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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코리 Aug 21. 2019

회사를 투잡에 활용하는 방법 #2

답답한 회사생활의 도피처

와, 멋있다.


10여 년이 지났지만 대학 졸업 직전 가을에 봤던 회사원들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면접장에서 빛나는 회사 배지를 달고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태도로 공채 지원자들을 안내했던 그들. 무엇인가 다른 세상에 있으며 멋짐의 아우라가 흘러내리는 그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 저런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을 하곤 했다. 하지만 꽤 오랜 기간 본사 부서에서 근무를 하지 않았던 탓에 좀처럼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고 공채 면접장에 가보지도 못하고 직급이 올라가 버렸다.


- 코리야, 이번 주 주말 출근해줘야겠다.
- 네? 무슨 일인가요? 딸아이들과 도서관 가기로 했는데요.
- 신입사원 면접이야.
- 그건 매니저급이 하는 일이잖아요.
- 매니저급에서 사정이 생겼어. 잔말 말고 면접관 교육 다녀와.


면접자 교육은 최근 취업 트렌드부터 각종 취업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정보, 면접 시 주의해야 하는 내용, 인터뷰 방법, 학원가에서 교육받는 내용, 그리고 이를 고려한 진짜 지원자를 선별하는 방법(솔직히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ㅡ.ㅡ;) 등 신선한 내용이 많았다. 그렇게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는 느낌으로 첫 번째 공채 면접관 경험을 쌓고 반년이 지나 다시 한번 공채의 시즌이 왔다.


- 아~ 정말 바쁜데 사람을 계속 보내라고 하네.
- 또 무슨 일입니까?
- 상반기 공채 면접 누가 갔어?
- 코리가 갔잖아요.
- 코리야. 이번에도 네가 다녀와. 아 귀찮아 정말.



주말에 회사에 나와 하루 내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채점을 하는 면접관의 역할은 이미 몇 번 해본 직원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첫 번째 공채 업무 이후 나는 줄기차게 참여했고, 기회가 없을 때는 부탁을 해서라도 면접관이 되었다. 사장님이나 전무님과 식사를 할 때는 임원 면접에서 어떤 질문을 했는지 어떤 지원자가 어떻게 마음에 들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른 회사의 채용 방식과 취업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인사 담당자 모임 참석하고, 중소기업 채용 담당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가 대기업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들었다. 유명 취업 커뮤니티를 수시로 드나들며 취업 컨설턴트들이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을 돕는지도 확인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을 때 첫 번째 엑셀 과정을 만들었던 것처럼 3가지 과정을 기획하여 기업과 대학에 제안했다.

  


01 중소기업 면접관 교육


면접관 교육은 기업의 규모와 경영진의 관심도에 따라 진행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대규모 공채도 아닌데 면접관 교육에 큰 투자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고, 면접관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다. 대부분의 면접관 교육은 1박 2일 정도로 길게 이뤄지니 한 명이 빠지면 일에 차질이 생기는 회사에서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이 부분을 Pain Point라고 가정하고 타깃 기업을 최대한 축소했다. 소수의 면접관을 양성하되 전체 과정은 반나절이 넘지 않도록 설계했다. 회사에서 보내줬던 교육 내용과 몇 차례의 면접관 경험을 혼합하여 아직 면접관 교육이 낯선 기업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02 채용면접관이 알려주는 꿀팁


실제로 봤던 자기소개서 샘플들과 면접 질문들, 그리고 임원 면접에 들어갔던 분들에게 청취했던 내용을 꾸준히 데이터화 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처럼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공채가 공지되면 자기소개서 문항을 분석하고 카테고리화 했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을 세분화하여 NCS와 역량 사전에 맞춰 도출하는 방법도 연구했다. 관련된 각종 세미나와 워크숍을 찾아다니며 교수님들과 전문가들의 노하우도 수집했다. 면접장에서 실제로 점수를 많이 줬던 지원자와 아쉬웠던 지원자의 사례도 추가했다.     



03 현직자가 알려주는 직무 이야기


최근 수년간 직무 중심의 채용 트렌드와 더불어 일부 기업은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기업들이 지원자들에게 입사 전부터 직무를 깊게 이해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니 관련 강의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럽게 많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유통영업 경험을 기반으로 해당 직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실제 상황을 실습할 수 있는 PBL 방식의 교육 과정을 기획했다. HR이나 전략기획은 기본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한 문제 정의와 원페이지 보고서 작성으로 구성했다.  



현직자님, S대학 경력개발센터입니다. 이번에 하계 취업캠프가 있어요.


하나 둘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S대, K대, D대, B대 등 전국의 많은 대학생들과 계속 만났다. 수도권 대학에서 요청이 올 때는 반차를 내고 오전에 대학에서 강의를 한 후 김밥을 먹으며 회사로 돌아와 오후 근무를 마쳤다. 오전에 대학생들의 뜨거운 열정 에너지를 받고 온 날에는 오후에 두목 원숭이들이 어 이상한 지시를 해도 군말 없이 해내며 야근까지 거뜬히 달릴 수 있었다. 만신창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가운 밤공기를 맡으며 혼자 읊조리곤 했다. 


빡세네.. 그래도....... 좋다. ㅋㅋ


그렇게 투잡은 점점 나의 답답한 동물원 생활의 도피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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