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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코리 Aug 15. 2018

독서 모임과 행복의 관계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바라본 독서 모임의 장점 3가지

행복이 인생의 목적이라고?


취미로 하는 일 때문에 때때로 서로 질문을 주고받을 때가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요.


긴 대화 끝에 이런 답변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질문하는 입장에서는 무슨 끝말잇기의 마지막 단어처럼 힘이 빠진다. 게다가 자신이 갖고 있는 행복에 대한 정의나 행복한 순간을 제대로 떠올리 못하는 경우도 많다. 막연하게 행복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무엇이든 용인되는 느낌이다. 뻔한 내용 같으면서, 들을 때마다 불편하고 답답한 것은 내 마음속의 어떤 무의식 때문일까.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 산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을까?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지나친 자만에서 시작된 사회적인 압박과 정서가 아닐까? 행복을 단순히 생존과 번식을 위한 신호라고 치부하면, 우리의 삶이 포유류의 한 종이 되는 것처럼 너무 작아 보여 두려운 것일까?


인생이란, 무엇을 이루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저 사는 것이다. - 구본형, 낯선 곳에서의 아침



문명과 문화의 위대한 존재라고?


우리는 원시부터 내려온 불안한 것들의 후손이기 때문에 불안해해야 합니다.
- 김제동, 세바시


출근길에 만난 김제동의 영상은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과 연결된다. 불안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도구였을까. 이마저도 착각이며, 불안하지 않은 유전자는 다 죽고 불안해하는 유전자만 남은 것일까. 그렇다면, 행복도 불안과 같은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인가. 행복하지 않으면 죽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행복에 그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행복은 질병을 예방하고 수명을 늘린다. 예상하지 못할 만큼 강력하게.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위험을 낮추고, 회복력을 높인다. - De Neve et al. (2013)



인류가 시작된 이후 삶에 대해 고민하고, 지금과 같은 문명을 구축한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되지 않았다. 인류의 시작과 현재를 24시간으로 보면, 문명은 저녁 10시부터 시작된 수준이다. 너무 자신을 위대한 존재로 착각할 필요도 없고, 자만할 필요도 없다.


저녁 10시 이전의 22시간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서로 죽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생존과 번식만을 위해 살아온 시간이 더 길다. 행복은 이런 생존과 번식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만났을 때, 우리의 무의식 속에 남아 긍정적인 알람을 주는 것뿐이다. 행복감에 취해 그것이 목적이라 착각해버리면 그것이 더 안타까운 환상이 아닐까.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다는 과학적 결론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은 입을 잠시 즐겁게 하지만 반드시 녹는다. 내 손 안의 아이스크림만큼은 녹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 행복해지기 위해 인생의 거창한 것들을 좇는 이유다. - 서은국, 행복의 기원



도움이 되는 것만 하는 합리적인 인간이라고?


그렇다면 인간은 행복이 주는 긍정적인 신호를 제대로 인식하고, 도움이 되는 것만 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는 연구가 너무 많다. 많은 부분에서 무의식이 이끄는 삶을 살기 쉽고, 이미 정해진 각본을 따르듯 살아간다.


에릭 번은 『집단치료의 원리』에서 인생각본을 '무의식적인 인생계획'이라고 정의하였고, 『안녕하고 인사한 다음 무슨 말을 하는가』라는 책에서 각본이란 어린 시절에 작성되어, 부모에 의해 강화되고, 이어지는 사건들에 의해 정당화되어, 결국 삶의 한 방도로 선택된 인생 계획'이라고 정의하였다. - 제석봉, 현대의 교류분석



합리적으로 사고한다기보다는 습관처럼 살아가기 쉽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 또한 생존, 번식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익숙한 것들을 선택하면 최소한 망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먹어본 음식을 먹고 죽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불안하거나 상황이 좋지 않을 때일수록 더욱 습관대로 판단하고 움직이게 된다. 마음은 더욱 경직된다. 그래서 세상이 변해도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하던 대로 아이들에게 국영수를 열심히 교육시킨다.


뇌는 유쾌하고 행복한 감정이라고 해서 더 좋아하지 않는다. 유쾌한 감정이건 불쾌한 감정이건 익숙한 감정을 선호한다. 불안하고 불쾌한 감정일지라도 그것이 익숙하다면, 뇌는 그것을 느낄 때 안심한다. - 박용철, 감정은 습관이다.




