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길게 자라 늘어진 줄기를 잘랐다. 내 딴에는 보기 좋으라고 한 일이다. 무성하게 자란 잎이 오히려 자라는데 방해될까 봐 생각해서 한 일이다.
하지만 줄기를 자른 일이 되레 잘 자라던 괭이 밥을 죽게 했다. 다음 날 아침, 힘없이 축 늘어진 줄기와 말라버린 시든 잎을 보고 좌절하고 말았다.
"너 잘 되라고 한 일인데..." 괜히 미안해지더라. 제대로 알아보고 자를 걸.
이럴 줄 알았으면 네가 품었던 씨앗을 열심히 발아시켰을 텐데.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앙증맞은 노란 꽃이 펴 기분 좋았다. 하도 신기해 다른 선생님들에게 행운을 나눌 겸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했었다. 한순간의 실수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니 더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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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교육복지실 창가에 괭이 밥 씨앗이 흩어져 있었다. 알고 보니 괭이 밥은 씨방을 터트리면서 씨앗을 사방으로 날린다고 한다. 호기심에 발아시켜보려고 이리저리 흩어진 씨앗을 쓸어 담았다. 물에 젖은 키친타올에 씨앗을 덮어두기도 했고 티백을 살짝 찢어 씨앗을 넣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발아되지 않았다.
며칠 전 아이들이 심은 그림 봉투 화분 안에 푸릇푸릇 움터 있던 작은 새싹을 발견했다. 설마 바람 따라 씨앗이 날아들어 왔나 싶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떠서 괭이 밥을 심었던 화분에 분갈이를 해줬다. 괭이 밥의 씨앗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꽃대가 자라더니 세잎이 자랐다. 발아시키려는 수고를 무색하게 했다. 인간의 노력보다 자연의 순리가 위대한 순간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씨앗을 남기고 떠났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괭이 밥의 꽃말이 빛나는 마음, 기쁨이라고 한다. 다시 괭이 밥을 키울 수 있어 기쁘다. 꽃말처럼 괭이 밥이 기쁨을 선물했다. 또다시 교육복지실에 행복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