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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코리 Jan 01. 2020

N잡러에게 필요한 것은 휴직

2019년의 Side Project, 10대 뉴스의 효과

정확히 1년 전 오늘, 2018년 Side Project 10가지를 정리했었다.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 적어보는 10대 뉴스는 무심하게 흘러가는 세월을 잡는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몇 해 전부터 간단히 그 해의 기억을 다이어리에 끄적여 봤지만, 그마저도 동기부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 고민했다. 말이나 글로 자신의 목표를 공개하면 도움이 된다고 했던가. 마침 브런치 작가가 되어 '공개 선언 효과'를 생각하며 일 년 간의 이슈를 글로 정리해 봤다.(어느 회사원의 벌써 일 년, 2018년) 다이어리에 적었던 메모와는 다르게 정제되면서도 보다 선명해지는 느낌이었고, 과거의 선명함은 곧 내가 원하는 미래의 스케치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가오는 2019년을 위한 질문을 만들었다.


1년 후에 어떤 뉴스를 전하고 싶은가?
이를 위해 1달 내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순식간에 또 한 해가 지났고 10가지 뉴스를 정리하면서 1년 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었다.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어떤 Project가 진화되었고 어떤 아이템이 새롭게 나타났을까. 그리고 그중에 어떤 것이 2020년의 뉴스와 연결이 될까. 새해에 대한 흥미진진한 기대와 설렘으로 지난 한 해의 10대 뉴스를 또 한 번 정리해 본다.   




01 생산성 강의 오픈


사외강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회사에서 진행되는 강의이다 보니 참여자의 열정이 천차만별이었다. 회사에 불만이 많은 교육생이 '바쁜데 왜 불렀어'라는 표정으로 앉아 있으면 에너지 충전을 위해 출발했던 낯선 여행에서 도리어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을 받았다.


일반 강의도 열어보세요. 기업 강의와는 또 다릅니다.


어느 모임에서 기업 강의를 한다는 소개를 하고 일반 강의 오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하지만 막상 과정을 시작하려고 하니 회사 돈이 지불되는 보고서, 문제 해결, 코칭 등의 B2B 과정과는 다른 주제가 필요했다.



그러다 우연히 후배의 투잡을 코칭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동안 회사 일이나 개인적인 경험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온 과정을 생산성 스킬과 연결하여 강의를 오픈했다. 과연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한 사람들은 눈빛부터 달랐다. 나 또한 하나라도 더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당시 아무런 브랜드와 레퍼런스가 없었던 강의를 찾아준 고마운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02 나는 사람책을 읽기로 했다


생산성 강의에 왔던 교육생들 중에는 이미 콘텐츠가 확실한 분들이 꽤 있었다. 수십 년간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쌓아온 노하우가 있었고 다년간 읽어온 책들이 내공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다만 그분들은 겸손했다.


에이 ~ 제가 무슨 발표를. 할 말 없어요.


과거에 나도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기에 함께했던 분들이 내가 겪었던 변화를 느끼기를 바랐다. 그 마음으로 작은 발표회 느낌의 치맥 모임을 준비했고, 고맙게도 매번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나코리님, 다음 모임은 언제인가요?

딱 한 번만 하려고 했는데 다음이 언제냐고 묻는 분들께 No라는 대답을 못하면서 12월까지 연거푸 5번을 더 했다. 2019년을 설계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생겼다. 곧 있을 새해 첫 모임은 2월이다. ^^




03 14년 차의 휴직


퇴사를 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핫하던 시절. 나는 일찍부터 회사와 투잡이라는 두 집 살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회사 안의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내가 가진 것을 포기하는 것이 싫었고, 그 사람들처럼 이상하게 되기도 싫었다. 마이웨이를 가기로 결정하고 꾸준히 투잡을 성장시키면서 휴직 타이밍을 기다렸다.


휴직은 신세계였지만, 특별히 미화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행복했고 그뿐이었다. 아침에 다들 출근하는 시간에 커피 마시는 여유가 좋았고, 가고 싶은 곳을 한가한 시간에 갈 수 있어서 좋았다. 여유가 생기면서 아빠를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반가워지고,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는 법도 깨달았다. 그동안 이런 일상의 여유가 언젠가는 올 것이라 기대하며 일했던 것이 아닐까.


