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창작은 어디에서 오는가

데이터가 된 수백만 권의 책

by jiwu

책을 쓰는 건, 시간을 쓰는 일이다.


누군가는 1년, 누군가는 10년을 쏟는다. 그 시간 동안 작가는 자기 안의 어둠과 빛을 전부 꺼내 쓴다. 그 문장과 이야기들은 살아온 전부의 조각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문장들이 작가의 허락 없이 기계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이름도 없는 데이터가 되어 알고리즘의 사료가 된다.


출판사도 마찬가지다.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편집자는 단어 하나, 쉼표 하나를 두고 싸운다. 마케팅팀은 독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밤을 새운다. 인쇄기 돌아가는 소리에 두근거리고, 서점에 책이 놓이는 순간 숨이 멎는다. 그런데 그 모든 과정이 AI 학습 데이터라는 말 한다미로 지워진다.


진짜 창작은, 복제할 수 없는 결을 가진다. 그 결은 작가의 체온과 맥박, 사랑과 상처에서 나온다. 기계는 그걸 알 수 없다. 하지만 알지 못한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다. 이번 소송은 그래서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창작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창작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기술은 결국 창작의 샘을 말린다. 샘이 말라버리면 아무도 물을 마실 수 없다. 그 피해는 모두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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