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경청 사이에서
조선일보 오세혁 극작가의 칼럼 '진짜 대화는 말하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를 읽으며 깊이 공감했다. 최근 들어 대화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느꼈는데, 상대의 말을 듣기보다 나를 설명하려는 마음이 앞설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나 역시 상대의 말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 위로한다는 핑계로, 혹은 오랜만에 또래와 대화하며 내 말을 하고 싶다는 핑계로, 때로는 상대의 말에 동조한다는 뜻으로 '아, 맞아! 나도 그런 적 있어'라며 끼어들곤 했다. 이 모든 행동의 기저에는 '내가 중심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대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 잊고 있었다. 대화란 서로의 온도를 맞추어가는 서툰 몸짓이며, 그 온도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다림의 태도'였다. 상대의 말이 충분히 표현되고, 마음이 충분히 열릴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경청이었다.
그 조용한 기다림 속에서, 오늘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 하는 말을 끝까지 기다려볼 생각이다. 이미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일지라도, 또 예상 가능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성급하게 끼어들거나 끝맺음을 대신하지 않으려 한다. 그 기다림의 미학 속에서 비로소 가족 간의 진짜 대화가 시작될 거라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