나는 그 여유를 저축하지 않고 조금 당겨서 쓰기로 했다. 이렇게 좋은 것을 중단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휴직이 끝날 때 즈음 한번 더 연장했다. 2021년까지. 2년 동안 뭐하면 좋을까. ㅋㅋ




04 투잡의 확장


휴직을 연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휴직과 투잡에 대해 묻는 후배들이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묻지마 휴직'보다는 준비기간을 거쳐 1가지 아이템을 가진 상태에서 휴직하라고 조언했다. 나에게는 그 1가지 아이템이 수년간 해왔던 외부강의였고, 휴직이 시작되면서 그것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를 몇 가지 더 진행했는데 2020년에 새롭게 적용되는 법령에서 그 기회를 찾았다.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만 국한된 특정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거나 그와 관련된 일만 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세월이 흐를수록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관심마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매년 많은 분야의 법이 바뀌고 이에 따른 변화가 진행되지만 자신의 분야와 거리가 있다면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하던 일과 관련 없는 분야를 선택해서 준비했다.


2019년에 준비한 3가지가 올해 모두 잘 되면 좋겠다. 아니면 뭐.. 복직하면 되지. ㅋㅋ 2020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05 KAC 인증 심사위원


상담을 전공하고 코칭 분야에 입문하면서 막연히 1차 목표를 'KAC 인증 심사위원'으로 설정했었다. 자격증 취득에서 끝나 버리면 장롱 속의 운전면허증과 다를 바가 없었고, 왠지 심사위원 정도는 되어야 '있어빌리티'가 장착될 것 같았다. 어쨌든 이런 생각 덕분에 자격 취득 이후에도 꾸준히 공부하고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나 코치님. 휴직하셨다면서요? 기다렸습니다.


어떻게 아셨는지 휴직한 지 며칠 안되었는데 코칭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신규 코치를 양성하는 수련 코치 겸 인증 심사위원이 되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동안 코칭 강의는 수도 없이 해봤지만, 실전 지도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코칭에 입문하시는 분들과 만나고 심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더 겸손해질 수 있었고, 그동안 말아먹은 코칭을 되돌아보고 반성했다. 전문 코치들과 스터디를 꾸려 더 열심히 공부했고 실전 사례들도 꾸준히 기록했다. 마음만 있으면 배울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한 요즘이다.




06 시절 인연 '흙이'


17년 전 예비역이 되어 학교로 돌아가던 날. 나는 '흙이'를 만났다. 처음부터 별명이 흙이는 아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자주 아프기도 하고 언젠가는 인간처럼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흙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흙이는 나와 청춘을 같이했다. 대학 친구의 자취방 이사를 도왔고, 함께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갔다. 매번 가족여행은 흙이 덕에 안전했고, 아이들은 흙이를 좋아했다. 어느새 나와 비슷하게 장년이 된 흙이였지만 꾸준한 정기검진으로 10년은 더 함께 할 수 있다고 나는 확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았다. 흙이가 너무 늙었기 때문에 사대문에 출입할 수 없고, 미세먼지가 있는 날에 밖에 나오면 강력한 벌금이 있으니 조기 안락사를 시키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는 흙이를 떠나보내는 조건으로 위로금을 주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영향이었을까. 위로금을 덥석 받고 폐차장에 흙이를 두고 오는데, 아이를 고아원에 버려두고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시절인연. 흙아,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07 초등학생 독서모임


2018년에 시작된 '아빠와 함께하는 초등학생 독서모임'은 2019년에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동아리 사업에 선정되어 더욱 탄력을 받았다. 꾸준히 해왔던 모임 리뷰는 동아리 사업 선정에서 힘을 발휘했고, 결과적으로 꽤 많은 지원금을 받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1박 2일 공주 문화 기행, 놀이터 기획 워크숍, 저자 초청 행사 등 함께하는 가족들과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독서모임에서 만난 아빠들의 작은 기획은 아이들의 꾸준한 책 놀이의 장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는 재미가 생겼다. 더 흥미로운 모임을 만들기 위해 아빠들은 자주 만났고, 주말에 자유시간을 얻은 엄마들은 더욱 환호했다. 나비효과였을까.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나코리님이시죠. 2019년 책 읽는 대한민국에서 독서동아리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역시 무엇이든 재미로 하다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08 가족여행 한 달 살기


아이들이 조금 더 크기 전에 가족 모두 참여하는 한 달 살기를 생각했었다. 항상 회사 중심으로 살다 보니 아이들과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정년 이후에나 가능했다. 하지만 정년 이후라고 갈 수 있을까. 아이들이 일을 하게 되면 또 못 가는 것이 아닐까.  


