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략 1-2] 사회적 가치인가 부산물인가

임팩트 비즈니스를 가르는 의도된 목적

by 김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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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선행 vs 의도된 임팩트

아주 가벼우면서도 본질적인 질문 하나를 던져보려고 합니다. 임팩트 비즈니스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열에 여덟 분은 한 번쯤 이런 귀여운(?) 반문을 제기하시곤 합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요. 애플은 스마트폰으로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편하게 만들었고, 동네에 있는 맛있는 빵집은 매일 아침 사람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잖아요.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은 모든 기업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제공하는데, 그럼 세상의 모든 착한 비즈니스가 다, 사회에 임팩트를 주는 기업 아닌가요?"


묘하게 설득력이 있죠?. 실제로 우리가 '혁신적'이라고 부르는 수많은 일반 영리 기업들은 인류의 삶을 진일보시키는 거대한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다르게 만드는 걸까요?


'결과적인 유익함' vs '의도된 미션의 우위성'


사회적 기업가 정신의 창시자로 불리는 J. 그레고리 디스(J. Gregory Dees) 교수의 시각을 잠시 빌려오겠습니다. 일반 기업이 맛있는 빵을 만들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경영학적 관점에서 훌륭한 '긍정적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라고 합니다. 하지만 동네 빵집의 1순위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윤 극대화이며, 빵을 먹은 사람들의 행복은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아름다운 부산물에 가깝습니다. 만약 빵보다 케이크를 파는 것이 마진율이 훨씬 높다면, 빵집 사장님은 언제든 쇼윈도의 메인 상품을 케이크로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셜벤처나 임팩트 기업은 다릅니다. 이들에게는 미션의 우위성(Mission Primacy)이라는 지독한 족쇄이자 훈장이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아이템을 고르지 않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 혹은 '버려지는 폐플라스틱 감소'라는 명확하고 의도된(Intentional) 사회적 목적이 가장 먼저 존재하고, 비즈니스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동원됩니다. 만약 임팩트 비즈니스가 미션에 반하는 방식으로 더 큰돈을 벌 기회를 마주한다면, 이들은 기꺼이 그 돈을 포기하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내려야만 합니다. 그것이 정체성이니까요.


재난 한복판에서 탄생한 '영양 맥주'의 진심


이해를 돕기 위해 아주 극적인 사례를 하나 떠올려 볼까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수많은 이재민들이 극심한 트라우마와 우울감에 빠져 물과 음식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때 한 기업이 독특한 맥주를 개발해 현장에 보급합니다. 알코올 도수는 대폭 낮추고, 씹는 것조차 버거운 사람들이 액체 형태로 최소한의 필수 영양분과 칼로리를 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호용 영양 맥주'였습니다.

겉보기엔 일반 주류 회사가 파는 캔맥주와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그저 '건강 트렌드'나 '새로운 매출 확보'를 위해 이 맥주를 만들었다면 그것은 똑똑한 일반 영리 기업의 전략일 뿐입니다. 이들이 일반 기업과 다른 이유는, '재난 지역의 심리적 위안과 영양 공급'이라는 명확한 사회적 미션을 최우선에 두고 맥주라는 제품의 존재 이유 자체를 재정의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임팩트 비즈니스가 미션에 반하는 방식으로 더 큰돈을 벌 기회를 마주한다면, 이들은 기꺼이 그 돈을 포기하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내려야만 합니다. 그것이 정체성이니까요.


당신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Thought Experiment)


현실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묘합니다. 여러분의 직관을 자극할 만한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던져보겠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에 깔아 두고 매일 들여다보는 ‘지역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 A’가 있습니다. 이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임팩트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매년 수억 건의 중고 거래를 성사시키며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완벽한 '자원 순환(Circular Economy)' 모델을 구현했습니다. 게다가 삭막했던 현대 사회에서 이웃과 이웃을 연결하며 '지역 공동체(Community)'라는 잊혀진 사회적 자본을 다시 쌓아 올렸죠.


하지만 플랫폼 A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면, 이들은 벤처캐피털(VC)로부터 천문학적인 투자를 받은 전형적인 하이퍼 그로스(Hyper-growth) 스타트업입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 광고 수익 모델을 고도화하고, 트래픽을 독점하여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재무적 수익(Exit)을 안겨주는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 기업은 환경 보호와 지역사회 연결이라는 엄청난 가치를 창출했으니 위대한 임팩트 비즈니스일까요? 아니면 그저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우연히 긍정적 외부효과를 크게 낸 영리 IT 기업에 불과할까요?


세상이 복잡해진 만큼, 영리와 비영리, 일반 비즈니스와 임팩트 비즈니스를 가르는 경계선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정해놓은 정답표가 아니라, 창업이라는 길고 외로운 여정을 시작하기 전 예비 창업자 스스로 자신의 나침반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묻는 과정 그 자체일 것입니다.


친구나 동료들과 가벼운 맥주 한 잔 하면서 이런 사고 실험에 대해 수다를 떨다 보면, 어쩌면 그 가벼운 대화 속에 여러분 비즈니스의 아이디어와 뾰족한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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