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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Jan 04. 2019

내가 글을 쓰려는 이유

세 번째: 나는 이미 글을 쓰고 있었다

  나는 사회복지사의 일이 재밌다. 일을 통해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누군가에게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일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선한 영향력은 각자 자기가 맡은 일에서 얼마든지 드러낼 수 있다) 사회복지사의 일을 해서는 남들보다 번지르르한 삶을 살 수 없지만 마음만은 풍요롭다.

  사회복지사의 일을 잘하고 싶었다.


  사회복지사로 성공하길 바랐고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일을 알아갈수록 일도 일이지만 사람을 대하는 일이 어려웠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부모를 만나야 했고 아이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부모의 변화가 가장 필요했다. 아이들이 처한 환경은 같은 경우가 없었다. 인생이 사람마다 다르듯 일을 하면서 경험하는 사례 하나하나가 모두 달랐다. 그때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서점에 찾아가 사회복지와 관련된 책을 찾아보는 일이 전부였다. 하지만 사회복지현장에 관련된 책은 대형 서점(교보문고, 영풍문고) 조차 진열되지 않았다. 전국 서점을 다 둘러보진 않았지만 서울에서 가장 크다고 알고 있는 광화문 교보문고의 진열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보수교육을 위해 서울에 갈 때면 교보문고에 들른다. 전주 서점에서 진열되지 않는 책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자연스럽게 사회복지 분야로 발걸음을 옮기지만 갈 때마다 아쉬움만 남는다. 귀퉁이 구석진 장소에 내가 마주하는 것은 그마저도 적은 양의 사회복지 관련 책뿐이다.(그마저도 이론 책들이 다수, 사회학 관련 책이 전부다) 이론 서적은 현실과 많이 달랐고 일하면서 궁금하고 의문이 생긴 것을 해소시키지는 못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너무 부족하다.


  심리학 관련 책을 보면 심리상담가가 저자인 경우가 많다. 교육 현장도 마찬가지다. 교육학 관련 책도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생긴 에피소드나 경험,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기 계발서 등 교사가 책을 쓴 경우가 많다. 그들은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글을 통해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반면에 사회복지 현장 이야기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우리의 일을 알리지 않고 알아주지 않는다고 투정부리면 무슨 소용인가. 책임감이 들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에 한동안 멍하니 그자리에 머문다.


  한국의 연간 독서량이 OECD 기준으로 거의 꼴찌라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양의 새로운 책이 매일 쏟아진다. 하루가 다르게 진열대에 새로운 책이 꽂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회학, 인문학, 심리학, 소설, 에세이 등 정말 다양하다. 책 제목만 봐도 책 한 권 읽은 느낌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 책의 홍수 속에 정작 내가 원하는 책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처음 나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누군가는 나처럼 나의 경험과 사회복지현장의 이야기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미 글을 쓰고 있었다


  책을 내는 일이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것 같다. 베스트셀러를 보면 직장에서 자신의 경험, 직업의 가치를 전하는 책들을 종종 보게 된다. 소방관, 판사, 간호사, 마케터 등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경험했던 이야기가 오히려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강한 메시지가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사회복지사도 글을 쓸 수 있으며 얼마든지 책으로 담아 출판할 수 있다.


2017년 바나나 공모전에 나의 사례가 선정된 사례집
마을신문 기자로 활동하며 쓴 글
학교 통신문에 실린 나의 글

  변호사가 판례집을 보며 공부하듯 사회복지사는 사례집을 보며 공부해야 한다. 사례집(우수 프로그램, 사례관리 등의 내용을 묶은 자료)은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높여준다. 사회복지사도 인간이기에 모든 사례를 경험할 수 없다. 자신이 경험한 사례도 같을 수 없다. 경험의 근거로 단정 지을 수 없다. 사회복지사가 사례집을 보고 틈틈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복지사가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나눠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이미 나의 경험을 누군가에게 글로 전달하고 나누고 있었다. 사업계획서나 보고서, 기사문, 사례집 등 일상 속에서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작가는 아니지만 일상에서 글을 쓰는 행위를 계속해왔던 것 같다. 이제는 조금 더 욕심을 내기로 했다. 「사회복지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생각이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게 했고 감사하게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후 책을 내보면 어떨까 하는 발칙한 생각까지 하게 됐다. 지금은 브런치 북에 도전하고 있다. 인생은 실험이라고 했던가 2019년은 글을 쓰는 실험을 하게 됐다.


https://brunch.co.kr/@socialworkers/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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