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인가 전략인가] 경영 관리(Management)의 환상에서 탈피하라
현장의 리더분들과 이야기 나눈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완벽한 BM을 짜고 피버팅(Pivoting)을 감행하기 이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근본적인 전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임팩트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운영할 때, 리더의 머리와 가슴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어야 할 '전략적 마인드셋(Strategic Mindset)'입니다. 오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바로 가치 창조를 위한 리더의 인식전환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아마도 많은 임팩트 비즈니스 리더들이 창업 지원 기관이나 엑셀러레이터에서 주최하는 실무 교육에 종종 다녀오신 적이 있을 겁니다. 재무제표 읽는 법, 세무 기초, 퍼포먼스 마케팅 최적화 전략… 등등 강의실에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막상 사무실로 돌아와 텅 빈 노트북 모니터를 마주하면 숨이 막히는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그래서, 당장 이번 달 우리 회사의 매출은 어떻게 만들지..?"
임팩트 스타트업 생태계에 발을 들인 초기 창업자들이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는, 안정된 궤도에 오른 기업의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배우는 재무, 회계, 세무, 마케팅, 인사 등의 분야는 학술적으로 경영 관리(Management)의 영역입니다. 이는 이미 확고한 제품과 고객이 존재하고 현금흐름이 돌아가고 있는 상태에서, 주어진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통제할 것인가를 다루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막 닻을 올린 소셜 비즈니스에 당장 '관리'할 만큼 안정적인 시장과 자본이 존재하나요? 물론 재무, 회계, 마케팅과 같은 관리자의 매뉴얼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이러한 관리의 기술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그 매뉴얼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이전에 '전략가(Strategist)'의 마인드셋이 가장 밑바탕에 굳건한 기본 전제조건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인 경영학이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적의 수단을 찾는 '인과론적 논리(Causation)'에 기반한다면, 진정한 임팩트 기업가들은 지금 자신이 가진 보잘것없는 자원과 네트워크만으로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실험하고 우연을 통제하는 '실행적 논리(Effectuation)'를 따릅니다. 주류 시장이 돈이 되지 않는다며 철저히 외면했거나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새로운 가치를 증명해 내야 합니다. 그렇기에 안정적인 관리보다, 거칠더라도 끈질기게 기회를 빚어내는 창조의 마인드셋이 절대적으로 선행되어야 합니다.
임팩트 비즈니스는 태생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공익 논리)'과 '이윤 창출(시장 논리)'이라는 팽팽하게 대립하는 두 가지 제도적 논리(Institutional Logics)의 결합을 요구하는 하이브리드 조직입니다. 하지만 생존의 압박이 거세질 때, 적지 않은 리더들이 복잡한 비즈니스 모델을 치열하게 고도화하는 대신 도덕적 우월감이라는 편안한 도피처로 숨어버리곤 합니다. 미션이 비즈니스를 이끄는 북극성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무능을 가려주는 푹신한 방패막이로 전락하는 순간입니다.
결국 가치를 창조해 내는 힘은 리더가 모순을 대하는 '인식적 차원(Cognitive Dimension)'의 깊이에서 결정됩니다. 전략경영 관련 최근 연구(Malhotra et al., 2022)는 이를 인지적 복잡성(Cognitive Complexi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단선적인 마인드를 가진 리더는 소셜 임팩트와 재무적 성과를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으로 봅니다. 이들은 생존의 압박 속에서 "수익 창출과 스케일업에 몰두하다 보면 우리가 애초에 품었던 사회적 가치의 진정성이 옅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성장을 주저합니다. 혹은 반대로 "당장의 데스밸리를 넘고 후속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소셜 미션은 사업계획서 첫 장을 매력적으로 꾸며주는 '착한 포장지' 정도로 타협할 수밖에 없다"라며 현실 타협을 정당화하곤 하죠.
하지만 탁월한 전략적 마인드를 갖춘 리더는 다릅니다. 이들은 상충하는 정보와 논리의 긴장을 있는 그대로 껴안고, 그 복잡성 속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합니다. 버려지는 폐기물(사회 문제)을 보며 동시에 완벽한 원가 절감의 구조(재무적 기회)를 떠올리는 다차원적인 정보 처리 능력이 바로 리더가 갖춰야 할 진짜 '전략적 무기'입니다. 성공적 임팩터 사례를 지켜보며 확신하게 된 것이 있습니다. 이처럼 모순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전략적 마인드셋'이 내재화된 리더들은, 억지스러운 피버팅에 목매지 않고도 어느 순간 미션과 경제적 가치가 완벽하게 융합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BM)을 자연스럽게 빚어낸다는 사실입니다.
임팩트 비스니스의 조직 관리와 갈등 해소한 성공한 리더들의 특징을 '음양의 조화'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혁신적인 사회적 가치를 실험하고 팀원의 소진된 마음을 보듬는 포용적 리더십(음/탐색)을 발휘하면서도, 동시에 당장 이번 달의 현금흐름과 신규 고객확보실적에 대해서는 타협 없이 엄격하게 성과를 푸시하는 주도적 리더십(양/통제)을 맹렬하게 병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실의 필드에서 이 두 극단을 쉼 없이 오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는 하이브리드 조직의 생존을 위해 선택이 아닌 꼭 추구해야 할 전략적 행동입니다.
공감만 넘치고 성과 관리가 없는 조직은 결국 자본의 논리에 먹히거나 도태됩니다. 반대로 숫자만 압박하고 미션에 대한 영감을 잃은 조직은 평범한 영세 기업으로 전락합니다. 좋은 의도를 날카로운 비즈니스로 치환해 내는 리더는 이런 양극단의 면도날 위에서 기꺼이 상처 입으며 균형을 잡는 사람입니다.
가장 숭고한 미션조차도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뼈대'를 갖추지 못하면, 결국 누군가의 동정이나 지원금에 기대어 연명하는 시한부 프로젝트에 머물고 맙니다. 눈앞의 지표를 최적화하고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관리'할지 매뉴얼을 뒤적이기 이전에, 여러분의 머리와 가슴이 이 모순적이고 복잡한 하이브리드 비즈니스를 온전히 감당할 전략적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점검하세요.
여러분의 그 따뜻하고 선한 미션이, 차갑고 예리한 비즈니스의 검으로 제련되어 세상에 굳건히 꽂히기를 진심 응원합니다.
[참고문헌]
- Malhotra, S., Reus, T. H., Zhu, P., & Roelofsen, E. M. (2022). A blessing and a curse: How chief executive officer cognitive complexity influences firm performance.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https://doi.org/10.1002/smj.3415
- Sarhangi, R., Mashayekhi, A. N., & Souzanchi Kashani, E. (2024). From Black and White to Yin and Yang: Exploring the Management of Tensions in Social Enterprises. Journal of Social Entrepreneurship. https://doi.org/10.1080/19420676.2021.1987970
- Sarasvathy, S. D. (2001). Causation and effectuation: Toward a theoretical shift from economic inevitability to entrepreneurial contingency. _Academy of management Review.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1505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