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6학년 아이들과 파브르 동아리를 만들었다. 전년도에 계획한 동아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연초에 기획한 것도 아니다.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한 아이 때문에 급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경험하지 않은 일을 즉흥적으로 벌린 셈이다.
그 아이는 관계 맺는 것이 서툴렸다. 친구들과 티키타카를 못했다.대화할 때 상대의 기분, 상황, 관심사는 안중에도 없었다. 자기가 관심 있는 것에 대해서만 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상대방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면서 혼자 신나 하던 아이다. 흔히 말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 아이다. 자연히 친구들과 멀어지고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었다.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잘 안 되는 부분을 애써 노력하는 것보다 좋아하고 잘하는 부분을 키우는 것이 낫다. 사슴벌레에 관심 있는 또래 친구들을 모았다. 그 아이의 주 관심사인 사슴벌레가 다른 친구들과의 연결고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그렇게 넓적사슴벌레를 키우는 모임으로 시작해 도마뱀까지 키우게 됐다. 일이 커진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파브르 동아리 모임은 성공적이었다. 사슴벌레와 도마뱀이 잠자던 무기력한 아이들을 깨웠기 때문이다. 어떤 계기와 동기, 의욕이 없던 아이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얼 이야기해도 귀찮다는 아이가 처음으로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사슴벌레와 도마뱀은 새로운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 역할을 했다.
작년에 초창기 멤버들은 졸업했다. 벌써 동아리가 만들어진 지 1년이 지났다. 아이들은 학교를 떠났지만 도마뱀은 여전히 교육복지실에 남았다. 동아리 모임을 이어갈 아이들이 모집했다.
5학년 학생 중에 몇몇 아이들이 도마뱀에 관심을 보였다. 아이들도 유대감을 쌓을 대상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관계가 서툰 아이, 무기력한 아이, 산만하고 과잉행동으로 공격적인 아이로 이미 꼬리표가 달린 아이들이다. 학교에서 몇몇 선생님들이 문제아라고 부르는 아이들이다.
하지만 학교 밖에서는 그냥 호기심 많은 아이다. 어른의 따뜻한 보살핌과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아이다. 한마디로 사랑이 고픈 아이들이다. 지긋지긋한 꼬리표를 떼어야 행복한 아이들이다.
지난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파브르 동아리 첫 모임을 했다. 곤충박물관에 가서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분양받았다. 파충류 분양소에 들러 도마뱀을 만져보고 육지 거북에게 청경채를 먹였다. 인근에 전라북도, 전라남도, 제주도를 총괄하는 지방통치관서인 전라 감영을 관람했다. 그날 아이들은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성충이 될 때까지 교육복지실에서 키우기로 했다.
그 뒤로 매일 아이들은 교육복지실에 들른다.자신이 키우는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얼마나 컸는지 애벌레 방을 보기 위해 통을 들어 올린다. 분무기로 흙에 물을 뿌려 습도 조절해준다. 당번을 정해 이틀에 한번 꼴로 도마뱀에게 슈퍼푸드를 먹이기까지 한다. 사실 아이들이 안녕한지 매일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어느 쪽이 오른쪽 신발일까 골똘히 생각하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 신발 뒤축이 구겨지지 않게 손가락으로 당가며 발을 넣었다가 손가락이 안 빠져서 끙끙대면서 어른이 되었다.(중략) 지금 보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어린이라는 세계-
작년 아이들처럼 생명을 키우면서 책임감을 느끼겠지. 늘 누군가로부터 돌봄을 받다가 아이들이 직접 돌보는 주체가 되는 경험이길 바란다.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자라나는 과정을 관찰하며 누군가에게 애정을 쏟으면서 인내심을 기를 거야. 사랑을 느낀다면 함께 성장할 테니. 비록 서툴겠지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아이들과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성충이 되면 피자 파티하기로 했다. 벌써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었다. 어느새 번데기가 붉은색으로 변했다. 한두 달 내에 성충이 된다고 하는데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슴벌레와 도마뱀도 그랬지만 장수풍뎅이 애벌레는 처음 키워보는 거라 심하게 안절부절 중이다. 부디 아이들과 함께 성충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피자 먹는 날을 기대하며.(성장할 아이들을 응원해주세요.)
번데기에서 성충이 되려면 무엇을 신경 써야 할까요. 도움이 될만한 정보는 댓글에 부탁합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