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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Jan 03. 2019

대한민국에서 남자 사회복지사로 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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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의 업무 능력이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직무 연수나 보수교육을 받는다. 한 해에 4~5번의 연수든 교육이든 받는 것 같다. 이때 같은 직종에 일하는 동료(교육복지사)나 타 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를 만나게 된다. 그때 남자 사회복지사를 만나면 유독 반갑다.


"잘 지내시죠?"


"계속 근무하시네요."


"우리 어떻게든 버텨봐요."


  생사를 확인하듯 사회복지 현장에 살아남아 있는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만두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위안을 받는다. 남자 동료가 사회복지사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났을 때 오는 서운함과 배신감은 그야말로 크다. 마치 사랑하는 여인이 이별을 고하고 떠나간 듯한 고통스럽다.  


 내 몸 한쪽이 떨어지는 듯한 아픔에는 이유가 있다. 사회복지 현장에 남자는 소수이다. 사회복지 현장에 있을 때 문득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대학교 때 함께 공부하고 졸업한 남자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다. 솔직히 원망스러운 감정까지 든 적도 있었다. 가물에 콩 나듯 한다라는 표현을 실감한다.(남자 간호사들도 그런 기분이 들겠지?) 지금 일하는 곳의 상황만 말해도 충분한 것 같다. 전주시 지역에 일하는 교육복시사는 50명 가까이 된다. 그중 남자는 3명이다. 3명 중에 한 명이 떠난 다고 생각하면 가슴 아픈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남자라면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사는 남자라면 경제적인 고민을 아니할 수 없다. 그럴 만도 하다. 사회복지사의 임금은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에 맞춰있다.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도 있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회복지사 부부이면 차상위라는 우스갯소리가 왜 있겠는가.


  사회복지사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사회복지사도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이다.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와 행복한 삶을 꿈꾼다. 더 이상 내가 좋아하는 일을 경제적인 부분으로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지 않고 원 없이 하고 싶다. 오래오래 할 수 있다면 이 일을 평생 하고 싶다. 가족이 늘 수록 이직을 생각하고 실제로 많은 남자 사회복지사들이 자신의 길을 포기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책은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일, 학교, 삶의 영역에서 덴마크 국민의 행복 요인을 소개하는 책이다. “좋아서 하는 일의 소중함은 즐기고 만족스럽고 안정된 삶으로 이끈다.”라는 말이 시선을 끌었다. 복지국가라고 알고 있는 덴마크는 먹고사는 문제로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과 구조는 사람들의 행복을 지켜준다.


  우리는 사회복지사의 일이 좋아서, 아님 어쩔 수 없이, 딱히 다른 일이 없어서 노후에 타는 연금처럼 보험이라고 생각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작할 수 있다. 그 밖에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복지사의 일을 선택했다. 사회복지사의 일을 하는 동기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그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지금 그 일을 하고 있 이유야 어쨌든 우리는 지금의 일을 즐기면서 해야 하는 과제 있다.


 내가 이 글을 통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사회복지사로 살 수 있을까?’이다.


  외부환경은 열악해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사회복지사들의 가슴이 뜨거워서다. 자신만의 신념이 있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 할 뿐이다. 누군가 그랬다.


"사회복지사는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회복지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10년 동안 사회복지현장에 있으면서 만난 사람들은 적어도 그랬다. 사회복지사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 있다. 대학생 때 교수님이 자주 하던 말이기도 하다.


"사회복지사는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거워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만나본 사회복지사들은 가슴이 더 뜨거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안 될 것 같은 일에 도전한다. 무모한 도전이 무한도전이 된다. 사람이든 환경이든 변화시키는 일은 매한가지 어렵다. 그래서 가슴 뜨거움이 필요하다. 뜨거움이 있어야 문제나 열악한 환경을 돌파하고 해쳐 나갈 수 있다.


  가슴 뜨거움은 한마디로 열정이다. 열정은 어떤 일을 결국 이루는 원동력이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다. 사회복지사는 열정으로 산다. 사실 버텨낸다고 보면 맞겠다.(변화되는 사람들의 삶을 보고 다시 그 일에 뛰어든다)


‘너는 참 열정적이다.'


‘어떻게 할 수 있어?’

 

  어느 드라마 명대사처럼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사회복지사는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을 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열정으로 포기하지 않는다. 기어코 해내는 사람들이다.


  이 글을 쓰면서 대학교 시절 교회(대학부)에서 무소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기억난다.


어느 목사님께서 질문했다.   


‘한 달에 내가 만족하고 살 수 있는 최소의 금액은 얼마인가?’ 목사님이 물어봤다.


'아... 한 70~80만 원이요?' 나는 당연하듯 조금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 답은 곧 "결혼하고도 70~80만 원으로 한 달을 살 수 있을까?"로 이어졌다.


네!(그땐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허세에 가까운 대답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고 오만한 나의 모습에 민망하다. 그땐 가난 하지만 가치를 두는 삶이 최고라고 생각했고 그 멋에 우쭐거리며 살았다. 지나친 자기애였는지 열등감을 숨기기 위한 자기 방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포기할게 많아진 현재(아내, 늘어나는 식구, 늙어가는 부모......) 그때의 선택을 자신할 수 없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회복지사는 미래 유망 직업에 뽑힌다. 물론 10년 전의 사회복지사의 사회적 인식, 지위나 역할이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에 따른 경제적 수입도 늘었다. 지금은 불안하지만 위태롭지는 않다. 다만 상대적 박탈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 같다. 그래도 희망을 본다. 사회복지사는 이면을 살피는 사람들이기에 열악한 환경 속에도 강점을 바라본다. 내일은 어떤 날이 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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