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도구

앞으로는 AI와의 대화?

by jiwu

최인호 작가는 암호처럼 알아보기 힘든 악필이었지만, 펜을 고수했다. 그는 펜으로만 정성이 담긴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었다. 김훈 작가는 연필을 쥐어야 비로소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감각을 느낀다고 했다. 조정래 작가는 수만장의 원고지를 펜으로 메웠다.(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10810/39426518/1?utm_source=chatgpt.com) 그들에게 글쓰기는 몸과 도구가 맞붙어 벌이는 노동이었다. 종이의 결, 펜촉의 저항, 손목의 뻐근함 같은 감각들이 문장 속에 녹아들었다.


이제 우리는 키보드 위에서 글을 친다. 속도는 빨라졌고, 수정은 쉬워졌다. 그러나 물리적 감각은 사라졌다. 대신, 또 다른 연결이 나타났다. AI와의 대화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고, 그 과정에서 생각이 뻗어나간다. 펜촉이 종이를 끍는 대신, 사고가 사고를 건드린다. 그 마찰이 새로운 문장을 만든다.


미래의 작가는 원고지 대신 대화창을 쌓아갈지도 모른다. AI와 주고받은 문장이 초고가 되고, 그 속에서 뼈대를 세운다. 펜이 손과 종이를 이어줬듯, AI는 작가의 생각과 언어를 즉각적으로 이어준다. 중요한 건 여전히 같다. 어떤 도구를 쓰든, 글을 만드는 리듬과 몰입을 잃지 않는 것.


연필과 펜에서 타자기로, 키보드로, 그리고 AI로. 도구는 변하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몸과 정신을 다 쓰는 일이다. 그런데 그 몸은 더 이상 손목이 아니라, 사고 전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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