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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나 실패를 담은 매뉴얼은 어떨까?

'어디 매뉴얼 없나?'

'매뉴얼이 있었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이번 기회에 매뉴얼 하나 만들어야겠다...'


업무를 하다 보면 간절히 찾게 되기도 하고,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는 그 자체를 스스로 과제로 만들기도 한다. 매번 매뉴얼 만드는 것을 목표나 과제로 삼는 것을 보면, '매뉴얼이 있었으면...'. 과정 중에 덜 힘들거나  다른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 때문인가 보다.

  

요즘은 새로운 기능을 익혀야 하는 물건, 기기들의 매뉴얼은 책자, 텍스트로 만나기는 어렵다. 유튜브에 접속해서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면 되니  굳이 종이 매뉴얼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듯싶다. 잘 따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 종이든, 영상이든, 사진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목표가 '그대로 따라 하기'이므로.


 뭔가 창의적인 상상력이  발동되어 엉뚱한 길로 접어들면, 예정된 결과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기능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매뉴얼대로 하지 않아서이다. 매뉴얼은 그대로 따라 하도록 만들어졌고, 기능을 목적대로 활용할 수 있게,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만 한다. 즉, 목적이 분명하고, 잘 정돈된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하면 같은 도착지에 도달하도록 하는 게 매뉴얼의 숙명이다.


- 프로세스가 복잡한 업무

- 사람, 담당자의 변동이 잦은 경우

- 과정과 결과가 중요해서 과정에 실수가 없어야 하는 업무

- 이번처럼 다음에도 같거나 비슷한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경우

- 사람의 경험과 역량에 따라 영향을 덜 받아야 하는 경우...


이럴 때 매뉴얼이 '있었으면 하는 경우'이고, 이럴 때매뉴얼이 '필요한 경우'들이다.


매뉴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변수'가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 변수는 그  자체가 가변적인 요인을 뜻하는 것이니  매뉴얼에 들어가는 게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서 매뉴얼은 변화에, 변수에 취약하다.  


한 사람의 실수가 다른 사람, 부서에서는 반복되지 않도록, 누군가의 괜찮은 성과가  다른 사람이나 부서로 잘 연결시키기 위한 도구가 매뉴얼이다. 만약 목표가 '이전 보다 더 나은'이거나 '창의적인 새로운 접근'이라면 매뉴얼은 방해물(?)이 될지도 모른다.


먼저 경험하고, 그 필요성으로 만들어진 매뉴얼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음번/다음의 누군가를 위해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그 매뉴얼은 변수를 담아내기 어렵다.


사실 현실이나 일상은 매뉴얼처럼 진행되지 않는다. 그대로 하다가 오히려 전혀 다른 결과와 마주하기도 한다. 업무를 하면서도 그런 경우가 많겠지만, 매뉴얼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으면 참고하여 덜 헤매거나 전혀 엉뚱한 방향에 도착해 있지는 않을 수도 있다. 배우면서 가기에, 무난하게 가기에 좋은 도구다.


잘 안된 내용을 기록하고 보여주려는 조직, 관리자는 많지 않을 거다. 잘 된 것을 보여주고 그렇게 따르도록 하는 경우, 잘 안된 것을 보여주고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경우, 잘 된 것을 보여 주고 또 다른 것을 상상하도록 하는 경우, 잘 안된 것을 보여주지만 그 자극으로 다른 것을 상상하도록 하는 경우들이 있다.  아마 대부분의 매뉴얼은 잘 된 길을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점검하거나 체크해야 하는 것을 알려주고, 실수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잘 정비된 가이드의 형태일 것이다.


혹 내가 만들었던  매뉴얼은, 그런 매뉴얼에 대한 나의 생각은 어떤가?


그런 점에서 매뉴얼은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 내거나 다른 응용을 잘 유도하지는 못한다. 과거는 감추고, 현재를 말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실수가 적은 미래의 당위를 말해 주는 경우가 많다. 처음일수록, 모르는 내용이 많을수록,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을수록, 요즘 같은 세상일수록 업데이트된 '매뉴얼'을 점점 요구받는다.  아마 내년 사업계획서, 운영안에 '매뉴얼 1개 이상 만들기'가 들어가 있을 듯싶다. 마음 같아서는 여러 개 만들고 싶지만, 하나도 제대로 만들기 힘든 경험이 떠올라 '1개 이상'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세워보기도 한다.


처음일수록, 모르는 내용이 많을수록,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을수록, 요즘 같은 세상일수록 매뉴얼이 빛을 발하기도 한다.  매뉴얼인지라 그 안에 상상을 품고, 변수로 가득 채우기 어렵다면, 상상을 품고 변수를 마주하며 일했던 과정과 결과를 매뉴얼에 담아보면 어떨까? 아주 불편한 매뉴얼이 되겠지만 '꼭 이대로 해야 한다'라는 부담이 조금 줄면, 매뉴얼을 만들기로 한 목표도, 매뉴얼을 보면서 일해도 이전과 다른 사업들을 계속 생각해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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