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평창으로 떠나는 날이 밝았다. 이른 아침부터 떠날 준비에 분주하다. 일어나자마자 아내는 아이들을 챙기고 나는 전날 미리 싸놓은 짐을 차에 실었다. 전주에서 평창까지 3시간 넘게 걸려서 아침은 간단하게 차 안에서 도시락을 까먹기로 했다. 다행히 아침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 덕분에 일찌감치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아이 셋을 데리고 아침 7시에 평창으로 출발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다.
이제 곧 전주 IC에 들어서는데 설렜다. 조수석에 탄 첫째도 여행 갈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쭉 한 번에 평창까지 내달리고 싶지만 번갈아 화장실에 가고 싶은 아이들 덕분에 연달아 휴게소에 들렀다. 뭐래도 좋다.
집 나온 지 1일 차: 허브나라 농원(강원 평창군 봉평면 흥정계곡길 225) ★★★★★
무려 4시간을 달려 허브나라 농원에 도착했다. 며칠 전만 해도 평창에 비 소식이 있었다. 출발하면서 걱정했는데 쨍쨍 내리쬐는 햇빛이 반겼다. 맑고 푸른 하늘에 바람마저 살랑살랑 가슴까지 시원했다. 톡톡. 딸내미도 기분이 좋았는지 선크림 바르는 내내 꼼짝하지 않고 얼굴을 대주었다. 딸내미 피부는 소중하니까.
두 아들은 체험에 진심이다. 해설사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집중해서 듣는다. 두 아들이 나란히 서서 설명을 듣는데 무슨 말인지 알고 듣는 건지 신기하기만 하다. 결국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허브주물럭비누 만들기 체험을 하고 말았다. 식비만큼이나 체험비가 드는 두 아들 덕에 지갑은 털털.
산책길을 따라가면 다양한 꽃과 식물을 볼 수 있다. 특히 레몬 베버나는 잎을 만지면 새콤하고 상큼한 레몬향이 온몸에 묻어나는데 금세 정신이 맑아졌다. 또한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곳곳마다 있기 때문에 사진 찍기 좋다. 가장 안쪽에 나무로 우거진 숲 속에 차가운 계곡물이 흘러서인지 코끝이 시원했다. 발끝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발 담그고 놀았다. 정말이지 계곡물 안에 발 담글 수 있게 둔 나무 의자는 신의 한 수다.
이곳에 숙박 시설도 있으니 숲 속 뷰와 계곡물에서 발 담그기를 좋아하면 펜션을 이용을 추천한다. 워낙 리조트와 호텔은 숙박비가 비싸기 때문에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하루 이틀 정도는 이색 체험하며 지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기회가 되면 다음 평창 여행 숙소는 이곳에서.
집 나온 지 1일 차: 평창 루지 랜드(강원 평창군 봉평면 태기로 174) ★★★★
마침 숙소 근처에 평창 루지 랜드가 있었다. 예전에 아들과 여수에서 루지를 탄 적이 있다. 굳이 여수 유월드루지테마파크와 비교하자면 평창 루지는 내려오는 내내 S자 코스만 반복하기 때문에 조금 지루한 감이 있다. 그렇지만 트랙 길이는 1.4km로 국내 최대 길이였다. 비싼 돈 내고 조금이라도 더 탈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닌가. 이용 요금이 비싸서 그렇지 뭐 아들이 신나 하면 그것으로 됐다.
평창 루지 랜드는 스키장 한쪽에 마련돼있기 때문에 탁 트여 있으며 잔디가 넓게 깔려있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다. 한편에는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할 수 있도록 모래놀이장과 모래놀이 장난감이 놓여있다. 첫째와 루지를 탈 동안 아내는 둘째와 셋째와 함께 모래놀이를 했다.
집 나온 지 2일 차: 대관령 하늘목장(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꽃밭 양지길 458-23) ★★★★
평창에는 목장이 많다. 그중에 삼양목장, 대관령 하늘목장, 대관령 양떼목장이 유명하다. 각각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봤다. 삼양목장은 세 개 목장 중에 가장 큰 규모이지만 도보로만 이용 가능해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가 어려웠다. 다른 목장의 체험거리를 찾던 중 대관령 하늘 목장은 1시간 간격으로 트랙터 마차를 운영했다. 또한 승마체험과 양 먹이 주기 체험도 할 수 있어 아이들 데리고 가기 가장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커다란 트랙터 마차를 탈 때 가장 좋아했다.
아이들과 트랙터 마차 승차장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았다. 놀다가 더우면 한쪽에 커피숍, 쉼터가 있어 햇볕을 피해 쉴 수 있다. 하늘목장에서 판매하는 요거트와 아이스크림 사 먹을 수 있다. 그냥 기념으로 하늘목장 요거트라도 사 올걸 그랬나. 맛이라도 봤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다.
