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산에 오르면서 배운 것들

by hohoi파파

지난 주말 아들과 함께 [토리바우]를 보러 황방산에 올랐다. [토리바우]는 홀로 된 바위가 다람쥐에 쫓기는 도토리를 자기 몸에 숨겨주면서 시작되는 우정을 그린 그림책이다. 실제로 그림책의 배경이 되는 황방산과 바위틈에 자란 도토리나무를 소개한다. 마침 황방산이 집에서 가까웠고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언제 한번 [토리바우]를 보러 가자고 했다. 아들에게 책 속의 상상의 나래를 현실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들이 몇 걸음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공복에 힘든지 숨을 헐떡이며 허리를 숙였다. 오랜만에 산에 올라서인지 몰라도 아들은 차오르는 숨을 어찌하지 못했다. 아직 갈길이 먼데 거친 숨을 몰아 쉬는 아들을 보고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솔직히 아들이 도저히 못 가겠다고 하면 적당히 오르다가 내려오려고 했다. 사실 주말 아침 아들과 함께 산에 간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고 보면 4살 때 아들을 데리고 어찌 노고단에 갔을까 싶다.


# 산에 오르는 또 다른 이유와 묘미


"저기 봐봐! 땅에 도토리와 밤송이가 떨어져 있어."


잠시 쉴 겸 힘들어하는 아들의 시선을 돌렸다. 가던 길을 멈추고 숨 돌리고 있을 때 우거진 풀과 나무 사이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서늘한 바람에 가슴까지 시원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아침 공기, 바람 따라 촉촉하게 젖은 흙냄새와 푸른 풀 나무 향이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아들에게 상수리나무 가지를 들어 보이며 "왜 땅에 떨어졌을까?" 물었다. 아들은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관심을 보이는 아들에게 거위벌레 한살이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거위벌레는 도토리에 작은 구멍을 내고 열매 안에 알을 낳아"

"애벌레가 땅속에 들어갈 수 있게 나뭇가지를 잘라 땅에 떨어트리는 거야"

"알에서 태어난 애벌레는 도토리에서 나와 땅속에 들어갈 거야"


아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이 마치 숲 해설사 같았다. 거위벌레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이야기를 멈추고 핸드폰을 꺼냈다. 거위벌레를 검색해 아들에게 이미지 사진을 보여줬다.

# 사람들의 응원으로 정상에 오른다


"포기하자"


얼마나 힘들었으면 아들이 포기하자고 말할까. 하지만 아들이 반대로 말하는 것을 눈치챘다. 아들에게 "내려갈까?" 되물었다. 도중에 그만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할까 봐, 자극돼라고 아들에게 "꼭 정상에 가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하며 안심시켰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했다"라고 칭찬해주었다.


"힘들면 언제든지 가도 돼"


되레 아들은 내려가자는 말이 자극되었던 모양이다. 한참을 쉬던 아들이 앉은자리에서 툴툴 털고 일어나 다시 올라가자고 했다. 다시 올라가는 아들에게 "포기하지 않으면 정상에 오를 수 있어" 한마디 거들었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아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몇 살이니?"


아빠와 아들이 나란히 걷는 모습이 흐뭇해서인지 몰라도 만나는 사람마다 아들에게 인사를 하고 말을 걸었다. 산에 오르면서 사람들과 나누는 인사가 좋은 이유다. 어쩌면 아들에게는 "몇 살인데 산에 오르는 거야, 너 참 대단하구나!"라는 메시지로 전해졌을 것이다. 어르신들의 응원 덕분에 500m는 가뿐히 걸을 수 있었다.

# 정상에 올라 내려가기까지

어쩌면 아들은 처음부터 내려갈 생각이 없었는지 모른다. 산에 오르는 내내 "나는 할 수 있다"라고 혼잣말했다. 힘든 순간에 스스로를 다독이다니. 아들 내면에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할 수 있다는 아들 말을 듣고 그새 훌쩍 컸구나 싶었다.


아들 손을 잡고 산을 내려왔다. 어느 순간 아들과의 스킨십이 많이 줄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둘째와 막내가 엉겨 붙는 바람에 첫째를 자주 안아주지 못한 것이다. 첫째 입장에서 얼마나 서운할까, 손끝에서 아들의 속상한 마음이 느껴져서 미안했다.


"일주일에 한 번 아빠랑 산에 올까?"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힘들어!"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아직 어린 7살일 뿐이다. 첫째라는 이유로 형과 오빠 노릇을 알게 모르게 기대했는지 모른다. 첫째, 형, 오빠를 걷어내면 어리광 부리고 떼를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솔직히 7살을 7살로 대하지 못했다. 첫째가 유독 억울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힘들다며 단번에 거절했지만 아들의 본심은 그게 아닐 거라 믿는다. 아들과 함께 산에 오르면서 오롯이 첫째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 아들과 자주 산에 오르면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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