장 행복했던 표정을 떠올려보세요! 

그 아이의 10 년 뒤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아주 즐거운 상상을 해 보세요. 이제 그 옆에 서 있는 엄마의 모습을 떠 올려 보세요! 

그리고 남편의 모습도 떠 올려 보세요! 방금 우리는 10년 뒤 우리가 바라는 꿈을 이룬 가족의 행복한 가족사진을 미리 찍어 본 것이에요. 그리고 내 아이들, 내 남편을 바라보세요. 다르게 보이지 않나요?” 


부모들이 가끔씩 지금 내 아이가 보여주는 모습에만 제한받지 말고 멀리 길게 바라보기를 해 나갔으면 한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믿어주고 바라보는 만큼 커 나갈 수 있다. 


부모들이 아이들과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 있다. 

밤에 잠들기 전 내 아이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떠올리는 것이다. 그때 떠오르는 아이의 행복한 모습, 슬픈 모습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잘 커나가도록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것도 좋다. 


또한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올인하기보다는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부족했던 결핍과 한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아이들 걱정에서 놓여나면 좋겠다. 단지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존중받을 사람인가? 에 대한 자존감이 학업성적 때문에 또는 남의 아이와 비교하여 무너지지만 않으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훌륭하게 성장해 나간다.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빛을 발휘하지 부모의 욕심으로 주입식으로 교육해서는 효과가 없다. 부모가 아는 내용이 아무리 멋진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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