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종말

시대의 전환

by jiwu

며칠 전 집에 쌓인 동전을 들고 은행으로 향했다. 헛수고를 줄이려고 미리 집 근처 은행 몇 곳에 전화를 걸어 동전 교환 가능한 시간을 물었다.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11시 이전에만 동전을 지폐로 교환하거나 계좌로 입금이 가능했다. 어떤 곳은 해당 지점 계좌가 있어야 입금이 가능했다.


은행 입구에서 담당 직원은 이면지로 만든 종이 번호표를 건네며 기다리라고 말했다. 창구가 해당 일에만 제한적으로 운영되니 11시 이전에 시간에 맞춰 오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능하면 오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동전은 소멸하고 있었다. 현금 없는 사회가 우리 삶을 점령했음을 실감했다. 지갑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버스와 지하철은 교통카드로, 편의점은 QR코드로, 송금은 휴대전화 속에서 몇 초 만에 끝난다. 길거리 노점상마저도 계좌 이체를 받는다.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던 동전의 무게가 사라진 자리에는 디지털의 전자음이 들어섰다.


아직 현금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변화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머지않아 동전은 박물관 진열장에 놓일 것이다. 아이들이 그것을 유물처럼 바라보며 "옛날에는 이런 걸로 돈을 냈대"라고 말할 것이다. 동전이 사라지는 사이, 우리의 금융 생활은 더 빠르고 더 진화한 방식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런데 동전 사용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은행의 계산서다. 수익이 되지 않는 창구는 닫히고, 그 자리에 대출과 투자 상품이 들어섰다. 은행은 더 이상 소비자의 불편을 감당하지 않는다. 동전의 종말은 시대의 변화이면서 동시에 은행의 선택이다.


결국 동전이 사라지는 건 단순한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 효율과 수익을 추구하는 시스템이 일상의 작은 불편함들을 밀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짤랑거리던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것은 동전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잘 가,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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