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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Jan 05. 2019

열정 vs 열정 페이

가슴 뛰는 일, 열정에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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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장 너머로 던져 넘기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 넘어가게 된다.  -노먼 빈센트 필-


  내가 만난 사회복지사는 가슴이 뜨거웠다. 사회복지사라면 "사회복지사는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거워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가슴이 뜨거워야 만나는 사람들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다. 따뜻한 마음이야 말로 사회복지사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 태도 같다. 머리는 차가워야 판단력이 흐려지지 않는다. 냉철한 분석으로 사례를 다뤄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맥락으로 바라봐야 하고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나의 경험과 감정으로 상대를 단정 짓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섣부른 판단으로 상처 주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의 균형 잡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사회복지사라면 기본으로 갖춰야 할 인간적 자질이 있다. 대학교 학과 공부할 때 공감하는 태도, 진실하고 진심을 다하는 태도, 수용하는 태도라고 배운다. 하지만 인간적 자질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특정 자질을 못 갖췄다 하더라도 일 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얼마든지 일하면서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강점을 발견하고 꾸준히 다듬고 연마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는 친근함으로 사람 관계 맺기에 강점이 있다. 누구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참신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누구는 어른들과 관계 맺는 것을 부담 가지지 않고 편안하게 잘 다가간다.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로 단순하게 규정할 수 없다.


  그대는 이 일로 가슴 뛰고 있는가?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관계를 쌓고 쌓아야 한다. 하루아침에 사람들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에 불과하다. 때로는 그들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기도 하고 변화를 위해 상호작용하는 환경(가족, 친구, 사회, 물리적 환경 등)도 개입한다. 사회복지사는 뜨거운 가슴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 다시 말해 일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열정은 어떤 일을 결국 이루는 원동력이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 같다. 열정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가능성을 보게 하며 돌파하는 힘이 있다.



#움트는 열정의 씨앗

  10년 전, 2009년 9월쯤으로 기억한다. 졸업을 하고 사회 초년생으로 직장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때 왜 그렇게 느긋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무슨 자신감이었는지) 9월이면 졸업을 한지 꽤 시간이 흐른 뒤다. 6개월 이상을 다른 일 하지 않고 집에 있었다. 그때 하루 일과는 참 단순했다. 아침에 일어나 드라마를 바꿔가며 보면 어느새 점심 먹을 때가 었고 오후에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어영부영 하루가 저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많이 걱정했을 것 같고 졸업을 했음에도 일하지 않고 빈둥대는 모습에 한심했을 것 같다.

 

  오히려 나는 마음이 편했다. 졸업할 때쯤 첫 직장은 지역아동센터로 이미 정했기 때문이다. 그때 지역아동센터는 근무 환경이 열악했다.(10년이 지난 최근에도 비슷한 문제로 보건복지부 상대로 시위하고 있다) 다른 사회복지 현장의 일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월급이 적다. 사업비에 인건비가 포함되어 마음먹고 떼먹지 않은 이상 센터장은 종사자 월급을 먼저 채워준다. 그러면 센터장의 월급은 거의 무보수나 다름없다. 그래서일까 적은 급여에 할 일은 많아 평가 기간만 지나면 이직도 많았다. 안타깝게도 지역아동센터 채용 공고는 항상 업데이트되었다.

  원래 하고 싶은 일은 학교사회복지사였다. 그 당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막연하게 입버릇처럼 "나는 학교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지인: "학교에서 일하기 전에 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으면 좋겠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 아픈 아이들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나: "더 열악한 환경이라면 어떤 곳을..."


지인: "지역아동센터에 문제집을 후원하는데 정말 열악해 지역아동센터 가봐."


  지인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던 중 지인의 한마디가 나의 첫 직장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물론 학교사회복지사를 첫 직장으로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도 있었다.(1년의 실무 경력). 학교사회복지사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실습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1번 하는 실습도 졸업 후에 1번 더 했다. 지금 돌아보면 신기하게도 마치 잘 세워진 계획에 계획대로 진행된 것처럼 보인다. 결과론적으로 지금 그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의 첫 직장 지역아동센터

제대로 된 월급을 줄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나의 첫 직장은 지역아동센터다. 그때는 한마디로 열정만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열정으로 살았다. 열정 없이는 그때의 상황을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  1년 넘게 넉넉하지 않은 보수를 받았다.(금액은 상상에 맡기며) 센터를 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부 보조금이 없었다. 그땐 지역아동센터를 새로 운영하려면 몇 년은 자부담으로 버텨야 했다. 후원금으로 모든 것을 운영해야 했다. 다행히도 나를 채용한 센터에서 대부분 도움을 주었다. 열정은 나의 한계와 상황적 문제마저도 초월하게 만들었다.


