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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코리 Jan 17. 2022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대표

2021의 Side Project, N잡을 넘어 사업으로

동물원 밖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은 대학원에 진학했던 2015년 즈음이었지만,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 것은 2018년부터였다.

2018년, 동물원 밖이 궁금해진 회사원


10년 넘게 지루한 동물원으로 출퇴근을 반복한 원숭이는 정글 밖의 다양한 삶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2019년, N잡러에게 필요한 것은 휴직


파트타임이 아닌 풀타임으로 정글을 누비고 싶은 마음에 참지 못하고 회사에 휴직을 신청했다.

2020년, 나는 아직 회사원이다


그리고 2021년 1월, 2년 만에 회사로 돌아왔다. 휴직 전의 나와 2021년의 나의 회사생활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조금 더 행복해졌을까? 어김없이 4번째 10대 뉴스로 정리해본다.



01  슬기로운 복직 생활


복직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왜 전략실로 복직 안 하고?"였다. 복직 시기가 다가오면서 자연스럽게 고민했었던 부분이고, 나 자신에게도 던졌던 질문이었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무슨 이유로
전략실에 가게 되었을까?



회사원으로서 동기들보다 빨리 승진하고 임원의 자리에 오르려면, 임원들이 지나갔던 부서들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목적을 가장 빠르게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복직할 때는 질문이 달라졌다.


하고 싶은 사업 또는
은퇴 이후에도 도움이 될만한 일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직한 부서의 이름을 듣고 의아해했지만, 이 선택의 결과는 몇 년 후 10대 뉴스에서 다시 다루기로 하자.



02 법인 등록 1년 차


법인을 등록한 날, 복직 신청을 했다. 회사를 설립하더니 회사원으로 돌아갔다며, 휴직 기간을 함께했던 크루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법인 사업자를 등록했다는 것은 내게 본격적인 사업을 의미했다. 누군가에게는 본격적인 사업의 의미가 '퇴사하고 모든 것을 내거는 도전'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실험해 보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본격적으로 자유로운 사업에 가장 필요했던 것은 기댈 수 있는 재정적 쿠션이었다. 복직만 한 것이 없었다.



03 정부 지원 사업 2년 차


최초의 지원 사업은 얼떨결에 주위의 도움으로 시작했다. 회사 밖의 모임에서 우연히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뽐뿌질은 취미를 사업으로 둔갑시켰다. 책에서 읽은 대로 함께하는 사람과 시간을 바꾸니 생각이 달라지고 하는 일의 범위가 새로워졌다.


2년 차 지원에 대한 정보는 1년 차 지원 사업이 끝날 즈음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선발되는 TO가 1년 차 대비 10%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동안 많은 도움을 줬던 회사가 2021년 지원 기관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침 복직하고 바빠지면서 '어차피 안 되었을 거야. 난 좋은 선택을 한 거야.'라며 기회를 알고도 내던졌던 합리화 관성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 말까? 시간 낭비일 것 같은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2년 차 사업에 선정되어 잘 마무리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정상적으로 경쟁했을 때, 내가 과연 10% 내에 포함될 수 있었을까? 일이 되려고 다른 길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이 정도면 나도 무드셀라 증후군인 것 같다.



04 독서심리상담사 자격관리기관


심리학 독서모임 마음담론은 2020년 1월에 시작되어 만 2년이 되었으니 (주)애스커스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그램이 되었다. 좋은 심리학 책을 선정해서 함께 읽고 글을 쓰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했다. 실제로 몇몇 학인들이 이를 삶으로 보여줌으로써 나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을 자축하며 치유받았다.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 될 때까지 마담해요.



책과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 학인들에게 무엇인가 새로운 동기부여를 선물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책장에서 우연히 회사에서 받은 다양한 교육 수료증과 인증서들을 발견했다. 그 옆에 코치협회에서 받은 KPC 자격증도 보였다. 아하!! 이거 어떨까?



등록 결과 통보까지 6개월이나 걸렸지만, 이제 애스커스 마음담론에서 1년간 꾸준히 책을 읽고 공부하면 독서심리상담사가 될 수 있다.



05 여성기업 등록


공공기관 입찰을 시작하면서 조달청 나라장터 등을 알게 되었고, 제안/수행 과정에서 유리한 조건에 설 수 있는 인증을 하나하나씩 공부하고 만들어갔다. 사업 1년 차였던 올해는 '정말 회사원은 모르는 것이 너무 많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는 한 해였다.




06 공부방 오픈


학원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동료효과'도 줄 겸 공부방을 오픈했다. 영어는 학원에서 지도해 본 적이 있고 과외도 해봤으니 가르치는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논술은 직접 가르치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래도 직접 가르쳐주면서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추억을 쌓고 싶은 마음에 프랜차이즈도 하나 등록했다.  한우리, 지혜의숲, 씨앤에이, 솔루니, 토론하는아이들..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그중 주위 원장님의 추천으로 한 프랜차이즈에 등록을 하고 교재를 받았다.



이 소식을 들은 어느 지인이 물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 겁니까?



나도 이제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것은 그냥 다 해보기로 했다.



07 꿀과 차 세트 판매


하고 싶었던 것 중에 또 다른 하나는 제품 제작이었다.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왜 사람들이 '차라리 도매를 하라'고 하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대기업과 달리 유통 채널이 없는 중소기업은 아무리 좋은 제품이 있더라도 그것을 파는 것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다행히 애스커스 커뮤니티 회원들과 지인들의 활약(?)으로 2021년 추석을 따뜻하게 보냈다.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


사업은 사람이 전부다.



08 기업 및 공공기관 계약


욕심내지 않고 내실 있게 진행한 사업은 하나둘씩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기업교육은 연간 계약이 성사되었고, 마음담론은 교직원 연수에 진입했다. 관공서 워크숍과 명사특강도 수주했다.


더 이상 혼자 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늘어났다. 직원을 고용할 시기가 온 것이 아닌가라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4대 보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09 수익금 기부


회사원으로서 사업을 시작할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월급이 있고 사업은 추가적인 수익이니
꼭 사회를 위해 조금이라도 환원하자.



사업을 하다보니 사회를 위한 가장 좋은 일은 '고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고용하고 그 사람의 생계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 그리고 그러한 것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의미 있는 사회적 기여라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왜 고용되어 있을 때는 전혀 생각을 못했을까.



하지만 1년 차에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직원을 고용하고 함께 일할 시간도, 넉넉한 매출도 없었다. 그래서 작게나마 수익금의 일부를 좋은 기관에 기부했다. 너무 적은 액수지만, 사업의 방향성을 잊지 않았음을 나름대로 어딘가에 표시하고 싶었다.



10 고용노동부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매출이 조금씩 상승하면서 계획했던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에 도전했다. 지원팀들이 많아 심사가 해를 넘길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12월 30일에 갑자기 발표가 나왔다. 회사를 설립하고 정확히 1년 된 시점이었다.


와, 진짜 코리 미쳤다. 여기까지 해낼지 몰랐어.



나도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올 줄은.



이 글을 쓰기 전에 지난 3년 간의 10대 뉴스를 다시 읽어봤다. 첫 번째 10대 뉴스 내용부터 보면 상당히 멀리 온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해본다. '갈 길이 멀다'는 표현은 때때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그 길이 즐거운 여행이라면 골목 사이까지 구석구석 살피며 천천히 가고 싶은 산책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회사에서도, 사업에서도 그런 산책길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올해도 이를 위한 좋은 날을 하나씩 하나씩 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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