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나코리 Aug 26. 2019

회사를 투잡에 활용하는 방법 #3

콘텐츠를 가공하는 축적의 길

'엑셀'과 '취업특강'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외부 강의에 발을 들여놓긴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두 과정 모두 특정 시즌에 강의 요청이 몰리고 한가한 시즌이 많았다. 게다가 풀타임 프리랜서라면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는 마음으로 요청받은 강의를 모두 할 수 있겠지만, 회사를 다니는 입장에서 연차와 반차를 활용한 강의 진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강의 주제 & 강의 조건(금액, 일정 등) & 회사 일정
▶ 이 모든 조건이 충족할 때만 강의
▶ 강의 기회 부족  


강의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특정 주제를 잡고 그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지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원의 투잡 측면에서는 약간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 현직자님, 8월 26일 하계 취업캠프에 참석 가능하신가요?
- (헉, 사장님 보고 있는 날이네!) 그날만 가능한가요?
- 네. 일정은 확정되어 공지가 된 상황입니다. 
- 아.. ㅠ.ㅠ 죄송합니다. 일정이 안 될 것 같습니다. 


강의 주제가 시즌성이 있는데 일정까지 자유롭지 못하면 강의 기회가 줄어들고, 적은 기회는 강의의 질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업을 다각화 해야겠다.


몇 번의 좋은 강의 기회를 놓치고 '더 많은 강의 요청'에 초점을 두고 강의 콘텐츠를 확장하기로 했다. 일단 회사에서 교육팀이 사외 강사를 불러 진행하는 강의 리스트를 살펴봤다. 그리고 H사, M사, P사 등 유명 교육 회사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가장 많이 진행되고 있는 강의 주제를 살펴봤다. 소통, 힐링, 코칭, 리더십, 문제 해결, 보고서 등..



01 보고서


기획 부서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장의 보고서를 보고 있었지만, 보고서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할지 암담했다. 일단 교육회사에서 친절하게 올려둔 강의 커리큘럼을 참고하여 목차를 잡고 직접 만들었던 보고서의 before & after를 넣어 실제 경험을 녹여냈다. 상사들이 어떤 피드백을 했었고 보고서로 괴로워하는 직원들의 스토리도 담았다. 온라인 서점에서 보고서 관련 책도 닥치는 대로 주문했다. 그래도 불안했다. 


혹시 보고서 강사 필요하면 저 불러주세요.


어느 정도 내용이 완성된 후 교육팀의 직원에게 넌지시 쪽지를 보냈다. 그리고 어느 날 강의를 하기로 했던 강사의 일정이 틀어져서 급하게 강사가 필요한 날. 나는 회사 강의장에 설 수 있었다. 


지금은 N그룹과 D그룹 신입사원 보고서 역량 과정에서 강의하고 있다.



02 문제 해결


교육 회사의 홈페이지를 보면 문제 해결은 트리즈, 식스시그마, 디자인 씽킹 등 다양한 방법론이 난무했다. 


이것은 일단 교육을 들어야 강의가 가능하겠네.


이런 결론을 내리고 회사에서 진행하는 사외 강사 교육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하지만 당최 교육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알고 보니 내가 원했던 과목들은 개발 직무 직원들에게만 오픈되니 기획 직무 직원들은 들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관련도 없는 교육 과정에 들어가겠다고 직책자가 허락할리 없다는 것이 교육팀 직원의 따뜻한(?) 조언이었다. 


존경하는 매니저님. 혹시 그 과정 결원이 생기면 제가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요? 뒤에서 서서라도 듣고 싶습니다.


그딴 고정형 사고방식의 조언에 오기가 생겨서 교육팀을 거치지 않고 과정 운영 매니저에게 간곡한 메일을 바로 보냈다. 어떤 회신이 왔을까? 직책자는 교육 참여를 찬성했을까?


결론만 이야기하면 나는 지금 회사에서 '문제 해결 과정'을 강의하고 있다.



03 코칭 


직급이 올라가면서 회사에서 꼰대 선배가 되지 말라며 코칭 리더십 교육을 시켜줬다. '좋은 이야기네'하고 끝나는 동료들도 많았지만 나는 이 또한 나만의 교육 과정으로 만들어야 했기에 강사의 숨소리조차 놓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코칭이라는 콘텐츠는 단 몇 시간 또는 하루의 교육으로 습득하기에는 위의 다른 콘텐츠와 달리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엑셀, 보고서 등의 회사일은 수년을 해왔지만, 누군가를 정식으로 코칭해본 경험이 없었기에 감이 잡히질 않았다.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 타이밍


그동안 강의로 벌어들였던 영업 이익의 일부를 코칭 공부에 재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코칭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 토일 16시간을 통째로 반납하기도 했다. 3주 연속으로 주말에 수업을 들으니 한 달 내내 쉬는 날이 없는 것 같았다. 무료로 진행하는 프로보노 코칭부터 코칭 회사의 파트너 코치로 활동하며 임상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아갔다. 다른 코치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돈을 내고 코칭도 받아봤다.


강사님, S사 멘토 코칭 부탁드립니다. 


코칭은 어느새 가장 많이 강의하면서도 애정 하는 과정이 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수년간 콘텐츠를 계속 쌓아갔다. W사에서는 주 52시간 근무를 소재로 한 스마트 워킹. C복지관에서는 타인을 이해하는 애니어그램. K사에서는 사내강사가 갖춰야 할 필수 강의스킬. E사에서는 조직 활성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G도서관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부모의 코칭 리더십. 


코리형, 저도 투잡 시작했어요. 진짜 고마워요.


얼마 전 투잡 코칭을 받았던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오랜 기간 해왔던 일의 영역을 넓혀 재능 마켓에 발표력 강의를 올렸고, 다양한 고객들을 접하면서 자신만의 영업 노하우를 축적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어떤 어머님으로부터 이런 전화까지 받았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저희 아이가 중요한 발표를 하는데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어 하는 회사라는 조직이 있다. 이런 조직에 들어올 수 있었고 그곳에서 오랜 시간 일했다면 분명 누군가에게 팔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판매를 위해 그 노하우라는 원료를 가공할지 말지는 선택의 이슈가 아닐까.


진정한 실업은 지금 봉급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부를 가져다 줄 자신의 재능을 자본화하지 못한 것이다.
- 구본형
이전 14화 회사를 투잡에 활용하는 방법 #2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 남자의 두 집 살림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