목장은 평창 여행지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소였다. 탁 트인 하늘 아래 가장 높은 곳에 서있는 기분은 올라가 보지 않으면 모른다. 시원한 바람맞으며 한동안 멍하니 산 아래 보이는 풍경을 내려다보는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날 하늘까지 맑아서 멀리 내다볼 수 있었다. 산비탈에 한가로이 풀 뜯어먹고 있는 양과 염소, 젖소와 말들을 보니 나까지 차분해지더라. 이 맛에 평창 오나보다.
여행 마지막 코스는 항상 물놀이였다. 아이들에게 "오늘 한 것 중에 뭐가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어?"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가장 먼저 물놀이라고 말했다. 잊고 있었다 아이들은 뭐니 뭐니 해도 물놀이가 최고라는 것을. 그냥 하루는 어디 안 가고 물놀이만 했을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좋아했다.
강릉 중앙시장 맛집 투어: 배니 닭 강정 ★★★
아내가 여행 내내 아팠다. 여행 오기 전 목 디스크 증세로 고개를 돌리지 못해 병원 진료를 받았었는데 여행 중 심해진 것이다. 여행 첫째 날 밤 다 잠든 컴컴한 방에서 화장실 불을 켜 놓고 병원을 찾아봤다. 마침 다음 날 강릉 경포대에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강릉에 있는 정형외과를 찾아봤다.
대관령 하늘목장에 머문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오후는 강릉에 가서 병원 진료만 봐야 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강릉 중앙시장에만 들러 닭강정을 사고 서둘러서 숙소로 이동했다. 몇 분이라도 더 물놀이하기 위해 경포대를 포기한 것이다. 강릉까지 가서 바다를 못 보다니 지금도 아쉽다.
여행 내내 신나게 놀았던 것은 빠른 육퇴 후 맥주 한 캔을 마시기 위함이다. 정작 여행 내내 일찍 잠든 아내 덕에 맥주도 나도 김 빠졌다. 어찌 숙소에 와서 잠만 잘 수 있는가. 난 또 뭘 기대했는가. 하하. 혼자 닭강정을 먹으며 맥주를 마셨지만 두 캔도 다 못 마시고 버리고 말았다. 혼자 먹으니 맛이 없더라.
집 나온 지 3일 차: 여주곤충박물관(경기 여주시 명성로 114-146 1~3동) ★★★★
원래 마지막 날 계획은 평창 백룡 동굴에 가서 탐험하려고 했다. 암흑 속에서 랜턴 빛에 의지해 동굴을 따라 걸을 생각에 들떴다. 아이들에게 황금박쥐 볼 수 있는 거 아니냐며 한껏 바람을 넣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6세 이하는 관람을 제한했다. 첫째만 데려갈 수 없는 노릇이고 어쩌지.
처제 집으로 가는 길에 여주를 지나가서 여주 곤충 박물관으로 갔다. 다양한 곤충과 파충류를 보고 직접 만져볼 수 있었다. 넓적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키워 봤다고 거침없이 만지는 아이들. 언제 타란튤라를 가까이에서 보겠는가 아이들은 전시된 동물들을 보며 마냥 신기해했다.
집 나온 지 4일 차: 송탄 처제 집으로 ★★★★★★★★
처제네 식구와 하루 종일 물놀이했다. 전주에도 이런 시설이 있으면 매일 갈 텐데 내심 부러웠다. 그 덕에 아이들만 신났다.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 아이들. 첫째는 모르는 같은 또래와 노는 것을 보고 새삼 많이 컸구나 싶었고 둘째는 이제 제대로 노는구나 싶었고 셋째는 의외로 물놀이를 싫어해서 애먹었다.
집으로 가는 길: 안성 팜랜드(경기 안성시 공도읍 대신두길 28) ★★★★★
안성 팜랜드는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은 곳이다. 동물 먹이 체험, 승마 체험, 공연 관람 등 다양한 놀이와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실 지난번에 처제네 식구와 놀러 갔었다. 무료 입장권이 있었고 버블 놀이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들른 것이다. 전동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어 편하게 구경했다.
날씨 좋다~ 사진은 더더더.
솔직히 안성 팜랜드에 온 이유랄까. 이곳에서 사진 찍으려고 한여름 무더위를 이겨냈다.
아이들이 버블 놀이를 좋아했다. 버블과 물대포를 쏘니 마치 싸이의 흠뻑쇼 같았다. 아이들 옷이 비누 거품과 물로 흠뻑 젖었으니 흠뻑쇼 맞네. 진행자가 있어 흥을 돋구니 더 신났다. 아내의 훌라후프 대회 선전은 그날 최고의 이벤트였다. 시상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지난 여행 사진을 보며 평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학교는 옥상 공사로 시끄럽고, 날씨는 무덥고, 일은 안 잡힌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브런치에 여행 사진을 정리하며 글을 적는다. 괜한 일한 건가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린다. 아! 멀리 떠나고 싶다. 내심 혼자라면 더. 늦은 밤 야경을 보며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시고 싶다. 두툼한 감자전에 봉평 메밀 막걸리 한잔 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