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입추가 한참 지났다는 것을 알았다. 가을에 접어드는 시기가 생각보다 빨라 놀랐다. 사실 모르는 사이에 이미 가을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절기를 보고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나 싶었고 무엇보다 덧없이 시간만 보낸 것 같아 아쉬웠다. 이제 2022년도 4개월밖에 남지 않았구나.
생각해 보면 가을이 알게 모르게 찾아왔다. 쨍쨍 내리쬐는 햇살은 뜨겁다 못해 따가웠고 한동안 눈부셔서 미간을 찌푸렸었는데 요즘 인상을 덜 쓴다. 어느 순간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하늘은 푸르디푸르고 높아졌다.
쉴세 없이 울려 퍼지는 매미 울음소리에 귀 따갑고 시끄러웠는데 언제부터인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풀벌레와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해가 저물면 "찌르르 찌르르"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새벽녘에 들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절로 명상이 되더라. 고추잠자리가 빙빙 맴돌며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것을 보니 이제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오는 8월 23일이 일교차가 커지는 처서라고 한다. 하지만 요 며칠 사이에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졌다. 오늘은 유난히 새벽 공기가 찼다. 처음으로 아이들 감기 걸릴까 봐 베란다 창문을 닫았다. 그러고 보니 습하고 푹푹 지던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오후 5시가 넘어가면 천변에서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며칠째 이어지는 열대야로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잠잘 수 없었지만 어제오늘 서늘한 바람에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여름 물놀이는 오늘로써 끝났다
올여름은 다른 해보다 물놀이를 자주 했다. 하원하면 인근 공원 내에 있는 물놀이터에서 물놀이하고 집에 들어갔다. 걸어가면 2분이 채 안 걸린다. 집과 가깝기 때문에 씻을 걱정 없이 물놀이했다.
어제 아이들과 물놀이하면서 사실상 야외에서 하는 마지막 물놀이겠구나 싶었다. 물이 닿자마자 차가워서 놀랐다. 물이 찬데 바람까지 선선하니 금세 추워졌다. 아니나 다를까 둘째가 바들바들 떨면서 놀았다. 입술이 금방 파래졌다. 올여름 물놀이는 다했구나. 애들아, 이제 물놀이 대신 단풍놀이해야겠어.
가을은 결실을 보는 계절인데 나는 어떤 성과를 올릴까. 연초에 다짐하고 계획했던 일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계획으로만 그치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다. 남은 4개월을 어떻게 보내야 2022년을 잘 보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좀 더 의미 있게 마흔을 보내고 싶었는데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다시 오지 않을 마흔의 시간을 어찌 보낼까. 추운 겨울이 불현듯 오기 전에 다시 시작해보자. 마흔의 가을은 또 어떤 계절로 기억에 남을지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