일단 독서 모임에 가보자


경제학에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있다. 엄청 맛있는 음식도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그 맛이 아니다. 알랭 바디우는 삶 속에서 사랑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재발명되는 것이라 했다. 사랑도 한계효용체감이 있기에 재발명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행복도 아이스크림과 같고 한계효용체감이 확실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랑처럼 일상에서 인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면, 한 달에 한 번의 독서 모임 참여가 좋은 해답이 될 수 있을까.


01 삶이 조금씩 변화한다

독서의 장점은 너무 많지만, 주입식 교육으로 우리는 그 매력을 잃었다. 짜깁기된 교과서와 책은 완전히 다른 물체이거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 우리는 책만 펴면 잠이 온다. 커피는 하루에 두 잔을 마셔도 책은 한 권 살 수 없다. 독서 모임의 참여는 바로 이 것에 변화를 가져온다. 당신의 시간과 자원의 사용.


더 행복하게 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것이다. - 대니얼 카너먼,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코칭을 하다 보면 TV 보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질문에 TV 보는 시간을 측정하고 벌칙을 가하거나 생각하지 않게끔 하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리는 무엇인가 개선하려면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거나 인내하려고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우리의 뇌는 고통스러우면 하던 대로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습관은 바꾸기가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즐겁고 좋은 행동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단순하다. 화를 신경 쓰고 참지 말고, 그냥 웃음을 많이 사용하면 화를 내는 순간이 줄어든다. 



02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아진다

독서모임에는 01과 같이 시간과 자원을 다르게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즉 좋고 행복한 사람이 많다.


정말로 행복은 전염된다. 행복한 사람과 살면 앞으로 더 행복해질 확률이 높아진다. - Kelly, Iannone and McCarty(2016)


주위에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자신이 행복할 확률이 15% 상승한다. 심지어 그 사람 때문에 나의 다른 지인이 행복해질 확률도 10% 상승한다. 그만큼 행복은 전염성이 높다.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 바로잡고 거울 보면서 내 모습을 바로 잡는다. 책과 거울이 항상 내 앞에 있으니 잠시도 바른 길에서 멀어질 수 없다네. - 이언적, 서경


아무래도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모임 내의 대화에서 하브루타 방식의 학습과 집단상담의 치유적 효과가 동시 다발적으로 경험되기도 한다. 바른 길에서 멀어질 수도 없고, 일상은 선순환으로 진입한다.



03 행복의 기본 요소가 충족된다

독서 모임의 열띤 토론이 효과적으로 끝난 증거는 자신에게 남겨진 허기짐이다. 지적이든 생리적이든 상관없다.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 서은국, 행복의 기원


진화심리학에서 이미 증명해 뒀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독서 토론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행복을 위해 이보다 더 훌륭한 시스템이 있을까.



인위적인 노력은 등록이다


결론이다. 먼 이야기를 돌아온 것 같지만, 짧은 글로는 사람들을 행복한 독서 모임으로 모시지 못할 것 같은 걱정과 노파심으로 자연스럽게 글이 길어졌다. 또한, 이 글로 사람들을 독서 모임으로 유혹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과일 대신 기름기 많은 패스트푸드를 더 좋아하고 더 자주 먹는다. 운동을 하는 대신 텔레비전 앞에서 하루를 빈둥댄다. 행복하려면 정확히 그 반대로 해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하는데도 말이다. - 하노 벡, 독일 경제학자



누구나 행복에 대한 정의와 이를 위한 방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설마 없지는 않겠지.) 지금도 그것을 매일 실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설마 안 하고 있지는 않겠지.) 오늘 이후로는 그 행복 리스트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 보자. '한 달에 한 번 독서 모임 참여'. 혹시 아나? 그곳에서 책에 대해 발제하고 모임 멤버들에게 큰 박수를 받는다면, SNS에서 '좋아요'로도 충족되지 못했던 인정 욕구가 채워질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서 주위의 독서 모임을 검색하고 등록하자. 지금 당장.


우리는 더 행복해지면 더 오래 살 수 있다. 그러므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애쓰는 삶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 하노 벡, 독일 경제학자


https://ask-us.co.kr/moim/?id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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