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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닉네임입력 Jun 18. 2023

서른병 극복기(1)

질병(?)을 필두로 시작된 나의 서른은 좀처럼 쉽게 방황을 멈출 수 없었다. 바보처럼 울기도 하고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기도 해 보고 무엇보다 가장 심했던 건 머릿속에서 잡생각들이 끊이지 않고 떠올라 어느 하나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여러 잡생각들 중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안정적인 수입원이었다. 헤어진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고, 그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겨버린 것인지 현재의 내가 만족스럽지 못해 앓게 된 이 질병이 나를 좀먹고 있었기에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나 자신을 만족시켜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안정적인 수입원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조급해하지 않고 나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봐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들여다보려 할 때마다 나를 채찍질하던 헤어진 연인이 떠올랐고 다시 생각들은 리셋이 되어 또다시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이런 증상들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기억력이 감퇴하고 집중력이 흐려지는 등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나아가 자존감이 낮아지는 사태에 이르러 나는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후로 나는 퇴근 후 하던 생각들, 주절주절 적어대던 것들을 모두 멈추고 온전히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 명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명상하는 동안에도 잡생각들이 끊이지 않았는데 명상을 시작한 지 3일이 지나고나서부터는 조금씩 이런 증상들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과거 좋아했던 심리학 책들을 읽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심리 쪽도 관심이 생겨 공부를 하면서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 것만 같았던 내가 이렇게 방황하다 관련 책들을 다시 읽으며 도움을 받으려 하는 것이 씁쓸했지만 다행히 좋은 구절들이 나를 조금씩 치유해 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참 많이 위로해 주고 챙겨줬다. 헤어진 후 일에 미쳐있던 나를 적당히 완급조절해 주는 직장동료부터 종종 나쁜 생각들을 할지 몰라 걱정이 되셨는지 하루에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전화를 걸어 생사여부(?)를 묻는 어머니까지 무너질 수가 없는 나 자신이었다.


그럼에도 잠시나마 연인과의 추억이 너무나도 많은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던 나는 더 성장하기 위해 다른 것도 시도해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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