한 달 살기는 영원히 불가능?



모든 선택에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휴직이라는 선택에서 가장 크게 얻는 부분은 정말 좋은 타이밍에 아이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인데, 그중에서도 최고봉은 한 달 살기였다.


나는 지금 이 글을 필리핀에서 쓰고 있다.




09 카카오페이지 특별상 수상


브런치 작가가 되고 많은 글을 쓰지 않았지만, 출간 작가 분들의 글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결과가 발표되면 수상자들을 부러워하며 글을 쓰지 않는 나 자신을 질책했다.


그래도 한 번씩 발행하는 글들을 다음 메인에 노출시켜주는 브런치 덕분에 듬성듬성 잊지 않고 한편씩 써 내려갔다. 그러다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일정을 들었다. 하지만 막상 브런치북 발행을 위해 목차를 만들어보니 답이 없었다. 노량진에는 시험이 가까워지면 다음 시험을 보기로 하고 게임방으로 모이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다음을 기약하고 글을 쓰지 않는 나 자신이 딱 그 모습이었다. 



코리님, 무슨 소리입니까. 어떻게든 엮어요.


적지 않은 지인들이 글을 쓰고 있냐며 계속 연락을 했다. '그 남자의 두 집 살림'으로 제출하라며 제목까지 지어줬다. 고마운 분들의 응원을 받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써서 마지막 날 가까스로 제출을 했다. 그리고 2019년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메일을 한 통 받았다.


작가님이 제출해 주신 '그 남자의 두 집 살림'이 특별상 작품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고마워요 여러분. 감사해요 브런치.




10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사전 선발


브런치북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투잡을 하면서 꾸준히 나 자신의 이름으로 된 사업체를 그려보고 있었다. 정년퇴직이 목표지만 정년 이후에라도 나만의 비즈니스는 꼭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사업이 조금이라도 내가 소속되어 있는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쳤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나는 사람책을 읽기로 했다'에서 복지 시설 상품을 꾸준히 광고해온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육성사업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선배님과 함께 PT 면접에 참여하던 날, 수년간의 강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떨렸다. 그만큼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해보고 싶은 다양한 아이템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하지만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5명의 전문가가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 앞에서 무방비 상태였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결과가 나오던 날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2020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사전 선발에 합격되셨습니다.




사실 2019년은 그 어느 때보다 10대 뉴스를 선정하기 어려운 해였다. 그만큼 다양한 시도가 많았고, 피드백을 통해 나에게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직접 경험으로 구분할 수 있는 해였다. 그리고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다른 해에 비해 '왜(Why)?'라는 질문을 많이 받은 해이기도 했다.


왜 휴직하는 거야, 아깝지 않아?
돈도 안 되는 강의와 모임은 왜 하는 거야?
브런치는 왜 쓰는 거야, 돈이 나와?   
그런 것은 왜 배우는 거야?
...


이러한 계속되는 질문에 나의 대답은 항상 '그냥.. 재미있잖아요.'였다. 물론 생각해서 하는 일도 있었지만 대부분 생계 활동에 지치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 재미와 활력을 위해 즉흥적으로 해왔던 일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도대체 '왜'하냐고 물을 것이고,
나중에는 도대체 '어떻게' 해낸 거냐고 물을 것이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러고 보니 '어떻게' 한 것이냐고 여쭤보시는 분들이 조금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별생각 없이 '한번 해볼까'로 시작한 일들이 많아 드릴 말씀이 없지만, 굳이 노하우를 찾는다면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누군가 '왜'라고 물으면 멈추지 않기


나는 2020년도 그렇게 보낼 생각이다. 뭐 어떤가. 복직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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