  사회복지사의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기본으로 열정있다.(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열정이 생긴다. 사회복지사는 자신 나름의 사명을 좇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악한 근무 조건에서도 그곳에 일하려는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한번 찾은 의미를 잘 꺾지 않는다. 내가 1년 조금 넘은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였다.


#거의 무보수 vs 센터장 

  때로는 열정과 열정 페이라는 모호한 경계에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순간이 온다. 가끔은 내가 하는 일이 열정으로부터 인지 아니면 단순히 타인의 강요에 의해서인지 구분이 안 된다. 2009년~2011년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열정 페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요즘에서야 열정을 구실로 무임금, 저임금을 주는 일자리는 비판받는다. 

지금 열정 페이 같은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런 곳은 당장 나와라'

'다른 일자리도 많다’

‘너의 가치를 낭비하지 마라’라고 할 것이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다.


  가끔 그때가 그리워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지금 다시 지역아동센터로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나는 그때와 같은 선택을 할까?라고 말이다. 솔직히 내 답은 모르겠다. 그때는 첫 직장이기도 했다. 열정만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한 때다. 돈을 많이 안 받더라도 꿈을 좇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선택할게 많지도 않았고 포기할 것도 없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이미 마음을 먹었다. 이왕이면 센터장이라는 직위가 낫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때 힘든 상황이었지만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무보수 같은 상황에서도 1년 이상을 즐겁게 일 할 수가 있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힘들고 열약한 환경은 나를 연마시켰다. 성장시켰다. 그 상황을 즐기게 했다. 한마디로 나를 있게 한 토대다. 열악한 환경을 열정으로 버텼는지 모른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책처럼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딛고 극복해야 한다. 앉아서 환경이 좋고 나쁨을 탓할 수 없다. 뭐라도 해야 한다. 웅크린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열정만으로 노력만으로 모든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열정을 강요할 수도 없다. 모든 사람이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슴 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사회다.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기 어렵다.


너는 근성이 없구나!


넌 최선을 다하지 않아!


  '열정 페이’ 우리 사회는 열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비난한다. 열정이 없으면 가치가 없다고 치부해버린다. 뭐든 열심히 해라 최선을 다 해라 라고 그것이 성공에 이르게 한다고 주문을 건다. 열정을 쥐어짜다가 결국 상처만 남긴다. 꿈이 없고 열정이 없으면 어떠랴 가슴이 뛰는 일, 열정이 없어도 우리는 일만 잘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어떻게든 일을 하다 보니 나의 일 같고 하다 보니 열정이 생기지 않을까?


  어느 책에서 ‘누구도 한비아처럼 살지 못한다.’라고 했다. 한 때는 나도 한비야의 삶을 선망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내가 위축됐다. 나도 모르게 남들과 비교한 것 같다. 하지만 이제야 달리 생각한다. 나는 한비아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니다. 그렇게 될 수도 없다. 나는 나일뿐 각자의 인생과 삶의 길과 결이 다르다. 열정을 가지고 그 현장에서 버티든 ‘열정 페이’ 같아 이직하든 선택은 각자의 몫에 달렸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 없기 위해서는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결과도 오롯이 내 책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나의 경험에 의하면 열정에 따르는 일, 가슴 뛰는 일을 하는 것은 그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력임에 틀림없다. 처음부터 열정으로 하든 일하면서 생기든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하던지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열정을 쏟는 일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10년 전과 같은 이유로 사회복지사는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응원 부탁합니다.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099942_24634.html?menuid=nwdesk&fbclid=IwAR1Y-fsoUsNVXxzKxgOPCrepu_-znYOL_X2vHmfkTeXuXsCWSaejRzITI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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