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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숙 Jul 24. 2016

천천히 키워야 크게 자란다

발도르프 졸업생들, 부모들과의 인터뷰

파릇파릇 새순들이 올라오고 따스한 햇살이 아름답게 속삭이는 

3월 어느 봄날이었다. 


오랜만에 남편과 나는 콜로라도 볼더를 방문해 옛 친구들을 만났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많은 추억을 함께 나눈 발도르프 학교 부모들이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이들의 현황을 서로 나누면서 

지난 세월을 즐겁게 되돌아보았다. 

그때 나눈 이야기들이다.


미국 콜로라도 주 볼더시에 있는 샤이닝 마운틴 발도르프 학교 1학년 교실


* 발도르프 교육을 만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 발도르프 학교의 아름다운 교실 환경이지요. 

나무, 실크, 양모 같은 자연 재료로 꾸며진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환경입니다.


- 저는 환경도 환경이지만, 내 아이가 빠르게 읽고 쓰는 것을 배우기보다는 

천천히 자라나기를 원해서 발도르프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커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아이들이 

지금 몇 시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부모로서 발도르프 교육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 커리큘럼입니다.


- 아이들이 자라면서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에 대한 즐거운 경험이지요.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서로를 잘 알고 서로 협력하는 커뮤니티,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경험이 좋았고요. 

사람들과의 관계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 환경이 좋았어요.


-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억압, 강요받지 않는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가장 좋았어요. 

부모라는 이유로,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주입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고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해치는 일이지요.


- 아이들이 충분히 노는 시간을 가진 것이 좋았어요.


3학년 아이들의 수채화, 크레용 그림들


* 직접 가르쳤던 학생들 혹은 자녀들은 

발도르프 교육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흡수했나요?

 

(고등과정까지 발도르프 교육으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고, 

중간에 일반 공립학교로 가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의 욕구 혹은 여타의 다른 상황으로 공립학교로 옮겨가거나 

홈스쿨링 하는 경우에는 아이가 어떠했는지 등도 궁금합니다.) 


- 매년 아이들의 자유 의지로, 또는 부모의 경제적 사정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들은 공립학교로 옮겨 가거나 

홈스쿨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스키나 농구 같은 스포츠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싶어 해서 

홈스쿨링 하거나 공립학교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어요.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했을 때 

아이들의 뜻을 존중해 주었어요.  


고등학교 때 농구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하고 싶어 

일반 고등학교로 옮긴 남자아이에게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 서로서로를 너무 잘 알고 편안하고 친근한 환경인 발도르프 학교에서 

큰 일반 학교로 옮겨 갔을 때 충격이 컸어요. 

처음에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가 많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발도르프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일반 학교에서 배운 과목들, 난이도가 많이 달랐어요.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힘들었고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어요.  


중학교 때 일반 학교로 옮긴 남자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충분히 놀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해서 재미있어요. 

학교 공부가 많이 쉬웠고, 또 많이 심심했어요. 

그래서 나는 좀 더 공부를 폭넓게 깊게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조금 더 새로운 모험이나 도전을 하고 싶었어요. 

공립학교로 옮겨 다양한 활동과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새로운 좋은 친구도 만나고 사귈 수 있어서 좋았어요. 


* 발도르프 교육의 다양한 커리큘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어떤 것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지식, 개념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고 항상 예술적으로 접근하고 

음악, 그림, 움직임이 함께 하는 통합적 접근법이 마음에 들었어요.


지금은 대학생이 된 남학생에게 같은 질문을 해 보았다.


- 피리, 바이올린, 금관악기, 다양한 악기 연주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 바느질, 뜨개질, 목공예, 그림 그리기, 

흙 작업 따위 여러 수공예 작업을 할 수 있었다.


- 내가 직접 메인 레슨 책을 만들었던 것이 좋았어요.


학생들은 직접 자기 책을 만들어 나간다.


* 여러 가지 이유로 발도르프 교육기관에 보내기에 어려운 가정들도 있을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발도르프 교육을 어떻게 활용하셨는지 팁을 듣고 싶습니다. 

집에서도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발도르프식 교육법을 추천해주세요.  


- 가능한 미디어를 집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의 두 손과 몸을 움직이고 놀고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합니다. 

정원 가꾸기, 집안일, 그림 그리기 따위 다양한 활동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 주변에서 공립학교를 다니거나 홈스쿨링 하는 아이들도 

집에서 TV를 보지 않는 집들이 많습니다.  


-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또한 좋지요.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면서 상상력을 발달시켜 나갑니다. 


 발도르프 학교  5학년 아이들의  Main Lesson 시간


* 발도르프식 교육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TV를 되도록 보여주지 말라거나 자극을 주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요즘 사실 그러기가 쉽지는 않은 환경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There is no way!

A little is more harder than none!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아예 보지 않는 것이 조금 보게 하고 통제하는 것보다 훨씬 쉬어요.  


- 뜻을 함께 하는 부모가 함께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래서 내 아이만이 아니고 여러 아이가 

미디어 없이 생활하는 조건을 함께 만들면 좋지요.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면 훨씬 쉬어요. 


- 스크린이 담고 있는 교육내용이 아니라 

미디어 매체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스크린을 보지 않거나 

멀리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지요. 

그러나 아이들이 만 열두 살 까지는 

부모들이 집에서 가능한 스크린 없는 환경을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주위에서 뜻을 함께 하는 부모가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면 훨씬 쉬울 거예요. 

그래서 내 아이만 미디어를 보지 않는 것이 아니고 

여러 아이가 미디어 없이 생활하는 조건을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스크린을 보는 아이들은 눈과 몸을 고정하고 한 자세로 보게 되어요. 

아이들의 건강한 뇌 발달을 위해서는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을 연습하는 전두엽 피질의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하는데요. 


미디어 매체를 보게 되면 눈과 몸에서 전달되는 

다양한 감각들이 뇌로 들어오면서 

얻게 되는 감각의 통합적인 수용을 막게 되지요, 

따라서 아이들의 뇌 시냅스 발달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에 

미디어 매체를 보는 행동은 이러한 능력을 연습하는 기회를 

아예 놓치게 되는 위험이 있어요. 


- 엄마들이 걱정하는 것이 주변의 텔레비전 보는 아이들이 

“ 너는 이것도 모르니? (You don't know that?)” 하고 물어볼 때 

내 아이가 외톨이가 될까 봐 걱정하는 데요. 


그때 아이들이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지요.


“그래 나 몰라, 왜냐하면 나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기 때문이야!”

이렇게 아이들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좋겠어요.

 "우리는 뜨개질, 바느질, 목공예 따위 다른 것들을 많이 알고 해 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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