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딸내미가 자기 앞으로 굴러오는 공을 냅다 차 버렸다. 공을 차는 딸내미의 발길질이 예사롭지 않았다. 정녕 21개월이 맞는가. 두 아들에게서 보지 못한 민첩함이다. 그날 딸의 남다른 운동 신경에 놀랐다.
딸은 인형이나 주방 놀이에 관심이 없다. 두 오빠들의 영향인지 몰라도 몸으로 노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태어나서 보고 배운 것이 몸으로 노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사실 처제가 선물한 주방 놀이 세트가 거실에 그대로 방치된 채 수북이 먼지만 쌓이고 있다. 솔직히 거실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 보기 민망할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혀를 내두르며 동영상을 보여줬다. 딸내미가 킥보드를 타는 영상이었다. 어찌나 거침없이 쌩쌩 내달리는지 킥보드를 타는 뒷모습에서 딸의 신나는 표정이 보였다. 심지어 며칠 사이에 실력이 늘었다. 예전에는 앞으로만 가다가 들이받더니 이제는 힘을 줘 방향을 튼다. 발을 구르다가 빨라지면 킥보드 위로 발을 올리는데 한 발로 균형을 잡는 모습이 어찌나 신기한지 영상을 자꾸 보게 된다.
워낙 왈가닥에 두 오빠를 이겨 먹는 딸내미이지만 애교가 넘쳐 두 오빠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장난감 가지고 다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까르르 웃는 세 아이를 보면 행복하다. 어쨌든 남들보다 킥보드 조금 탄다고 운동시켜야겠다고, 김연아라며 유난 떠는 딸바보 아빠는 오늘도 동영상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