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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림이 안 그려지면 남을 설득하지 못한다

일을 하면서 새로운 사업, 프로그램을 해 보고 싶다고 얘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고 있는 일에서 틈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롭게 생각해 본 프로그램이 있는데..." 라고 말을 전했으면 그 생각이 실현되도록 한다.

나 혼자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니, 잘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

내가 그린 그림을 상대방에게도 잘 떠올리게 그려줘야 한다.


생각과 실행하는 방식이 다르다면, 

그와 나는 스토리를 간직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그간 서로 달랐을 경험에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의미.

그래서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상대의 관점에서 그림을 잘 그려줘야 한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면, 컨셉도 잡고, 제목도 짓고, 목적도 가설도 세워본다.

처음이라면 자료나 참고할 전례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강렬히 해보고 싶은 사업이나 프로그램이라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상사도 잘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 

나는 설명을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뭔가 설득당한 듯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볼 일이다.

존중과 배려의 마음 씀이 깃들어 있기를.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볼 수 있도록 먼저 그림을 그려본다. 글로 써보는 것을 먼저 해도 상관없다.

글로 풀어내는 게 편한 사람도 있고, 글을 보완하기 위해 이미지를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텍스트만으로는 활자가 주는 설득의 부침이 있을 수 있으니

선과 도형, 이들을 배치하면서 만들어지는 논리를 설득하는데 활용해 볼 만하다.


하고 싶은 바를 그림으로 그려본다면...

어릴 적 그린 상상화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그린 상상력이 최대치가 된 그림이다.

실행을 전제로 한 그림이라면 '가능할까?', 가능하도록 표현해야 하니 놀랄만한 상상력은 제한적이 되기도 한다. 나만의 상상이 아닌 실현 가능한 우리의 상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보고 싶은 사업을 체계도로 그리거나 마인드맵을 그려봐도 좋다.

과하지 않게 반 페이지나 한 페이지 정도 허락된 지면에

사업의 시작과 끝, 구성요소, 자원의 배치와 흐름, 각 단계가 흐름을 갖고 이동하는 과정도 화살표로 표시해 본다. 사업체계도를 그리며 혼잣말로 설명도 해 보고,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만들어지는지도 점검해 본다.


핵심이 명확하고, 단계가 보이며, 기대효과가 잘 드러나게 구성되면 마치 그림이 말을 하는 것처럼 유려해진다. 

내가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그렇게 이해할 정도면 충분하다.

말이 되는 그림을 만들려면 여기저기에 why, what, how를 포함한 질문을 막 던져봐야 한다.


"이걸 여기에  그려 넣어야 하지?"

"이 단계에서 무엇을 적용하면 좋을까?"

"이번에는 지난번에 해 본 것과 조금 다르게 해볼까? 대상자를 조금 다르게 설정했으니..."

"이렇게 표현하면 이해가 되겠지?"

"여기 내용에 약간 중복이 생기는 거 같네"...


내가 그림이 안 그려지면, 나도 상대방도 설득하기 힘들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시작은 동력을 얻지 못한다. 

조만간 평가에 민감해지고, 이렇게 지속되면 성과가 희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완벽한 계획, 잘 그려진 체계도로 시작하기는 어렵다. 출발만 지연시킬 뿐이다.

기획의도와 기대효과를 잘 고민했다면, 그리기 시작하고 재구성하면서 수정 보완하면 된다.


처음부터 그림의 선을 선명하게 그릴 순 없다. 

진하게 한 번에 그은 선보다는 엷은 선 자국이 겹쳐 선명해 진 선은 실현가능한 상상화를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 

조금 지저분해 보여도 고민의 흔적과 수정의 흔적이 모이면 공감을 만들어 내고, 시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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