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끓이는 김치찌개는 나를 위한 선물

by hohoi파파

출근길, 오랜만에 김차동의 FM모닝쇼를 들었다. 오늘은 늦게 집을 나서는 바람에 라디오 방송이 끝나가고 있었다. 학교에 도착할 때쯤 DJ가 클로징 멘트를 했다.


DJ는 금요일이 되면 저녁 메뉴로 김치찌개를 끓인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김치찌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했다. 고슬고슬 갓 지은 밥과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를 먹는 것은 한 주 동안 잘 버텨준 자신에게 주는,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했다. 선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하지 않나 싶었지만 한 주를 버티고 견뎌준 자신을 위한 위대한 선물이었다.

당신은 자신을 위해 어떤 선물을 해봤나요?


라디오를 들으면서 나를 위해 선물을 했던 게 언제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흔한 김치찌개도 나를 위해 끓여 본 적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나 자신에게 참으로 인색했다.


생각해 보면 요즘 나를 위해 따로 음식을 먹거나 선물하기는커녕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힘들다. 어느 순간 우선순위는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메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정한다. 어딜 가면 치즈 돈가스를 그렇게 먹는다. 여행 장소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거리가 있거나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 바닷바람 맞으며 회에 소주를 먹을 수 있을까. 해수욕장에 가면 모래놀이만 하다 온다.


언제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마늘빵과 치즈가 가득 들어있는 빵을 먹고 싶어도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 때문에 선뜻 고르지 못한다. 회나 초밥을 먹고 싶어도 아직 날것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수산물 코너를 혼자 서성거리며 눈으로만 먹는다. 그나마 취미라고 하나 있는 주말 등산은 상상도 못 할 일이 되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감히 세 아이를 아내에게 맡기고 등산 모임에 가는 것은 엄두조차 못 낼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종주는 못할지언정 동산에는 갈 수 있어야 한 텐데 말이다. 언제 나를 위한 시간과 장소를 선물할 수 있을까.


남들은 어떻게 '나를 위한 선물'을 할까 궁금했다. 피부숍이나 마사지숍에 가서 피부 관리를 받거나 마사지를 받는가 하면, 네일 아트 하면서 손톱 관리를 받으며 기분 전환을 한다. 평소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자신을 위해 선물하기도 하는데 책과 꽃처럼 소소한 선물부터 시계, 노트북, 가전제품 같은 고가의 선물도 있었다. 물리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맛집 투어 하며 자신에게 시간과 장소를 선물하기도 했다.


매달 월급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은 잠시 머물다가 어디론가 사라지기 때문에 일정 금액을 나를 위해 소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선물을 해야 한다. 나에게 투자하는 것에 인색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분주하게 살지만 항상 제자리 같은 팍팍한 일상을 살려면 견디고 버티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소진되기 전에 충전해야 한다. 나를 위한 선물은 힘든 일상을 살아내는 자기 자신을 위한 위로이자 격려인 것이다. 뚜벅뚜벅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물리적 보상이든 사회적 보상이든 보다 적극적으로 기댈 곳을 만들어야겠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나요?"

"하고 싶었지만 미뤘던 일은 무엇인가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나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야겠다. 어쩌면 냉장고 야채칸에 처박아둔 일주일 된 막걸리 한 병을 와인잔에 따라 마시면서 [나 혼자 산다]를 보고 있지 않을까. 일주일 동안 [환혼] 보기만을 기다렸다. 분명 아내는 오일과 괄사를 가져오며 옆에 엎드려 누워 다리 마사지해달라고 하겠지. 어쨌든 그 또한 나를 위한 시간이니 뭘 해도 상관없다. 두부 김치에 막걸리나 먹어볼까. 이따 퇴근하고 마트에 가서 두부나 사야겠다.

감자전에 봉평 메밀 막걸리 한 잔이 그리워지는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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